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성별과 관계없이 과체중 및 비만 유병률이 커지면서 이제는 국가 주도로 비만 예방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곳이 많다.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신체검사를 실시한 후 BMI 기준 과체중에 근접한 학생들은 별도로 ‘체중 관리’를 받게 된다.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의 모든 사이즈에 맞는 건강(HAES) 정책 연구원이자 보스턴어린이병원 소아청소년과 소아과 아만다 라펄 박사는 해외 매체 테크&러닝과의 인터뷰에서 “교내 체중 관련 정책이 오히려 과체중 아동에게 낙인이 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최근 라펄 박사는 체중에만 집중하는 프로그램보다 전반적인 건강과 웰빙일 강조하는 모든 사이즈에 맞는 건강(HAES) 접근법이 더 효과적이라는 내용의 연구결과를 학술지 《소아과학 최신의견(Current Opinion in Pediatrics)》에 발표했다.
모든 사이즈에 맞는 건강 이해하기: 교육자를 위한 가이드
모든 사이즈에 맞는 건강(Health at Every Size)은 건강 목표로 체중 감량을 덜 강조하고 과체중 또는 비만인 사람에 대한 낙인을 줄이는 것을 추구하는 공중보건 접근 방식이다.
라펄 박사는 “모든 사이즈에 맞는 건강은 건강과 웰빙이 단순히 신체적인 것만이 아니라 더 총체적이라는 점을 다룬다. 여기에는 사회정서적 건강이 포함되며, 신체적 건강조차 체중에 의해 결정되거나 제한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라펄 박사는 메이요클리닉 가정의학과 레슬리브 윌리엄스 교수와 섭식예방에 중점을 두고 모든 사이즈에 맞는 건강 연구를 시작했다.
조사에 따르면, 학교에서 모든 건강 관련 정책이 청소년의 건강을 증진하는 동시에 섭식장애 및 기타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까지 증가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체중 중심의 개입이 오히려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낳은 것이다.
3년간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인구 기반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심한 수준의 다이어트를 한 여학생은 그렇지 않은 여학생보다 섭식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18배, 중간 수준의 다이어트를 한 여학생은 5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연구진은 어린 나이에 다이어트를 하면 추후 섭식장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내렸다. 5년간의 종단 연구에서도 다이어트와 건강에 해로운 체중 조절 행동이 청소년의 비만 및 섭식장애 발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결론이 나왔다.
위스콘신매디슨대학 교육심리학과 스테파니 캠벨 박사는 “학생들의 정서적, 신체적, 사회적 복지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과체중 낙인을 찍는 학교의 정책은 체계적으로 연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캠벨은 체중과 관련된 낙인이 사회에 만연해 있고 진보적인 교육자조차도 체중에 대한 편견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학교가 이러한 낙인을 극복하는 것이 어렵다고 봤다.
'모든 사이즈에 맞는 건강' 정책은 미국소아과학회가 최근 업데이트한 임상진료지침과 대조적인 내용으로 더욱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학회 지침에는 과체중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집중적인 개입, 처방 치료, 경우에 따라서는 수술도 고려할 것을 포함하고 있다.
체중이 적게 나갈수록 건강하다는 신화
라펄 박사는 체중이 적게 나간다고 반드시 건강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과체중이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있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좀 더 깊이 파고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과체중인 사람은 많은 차별에 직면하고, 차별로 인해 스트레스 신체적 지표인 전정부하 증가로 이어진다. 심혈관 및 건강이 나빠지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과체중인 사람은 의료 환경에서도 많은 차별을 겪어 의사 진료를 보는 것조차 두려워한다. 의료 서비스 기피는 훨씬 더 나쁜 건강결과와 관련이 있다. 그 예로 과체중인 소수인종 여성이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방문하는 것을 기피하며, 실제로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여러 차례 나왔다.
학교 보건 정책, 포괄적 건강교육으로 나아가야
라펄 박사는 체중감량보다는 전반적인 건강 증진에 초점을 맞추도록 학교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제안했다.
“학교 프로그램의 핵심 초점을 학생의 체중이나 체질량 지수(BMI)를 줄이는 데 맞추면 의도치 않게 학생들이 체중감량을 위해 건강에 해로운 행동을 하도록 조장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신체활동이나 건강한 간식이 주는 체중감량 이외의 이점에 대해 학생들에게 알리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를 들어 '신체 활동은 체중 감량 또는 유지에 좋은 방법이다'라고 말하는 대신 '신체 활동은 밤에 숙면하는 데 도움이 되거나 숙제에 더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또는 '신체 활동은 달리기 클럽에 가입하거나 축구 팀에 가입해 친구를 사귀는 데 정말 도움이 된다'라고 말하는 식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학생들이 음식과 운동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해준다.
“학교 프로그램의 초점을
체중이나 BMI를 줄이는 데 맞추면
어떻게든 체중을 감량해야 한다는 인식을 조장할 수 있다”
-모든 사이즈에 맞는 건강(HAES) 정책 연구원 아만다 라펄 박사
라펄 박사는 “이상적인 신체상과 그것이 어떻게 해로울 수 있는지, 그리고 자존감이 체중이나 외모와 관련이 없다는 것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라”고 조언했다.
또한 그는 “교내 괴롭힘 방지 정책이 실제로 체중이나 외모에 기반한 괴롭힘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을 방지하는 데서도 외모 중심으로 접근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