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채널

[미국] 버지니아주, 도서 검열 논란되자 학교 도서관 폐쇄 제안

김성은 | Cedric Dent 2023-04-12 00:00:00

학교 도서관 폐쇄로 비용 절감 주장
예산 핑계일 뿐, 특정 도서 금지 행태
버지니아주 스폿실베니아 카운티에서 최근 교육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테일러 교육감은 학교 도서관을 없애자고 주장했다. 스폿실베니아카운티 공립학교
버지니아주 스폿실베니아 카운티에서 최근 교육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테일러 교육감은 학교 도서관을 없애자고 주장했다. 스폿실베니아카운티 공립학교

학생들의 다양한 도서 접근에 대한 논쟁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버지니아의 한 교육구 교육감은 학교 도서관을 완전히 없애자는 급진적인 방안을 제안했다.

버지니아주 스폿실베니아 카운티 교육감 마크 테일러는 최근 교육위원회 회의에서 도서관을 없애면 420만 달러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현재 스포티실바니아카운티 교육구는 1,800만 달러 예산 삭감이 임박한 상황에 처했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한 많은 학부모와 지역사회 구성원은 이에 대해 반대 의견을 표명했다. 그들은 도서관이 아이들 교육에 매우 중요하며 도서관을 없애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청회에서는 공식적으로 학부모나 지역사회 구성원의 발언이 허용되지 않았지만, 일부는 회의장 뒤편에서 ‘우리는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다’, ‘학교에 자금을 지원하라!’ 등의 메시지가 적힌 팻말을 들고 있었다.

열띤 회의가 끝난 지 몇 시간 후 교육위원회 위원 다운 셸리는 테일러 교육감이 예산 절감을 핑계로 특정 책을 없애려 한다고 비난했다. 그는 퓨자선신탁의 분석 언론 스테이트라인(Stateline)과의 인터뷰에서 “도서관을 없애면 특정 책을 다룰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위원 니콜 콜은 별도의 인터뷰에서 도서관 폐쇄는 교육자와 교사에 대한 공격이자 도서 금지의 한 형태라고 말하며 셸리의 의견에 동의했다.

도서관 폐쇄 주장으로 논란이 일자 테일러 교육감과 교육위원회 의장 모두 논평을 요청하는 전화에는 응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육감은 지역 방송국 기자에게 학생들의 휴대폰 앱을 통해 도서관 전체에 접근할 수 있기 때문에 도서관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고 말하며 자신의 제안을 옹호했다. 다만 그는 실물 도서의 중요성과 학생들의 교육 및 연구 기술을 지원하는 사서의 역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도서 금지 및 도서관 폐쇄 : 미국 교육 현주소

버지니아주도서관
버지니아주도서관

회의가 끝난 다음 날 테일러 교육감은 학부모가 부적절하고 '성적으로 노골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문제 제기한 14권의 도서를 학교 도서관에서 제외하도록 명령했다.

지역신문 프리랜서스타에 따르면, 토니 모리슨의 《사랑하는 사람》과 《가장 푸른 눈》을 포함한 이 책들은 이전에 학부모가 포함된 위원회 검토를 거쳐 고등학생에게 적합하다고 판정된 도서였다. 교육감은 이 책들을 다른 도서관에 기증할 것을 제안했다.

스폿실베니아 카운티는 학교 도서관에서 '성적으로 노골적인' 도서를 없애려는 계획을 통과시켰다가 철회한 이후 몇 년간 도서 금지 논란이 되어 왔다. 당시 뉴스 보도에 따르면 한 이사회 위원은 책을 태우는 방안도 제안했다. 공화당 소속인 버지니아 주지사 글렌 영킨은 공립학교 커리큘럼에서 '노골적인' 책에 대한 학부모의 우려를 2021년 선거 캠페인의 한 요소로 삼기도 했다.

문학 단체 PEN아메리카는 2021년 7월 1일부터 2022년 6월 30일까지 32개 주에 걸쳐 138개 교육구에서 책을 금지했다고 보고했다. 이 교육구에는 5,049개 학교에 약 400만 명의 학생이 재학 중이다.

PEN아메리카는 비판적 인종 이론을 가르치는 것에 반대하는 움직임의 산물로 책을 검열하려는 한다고 지적했다. 단체는 도서 금지 운동에 관여하는 최소 50개 단체를 확인했는데, 이 중 대부분은 2021년 이후에 결성되었다.

학교 도서관과 사서의 수는 수십 년 동안 계속 감소하고 있다. 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 데이터를 분석한 학교도서관저널(School Library Journal)에 따르면 가장 최근의 종합적인 수치인 1999-2000학년도와 2015-2016학년도 사이에 학교 사서 수는 19% 감소했다.

버지니아주도서관
버지니아주도서관

교육자들은 학부모에게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하는 법안이 교사를 몰아낼 수 있다고 경고한다.

2024년 대선 후보로 유력한 플로리다주 공화당 주지사 론 드산티스는 작년에 학부모가 학교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고 ‘모든 책이 학생의 필요에 적합해야 한다’는 법안에 서명했다.

도서 금지 조치에 대응해 일부 교사들은 잠재적인 문제를 피하기 위해 모든 책을 치우거나 덮개를 씌워 학생들의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학교 도서관을 폐쇄하고 장서를 없애거나 미디어 전문가 직책을 없애는 교육구도 있다.

상황이 이렇자 사서가 부족한 지역이 속출하고 있다. 뉴저지헤럴드에 따르면 2018-2019학년도에 뉴저지주 전체 학군의 5분의 1에 달하는 학교가 인증된 학교 도서관 미디어 전문가를 배치하지 않았다. 캘리포니아 교육부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학교의 약 9%만 정규직 또는 파트타임으로 자격을 갖춘 사서를 두고 있다. 이들의 대부분은 고등학교에서 근무한다.

미시간주 교육부에 따르면 미시간주에서는 92%의 학교가 정규직 사서를 고용하지 않고 있으며, 2016년과 2020년 사이에 미시간주의 학교 사서 수는 73% 감소했다. 여러 연구에 따르면 표준화 시험에서 높은 읽기 점수와 도서관 및 사서의 존재 여부는 상관관계가 있었다.

인력 부족에서 입법까지

[미국] 버지니아주, 도서 검열 논란되자 학교 도서관 폐쇄 제안
웨스트버지니아주는 동성 또는 이성의 성행위에 대한 언급이 포함된 도서를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입법부

몇몇 주에서는 학교 도서관에서 특정 도서를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인디애나주에서는 학교 도서관에서 '음란물이나 어린이에게 유해한 내용'이 포함된 도서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안이 상원을 통과해 하원에서 검토 중이다. 미주리주의 한 법안은 학교에서 사용되는 도서에 대해 학부모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절차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주는 동성 또는 이성의 성행위에 대한 언급이 포함된 도서를 학교 도서관에 비치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 있다. 켄터키주에서는 민주당 소속의 앤디 베셔 주지사가 '음란물 방지' 법안에 서명하지 않고 법제화를 허용했다. 법에 따르면 학교는 학부모가 자녀에게 유해한 책과 자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불만 처리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미국] 버지니아주, 도서 검열 논란되자 학교 도서관 폐쇄 제안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은 호기심 많은 학생들을 위해 조언을 남겼다. 스티븐킹 트위터

몇몇 도서를 금지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베스트셀러 작가 스티븐 킹은 호기심 많은 학생들을 위해 조언을 남겼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 “가장 가까운 서점이나 학교 도서관이 아닌 곳을 방문해 읽지 말라고 하는 책을 찾아보라”고 권하며 지식과 다양한 관점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Copyright ⓒ 아이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교육뉴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