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가지 생각에 몰두하는 자폐 아동, 고착 성향 줄이려면?

많은 사람이 가끔 한 가지 아이디어에 집착하지만, 유독 자폐인은 특정 사건에 집착하거나 반복적인 생각에 머물러 고착된다. 특정 일에 대한 생각을 멈출 수 없거나 행동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의식적으로 또는 의도적으로 한 가지 생각에 머무르는 것은 아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특수교육을 위한 모든 것: 부모 가이드》의 저자이자 신경다양성을 지원하는 비영리단체 언더스투드의 이사였던 아만다 모린은 자폐인식센터를 통해 “이러한 무의식적인 대처법은 압도당하거나 불안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 처했을 때 발생할 수 있으며 자폐인에게서 흔히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생각을 멈추지 않는 것이 아니라 멈추는 방법을 모른다. 애초에 자신이 고착화되어 있다는 사실조차 모를 수 있다. 마치 빠져나올 수 없는 고리에 갇혀 있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자폐인이 한 두가지 사건과 생각에 빠져드는 이유로는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는 방법을 모름 ▲유연한 사고의 어려움 ▲처리 속도가 느려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하고, 반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함 ▲사회적 신호를 이해하지 못함 ▲충동 조절 부족 등이 있다.

다음은 반복적 사고의 증상이다.

모린은 “자폐인이 자신만의 사고에 갇히지 않도록 돕기 위해서는 자폐가 발생하는 이유와 그 원인을 해결하는 방법을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각 과부하

감각 과부하는 뇌가 분류하고 처리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입력이 감각으로부터 들어올 때 발생한다. 자폐인은 감각 입력에 과민한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 감각, 감정, 인지 조절에 영향을 미치는 감각 과부하에 더 취약할 수 있다.

정서적 조절은 주어진 상황에서 행동을 시작, 억제 또는 조절해 다양한 감정으로 사회적 규칙에 대응해 사회적 수용을 보장한다. 인지 조절을 통해 문제 해결에 필요한 인지과정과 관련 능력을 사용하여 과제에 대한 주의력과 끈기를 발휘할 수 있다.

감각 다이어트는 과부하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감각 다이어트는 감각적 필요를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신체 활동 및 편의 시설에 대한 개별화된 계획으로, 하루 종일 집중하고 정리하는 데 필요한 감각 정보를 제공한다. 감각적 경험에 규칙적으로 참여하면 집중력, 주의력, 상호작용을 촉진하여 불안을 줄일 수 있다. 편안하고 통제할 수 있다고 느낄 때 불안감을 덜 느끼는 경향이 있다.

불안 관리하기

자폐 아동이 불안을 느끼면 고착화가 심해질 수 있다. 자폐인의 불안은 사회적 어려움, 예측 불가능성, 일상의 변화, 감각 과부하, 자폐 특성 감추기 등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불안을 관리하려면 일기나 관찰 노트를 작성해 불안 유발 요인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이의 에너지 수준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학교나 이벤트 및 활동 후 에너지 수준을 알아보고 휴식 기간,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있는 즐거운 관심사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환경을 바꾸면 감각 과부하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조용한 공간, 부드러운 조명,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 착용 등이 해당된다. 감각 도구를 사용해 진정시킨다. 압력을 주는 물건, 꽉 쥐는 스트레스 볼 등이 있다. 명상, 요가, 음악 감상 등 이완 및 진정 활동을 한다.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일정을 규칙적으로 짜고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자폐 아동에게는 구조와 예측 가능성이 매우 중요하다. 불안 앱도 고려해본다. 몰힐 마운틴(Molehill Mountain) 앱은 자폐인을 위해 특별히 설계되었다. 브레인 인 핸드(Brain in Hand)도 불안과 실행기능 지원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끈질긴 생각 주차하기

자폐인이자 시각적 사고 전문가인 주디 엔도우는 반복적인 생각을 저장해 나중에 꺼내볼 수 있도록 정신적 '주차장'을 만들 것을 제안했다. 그는 “잊고 싶지 않은 것에 대해 생각하고 있고 시각적 사고를 붙잡을 다른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기 때문에 고착화가 생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마음속에 주차장을 만든다. 생각을 주차하는 그림을 떠올린다. 그리고 이를 시각화한다. 주차장을 그림으로 그리거나 3차원 구조물을 만드는 식이다. 생각을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리는 등 구체적으로 시각화하면 반복적인 생각을 떨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밖에 바구니와 같은 물리적 용기에 생각을 쓴 종이를 일시적으로 보관하는 것도 좋다.

단순하고 산만한 활동을 통해 지속적인 생각을 잠시 멈출 수도 있다. ‘일시 정지’ 버튼이라 생각하고 조립에 참여하거나 베이킹을 하는 등 생각에서 벗어나 간단한 활동을 시작한다.

고착화는 불안하거나 압도당했을 때 나타나는 반응일 수 있으므로 자폐 아동에게 공감하고 진정시키는 것이 좋다. 아이들의 불안감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부모의 불안감도 줄일 수 있다.

모린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인내심을 줄이고 감각 과부하와 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긍정적인 변화를 지원하는 계획을 세우면 행복과 웰빙, 장기적으로 좋은 정신건강을 위한 길을 열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