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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청소년 마음건강] 자해하는데 무한정 대기…영국 NHS 진료대기 아동만 25만명

김성은 | Danielle Gabriel 2023-04-18 00:00:00

영국의 아동 정신건강 위기 악화
정신건강 중증도 기준 높이며 대다수가 치료 거부당해
영마인즈는 학생의 정신건강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지원을 촉구했다. 영마인즈
영마인즈는 학생의 정신건강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지원을 촉구했다. 영마인즈

영국에서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 어린이 25만 명이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발표된 하우스 매거진 연구에 따르면,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25만 명의 어린이에게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면서 아동 정신건강 위기가 더욱 악화하고 있다. 일부 NHS 트러스트는 일반의가 의뢰한 환자의 60%에게 치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정신건강 초진 예약까지 최대 3년 기다리는 청소년

연구진은 우편번호 추첨을 통해 일부 지역에서는 아동당 지출이 4배 더 높았으며, 초진 예약을 위한 평균 대기 기간이 10일에서 3년까지 다양하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첫 진료 예약까지 최장 평균 대기기간. NHS트러스트
첫 진료 예약까지 최장 평균 대기기간. NHS트러스트

2021~2022년 NHS 트러스트는 진료 대기자가 자꾸만 누적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원 한도를 높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수십 만명의 어린이가 오랜 대기 끝에 치료를 포기하거나 거절당했다.

아동청소년정신건강서비스(CAMHS)를 제공하는 70개 영국 트러스트와 위원회에 보낸 정보공개 요청에 따르면, 이는 전체 의뢰 건수의 32%에 해당하며, 전년도 25%에서 증가한 수치다.

2021~22년 아동 1인당 정신건강 지출이 가장 높은 5개 임상 의뢰 그룹. 아동위원회
2021~22년 아동 1인당 정신건강 지출이 가장 높은 5개 임상 의뢰 그룹. 아동위원회

코로나19 이후 정신건강 관련 치료 수요가 급증하면서 영국의 54개 NHS 정신건강 트러스트 중 상당수가 18세 미만 청소년에게 치료를 제공하기 위한 중증도 기준을 높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해 자해를 했거나 자살을 고려한 적이 있는 청소년을 포함한 중증 정신질환자조차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치료를 거부당하고 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정신건강 서비스 역시 정신과 전문의와 전문 간호사의 심각한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앤 롱필드 전 아동위원장은 “자살을 시도한 아동이 여러 번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먼저 실제로 진심이었는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시스템이 흔들리기 때문에 지원 문턱이 너무 높다. 가장 심각한 위기 상황에만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2021~22년 아동 1인당 정신건강 지출이 가장 낮은 5개 임상 의뢰 그룹. 아동위원회
2021~22년 아동 1인당 정신건강 지출이 가장 낮은 5개 임상 의뢰 그룹. 아동위원회

어린이가 정신건강 관련 첫 진료를 받기 위해 평균 21주를 기다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웨일즈에서는 대기 기간이 3주까지 떨어졌다. 정보공개 요청에 응답한 트러스트 중 12%만 첫 진료 예약에 대한 정부의 4주 목표를 달성했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영국 트러스트의 거의 4분의 3이 진료를 받기 위해 최소 1년을 기다린 청소년이 한 명 이상 있다고 답했으며, 5분의 2는 최소 2년을 기다리는 청소년이 있다고 답했다. 가장 긴 대기 기간은 217주였다.

정신건강 도움 필요한 아동 급증하자 치료 문턱 높인 NHS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로안나 브루어는 15세와 11세 두 자녀의 정신건강 진료를 4년 넘게 기다리고 있다. 두 자녀 모두 ADHD와 자폐 진단을 받았으며 자해를 비롯한 다른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다.

그는 “CAMHS가 아이들의 정신건강 문제를 자폐라는 이유로 묶어놓아 4년 넘게 대기자 명단에만 올라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강박장애 및 우울증 치료로 쓰이는 선택세로토닌재흡수억제제(SSRI)를 처방받기 위해 수천 파운드를 지출해야 했고 아이는 증상으로 학교를 그만둬야 했다.

레이첼 드 수자 아동위원은 정신건강 지원 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보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아동위원회
레이첼 드 수자 아동위원은 정신건강 지원 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보고 우려하고 있다. 영국아동위원회

이러한 상황은 영국 아동위원회의 최근 보고서에도 반영되어 있다. 보고서는 너무 많은 아동이 위기에 처해 입원하고 있으며, 조기에 개입했다면 예방할 수 있는 일이라고 경고했다.

레이첼 드 수자 아동위원은 “최근 조사에서 정신건강 지원 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보고 우려하고 있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대기 기간이 늘어나고 있으며, 치료를 위해 의뢰된 아동의 우편번호 추첨이 증가하고 있다는 증거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자살을 시도한 아이도 NHS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위기상황의 아이들만 겨우 정신건강 지원을 받고 있다

-앤 롱필드 전 아동위원장

그는 정부에 2025년 말까지 모든 학교에 정신건강 지원팀을 배치하고 아동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투자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그는 전폭적인 지원이 없으면 너무 많은 아동이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족이나 믿을 수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라고 조언하는 정신건강 관련 단체 영마인즈.
가족이나 믿을 수 있는 친구들과 이야기하라고 조언하는 정신건강 관련 단체 영마인즈.

이에 대해 보건사회복지부 대변인은 “학교 내 지원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학교 정신건강팀의 수를 400개 가까이 늘려 300만 명의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지원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신건강 서비스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및 대기 시간 표준을 도입해 전국적으로 고품질의 치료를 더 빠르게 이용할 수 있도록 NHS와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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