증상이 심각한 중증 자폐와 경증 또는 고기능 자폐 유병률에 변화가 감지됐다. 특히 중증 자폐 유병률에 지역적 소득적 차이가 있었다.
19일(현지시간) 발표된 공중보건보고서(Public Health Reports)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에서 중증 자폐의 전체 유병률이 증가했지만, 경증 자폐 유병률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했다. 8세 자폐 아동의 4분의 1이상은 중증 자폐였다. 이번 연구는 지난 30년 동안 자폐 유병률이 크게 증가한 것이 진단 기준이 변화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한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의 정신과 및 교육학 교수 캐서린 로드는 “이제 지적장애가 없고 언어를 더 유창하게 구사하는 자폐인을 발견하고 있다”며 “20~30년 전에는 진단 받지 못했을 자폐 환자다”라고 말했다.
중증 자폐는 2021년 12월 로드 교수와 동료 연구진이 자폐 치료 및 임상 연구의 미래에 관한 랜싯위원회의 일환으로 도입한 용어다. 중증 자폐인은 평생 24시간 연중무휴로 치료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큰 자폐 환자를 의미하며, 다수는 지적장애 또는 제한된 의사소통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두 가지가 동반되기도 한다. 당시 랜싯위원회는 미국, 영국, 노르웨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자폐 인구의 18~48%가 이 범주에 속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중증 자폐, 비백인에게서 다수 발견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의 자폐 및 발달장애 모니터링(ADDM) 네트워크에서 수집한 자폐 아동 2만135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새로운 추정치에 따르면 중증 자폐는 26.7%였다.
그러나 이 연구는 또한 비백인 자폐 아동이 백인 또래보다 중증 자폐일 가능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흑인 자폐 아동의 중증 자폐 유병률은 76%, 아시아계, 하와이 원주민 또는 기타 태평양 섬 출신 아동은 55%, 히스패닉계 아동은 50%, 아메리칸 인디언 및 알래스카 원주민 아동은 33% 더 높다. 또한 사회경제적 배경이 낮은 아동에게 중증 자폐가 더 많이 발병했다.
로드 교수는 “임상의가 자폐를 진단하는 방식이 지역 사회마다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소수민족 집단에서 더 유능한 자폐아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는 또한 성별과 지역에 따라 중증 자폐 유병률에 차이가 있음을 발견했다. CDC의 역학자이자 연구 조사자인 미셸 휴즈는 “이러한 연구결과가 연구자와 임상의가 중증 자폐 환자에게 평생 필요한 서비스와 지원을 계획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자폐 진단 및 지원의 인종적, 민족적 격차 해소해야
2000년부터 2년마다 자폐 유병률 보고서를 발표해 온 ADDM 네트워크는 다음 기금 지원 동안 현재 연구소에서 자폐 유병률을 계속 추적하고 푸에르토리코를 포함한 5개 연구소를 추가해 감시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연구에서 CDC 연구진은 아동의 언어 능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2012년과 2014년을 제외한 2000년부터 2016년까지 15개 지역에서 중증 자폐를 앓고 있는 8세 아동의 수를 추정했다.
연구진은 아동의 기록을 검토한 임상의가 자폐 진단 기준을 충족한다고 판단하고 기록에 비언어적이거나 최소한의 언어만 사용하거나 IQ가 50 미만인 것으로 나타난 경우 중증 자폐로 분류했다.
2000년에 네트워크에 속한 아동 1만 명 중 약 27명이 중증 자폐였으며, 1만 명 중 39명은 경증 자폐였다. 이후 16년 동안 두 그룹 모두 유병률이 증가했지만, 중증 자폐의 경우 1만 명당 46명에 비해 경증 자폐 유병률은 1만 명당 143명으로 더 빠르게 증가했다.
또한 연구에 따르면 중증 자폐 유병률은 지역별로 비교적 안정적인 경향을 보였지만, 경증 자폐 유병률은 2016년 뉴저지에서 1만 명당 260명, 콜로라도 1만 명당 104명으로 더 광범위하게 변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드 교수는 “이러한 지역적 차이는 해당 주의 서비스 접근성과 인종적, 민족적 지역 특성에 기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폐 여아는 또래 자폐 남아보다 중증 자폐로 분류될 확률이 약 25% 더 높다. 이는 진단받지 못한 경증인 자폐 여아가 더 많거나 여아가 남아보다 중증 자폐를 유발하는 유전적 돌연변이를 가지고 생존할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일 수 있다.
이번 연구결과는 자폐 치료 및 임상 연구의 미래에 관한 랜싯위원회가 예상했던 것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대부분 중증 자폐 아동은 적응 기능 점수가 낮고 자해 행동과 발작을 보일 가능성이 크며 웰빙을 위한 더 나은 권고가 필요하다.
그러나 로드 교수는 “불완전한 기록과 같은 방법론적 문제를 인정해야 하며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 유니버시티파크의 유전체학 산토시 기리라잔 부교수는 “앞으로 비백인 인구의 자폐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문화적, 가족적 차이를 고려한 평가의 재정의가 포함될 수 있으며, 이는 궁극적으로 자폐를 전반적으로 더 잘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