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는 산만한 증상으로 잘 알려졌지만, 특정 분야 및 작업에 지나치게 집중하는 경우도 있다. 특히 과잉행동과 충동성이 약한 것으로 알려진 ‘조용한 ADHD’인 경우 좋아하는 것에는 지나치게 과몰입해 오히려 집중력이 좋다는 오해를 사기도 한다.
좋아하는 만화책을 볼 때, 그림을 그릴 때, 레고 조립을 할 때 등 아이가 좋아하는 활동에는 몇 시간이고 꼼짝하지 않고 과잉 집중한다면,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할까 아니면 위험성을 감지해야 할까?
지난 14일(현지시간) 아동 및 성인 정신과 전문의이자 ADHD 분야 권위자 에드워드 할로웰 박사는 페이스북 라이브 방송을 통해 과몰입은 ADHD의 놀라운 측면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평소에는 안절부절 못하지만 수천 줄의 코드에서 버그를 찾기 위해 지칠 줄 모르고 검색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음악가는 단 몇 주 만에 교향곡 전체를 작곡할 수도 있다”며 과몰입의 놀라운 힘에 대해 말했다.
고도의 집중력이 가진 양면성
과몰입은 쉽게 유지하거나 조절할 수 없기 때문에 유익할 수도 있고 해로울 수도 있다.
연세누리정신과 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이호분 원장은 “지나치게 과몰입해 집중력이 좋다는 이야기를 듣는 ADHD 아동은 자신이 원치 않고 지루하거나 흥미를 못 느끼는 일에는 현저히 집중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행동으로 문제가 잘 드러나지 않아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치료 시기를 놓치기도 한다”라고 덧붙였다.
할로웰 박사는 “ADHD가 있는 사람이 한 영역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보이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 이는 과몰입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라고 말했다.
어려운 대외 과학경시대회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통과했지만, 막상 교과 성적은 형편 없는 아이는 과몰입이 문제였기 때문일 수 있다. ADHD 성인은 새로운 업무에 집중하다가도 부서가 원활하게 운영되기 시작하면 흥미를 잃고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ADHD가 있는 사람이 한 영역에서는 뛰어난 성과를 보이지만
다른 영역에서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 과몰입이 원인인 경우가 많다"
- ADHD 분야 권위자 에드워드 할로웰 박사
과몰입은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말한 '흐름'이라는 개념과 유사하며, 한 가지 일에 완전히 몰두하는 상태다.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스캔에 따르면 과다하게 집중하는 동안 뇌는 더 높은 활동성과 쾌감을 경험한다. 반대로 시간과 원근감을 모두 잃은 채 비생산적인 행동을 반복하는 무아지경과 같은 상태로 이어질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시험 준비를 위해 영어단어 카드를 만들기 시작했지만, 막상 단어를 외우는 것이 아닌 카드를 꾸미는 데 몇 시간을 소비할 수도 있다.
프론티어스 영마인즈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ADHD가 아닌 사람들보다 ADHD인 사람이 과잉집중 점수가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학교에서 취미활동을 할 때, TV를 볼 때 등 모든 활동에서 나타났다. 게다가 ADHD 증상이 더 많은 사람일수록 과잉집중 점수는 더 높았다.
과몰입 관리해야 할 상태
과몰입을 정기적으로 경험하는 경우, 이로 인해 숙제 제출, 친구와 약속, 기념일, 청구서 납부등 생활의 다른 측면을 소홀히 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몰입은 ADHD의 특징 중 하나로 자유자재로 제어할 수 있지 않다.
ADHD인 자녀가 지나치게 좋아하는 활동에 빠져든다면 “오늘은 잠시 쉬었다가 내일 다시 할까?라고 제안하거나 어깨에 손을 얹는 등 제스처를 취한다.
대신 박사는 자신에게 중요하며 진전이 있는 작업에 도전하라고 격려했다. “다양한 관심사를 탐구하고 좋아하는 일에 더 깊이 파고드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며 “실패는 새로운 기회로 이어질 수 있으니 실패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자신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라”고 조언했다. 이와 함께 가족이나 가까운 지인 등과 함께 과몰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