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센터나 학원에서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아이가 놀다 온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조직적인 활동, 규칙이 있는 활동에 참여하면 상상력을 발휘한 자유 놀이를 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단순하고 구조화되지 않으며 어린이가 주도하는 자유 놀이의 중요성을 알렸다.
유엔은 아동 발달에 있어 놀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놀이를 모든 아동의 기본 권리로 인정하고 있다. 놀이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지적, 신체적, 사회적, 정서적 웰빙에 기여하기 때문에 발달에 필수적이다.
최근에는 아이들의 스케줄이 어른 못지않게 빽빽하고 활동이 구조화되어 있어 마음껏 놀 시간이 없는 경우가 많다. 자유 시간이 있더라도 체계적인 활동으로 인해 너무 지쳐서 그 시간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자유 놀이를 하는 시간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는 학업에 대한 강조, 자녀를 돌볼 여유 시간이 거의 없는 맞벌이 부모, 전자기기 사용 시간 증가, 야외 놀이 시간 감소, 놀이 환경에 대한 위험 인식, 야외 놀이 공간에 대한 접근 제한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구조화되지 않은 놀이의 가치
보스턴대학 심리학 교수인 피터 그레이 박사는 《미국놀이저널(American Journal of Play)》에 “아이들은 자연 선택에 의해 놀게 되어 있다.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서든 놀 수 있다”는 글을 게재했다.
하지만 지난 50년 동안 어린이들이 구조화되지 않은 놀이를 할 기회는 감소했다. 역사학자들은 이러한 자유놀이의 지속적인 감소가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그레이 박사는 놀이 부족이 정서 발달에 영향을 미쳐 불안, 우울증, 주의력 및 자제력 문제를 증가시킨다고 설명했다. 그는 놀이가 없으면 아동 청소년이 건강한 심리적 성장에 필요한 사회적, 정서적 기술을 개발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소아과학회(AAP) 또한 놀이에 관한 특별 보고서를 통해 비정형 놀이의 다양한 이점을 강조했다. AAP에 따르면, 구조화되어 있지 않고 틀이 없는 자유 놀이는 창의력과 상상력을 육성하며 주변 세계에 대한 상호작용과 탐험을 장려한다. 아이들의 학교 적응을 돕고 학습 준비도, 행동, 문제 해결 능력을 높인다. 아이들이 자기 조절을 배우고 연습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의사 결정 능력을 키워준다. 그룹 활동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고 갈등을 해결할 수 있게 된다.
구조화되지 않은 놀이는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달리기, 자전거 타기, 점프와 같은 활동을 통해 신체 건강도 증진한다. 미국 어린이의 20%가 비만이며, 많은 전문가가 야외 놀이의 감소를 아동 비만과 체력 저하 증가와 연관 짓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매우 중요한 문제다.
또한 놀이 부족은 어린이의 정서 조절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의 높은 발병률에 기여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린이가 주도하는 놀이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두려움, 분노 및 기타 감정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워 실제 상황에서 감정 조절을 유지게 된다. 이는 ADHD와 관련된 충동성, 과잉 행동, 감정 조절력 부족과 싸우는 데 필수적이다. 이러한 유형의 놀이는 구조화되지 않고 아이가 주도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어른이 통제하는 놀이와 비디오 게임이나 TV 시청과 같은 수동적인 활동은 자유 놀이와 다르다. 성인의 통제를 받지 않지만, 다만 야외 놀이를 할 때에는 안전 면에서 감독이 필요하다.
진정한 구조화되지 않은 놀이에는 블록, 인형, 장난감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등 어린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활동이 포함된다. 대신 대부분 전자 장난감은 제외된다. 어른의 가르침이나 지시 없이 뒷마당에서 축구를 하는 것도 구조화되지 않은 놀이에 해당된다. 이러한 종류의 활동적인 놀이는 어린이가 일일 신체 활동 요건을 충족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밖에 미술용품을 이용한 그리기, 색칠하기, 칠하기, 자르기, 붙이기 활동이나 놀이기구 타거나 기어오르기, 그네 타기, 뛰어다니기, 숙제나 공부의 일부가 아닌 즐거움을 위해 책을 읽고 탐색하기 등이 있다.
학교 쉬는 시간에 자유 놀이 하면 안 될까?
구조화되지 않은 자유 놀이를 학교 쉬는 시간에만 하게 해도 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최선의 선택이 아니라고 말한다. 학교 쉬는 시간은 너무 짧은 경우가 많으며 교사에 따라 활동에 제한이 있기도 하다.
라이저 코시츠키는 《에듀케이션위크》를 통해 오히려 일정이 바쁠수록 정해진 활동을 줄이고 구조화되지 않은 놀이 시간을 더 많이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이런 놀이를 통해 아이들은 상상력과 주변 환경을 탐색할 수 있다.
AAP 또한 부모와 자녀 간의 가장 좋은 상호작용은 한가한 휴식시간에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함께 식사하거나, 취미 또는 예술 프로젝트를 하거나, 함께 스포츠를 즐기면서 유대감을 형성할 수 있다. “계획을 잘 세우거나 비용이 많이 들거나 스릴이 있어야만 의미 있는 활동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