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타인의 말을 듣고 행동으로 옮기는 능력은 확연히 부족한 아이가 있다. 미국 일리노이학습장애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학습장애 및 아동행동 컨설턴트 비벌리 홀든 존스는 “‘둔하다’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는 이야기를 듣기 쉬운 이런 아이들은 청각처리장애(APD)를 앓고 있기 때문일 수 있다”라고 17일 신경다양성 해외매체 애디튜드를 통해 전했다.
청각처리장애는 뇌가 청각 입력을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청각 문제다. 듣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으며, 다른 질환 및 학습 장애와 쉽게 혼동될 수 있다. 어린이의 귀와 뇌 사이 연결이 단절되어 있다고 보면 된다. 학습을 방해하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초래할 수 있지만, 지능과는 관련이 없다. 일반적인 청력 검사에서는 청력 손실로 나타나지 않는다. 미국청각협회 저널 《EAR AND HEARING》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전체 아동의 3~5%가 청각처리장애라는 보고가 있다.
청각처리장애 아동이 겪는 어려움
정상적인 청각 처리에는 뇌가 청각 입력을 받아 수용 가능한 속도로 의미 있는 정보로 변환하는 과정이 포함된다. 청각처리장애는 이 과정의 어느 단계에서든 결함을 일으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겪을 수 있는 어려움에는 다음과 같다.
▲청각 변별: 비슷하지만 다른 소리를 인식하고 구별하기
▲청각 기억: 들은 내용을 기억하기
▲청각적 순서: 단어와 지시를 올바른 순서로 기억하기
▲청각적 배경소음 식별 : 여러 가지 배경소음 중에서 하나의 소리를 식별하고 처리하기
▲청각적 응집력 어려움: 더 높은 수준의 듣기 과제 처리 문제(예: 어조 및 굴절 해석, 수수께끼 이해)
존스 박사에 따르면, 청각처리장애 아동은 여러 가지 어려움을 보일 수 있다.
구두 지시를 따르기 어렵다.
말을 할 때 산만하거나 집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여러 명의 화자 또는 배경소음이 있는 대화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코트’와 ‘보트’처럼 비슷한 소리를 내는 단어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다.
여러 단계 지시를 올바른 순서로 따르기 어렵다.
대화형 질문에 대한 응답이 지연된다.
이러한 의사소통 문제 외에도 당혹감과 좌절감을 느끼고 무관심이나 방어적 태도를 보일 수 있다. 시끄럽고 활동적인 환경에서 대화를 따라가는 데 어려움을 겪으면서 우정과 사회적 관계를 놓치게 될 수 있다.
불안도 문제다. 존스 박사는 “자신이 듣는 내용의 정확성을 믿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아 불안감이 커진다. 청각 처리 능력이 떨어지면 학습에 필수적인 정보 해석 능력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학습장애 위험도 커진다”고 설명했다.
청각처리장애와 유사한 질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와 비슷한 증상을 보인다. 하지만 ADHD 아동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감각 과부하로 과잉행동을 하는 것이며 안절부절 못하는 행동은 집중하고 정보를 처리하는 데 오히려 도움될 수 있다. ADHD와 불안이 공존하는 경우 불안이 집중력과 타인의 말을 처리하는 능력을 악화시키는 것일 수 있다.
“시끄러운 환경에서 대화를 따라가기 어려운 탓에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힘들다.
들리는 내용의 정확성을 믿지 못하면서 스트레스와 불안감이 커진다”
-일리노이학습장애협회 회장 비벌리 홀든 존스
청각처리장애 아동의 의사소통 기술 높이기
청각 변별 연습: 자동차, 동물, 동료 학생 등 일상생활에서 들리는 소리의 출처를 식별하는 연습을 한다. 소리 패턴을 듣고 반복한다.
청각 장애를 위한 편의 제공: 각각의 단어를 인식할 수 있도록 보통 말소리로 명확하게 말하고, 소리 증폭 시스템을 사용하는 것을 고려한다. 특히 비슷한 소리가 나는 단어가 포함된 경우 지침을 반복하고 마스크를 착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입술을 읽을 수 있도록 투명 필름 마스크를 사용한다. 구두 정보를 처리하고 응답할 수 있도록 시간을 넉넉히 준다.
청각적 배경소음 연습 : 눈을 감고 소리의 출처를 가리키도록 유도한다. 배운 내용을 듣고 숙지할 수 있도록 대화를 녹음한다. 여러 노래의 가사를 반복하게 해 어떤 유형의 음악이 가장 어려운지 알아본다.
청각적 응집력 연습: 문장을 받아 적고 의미를 유추하도록 한다. 필요한 경우 문장을 다시 말하는데, 영화나 TV 프로그램, 오디오북을 활용하는 것도 좋다.
청각처리장애 학생을 위한 교실 수업
청각처리장애가 있는 학생을 칠판과 교사와 가까운 곳에 앉힌다. 교실에서 산만하게 하는 소음을 최소화하고 집중하는 활동을 할 때는 헤드폰을 착용해 배경 소리를 차단할 수 있도록 한다.
청각처리장애 아동의 학습장애를 연구한 브라질리아대학 심리학 연구소 파트리시아 쿠냐 박사는 “간단한 지시사항을 한 번에 하나씩 전달하고 필요에 따라 반복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이때 학생에게 익숙한 어휘를 사용한다.
그래픽과 같은 시각자료와 다감각적 접근 방식을 사용하고 구두로 지시할 때 "이것은 중요합니다", "반드시 적어두세요"와 같은 단서를 통해 중요한 정보를 강조한다. 지시 사항과 핵심 정보를 반복하는 것이 좋다.
음성-텍스트 변환 소프트웨어 및 기타 보조 기술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학생에게 말할 때 감정을 명확하게 전달한다. 예를 들어 "수업 시간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줘서 기쁘다"라고 말하는 등 아이의 노력을 강조해 자신감은 북돋아준다.
쿠냐 박사는 또한 청각처리장애 자녀를 둔 부모는 평소 아이의 재능과 강점, 도전에 대해 대화를 나눌 것을 권장했다. 자존감과 동기부여를 높이는 발판이 된다. 도전적인 사회적 상황을 연습할 필요도 있는데 가령 “청각처리장애로 따라하기 어렵습니다. 반복하거나 적어줄 수 있나요?”라고 말하는 등 자신의 필요를 명확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한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항상 지지할 것이라 안심시키고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도록 격려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