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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에듀체크] 자폐 아동 행복지수 정말 낮을까? "연구자 편견" 주장 제기

김성은 | Giselle Rances 2023-04-11 00:00:00

2019년 연구, 자폐인이 삶의 질이 낮고 건강 상태 나쁘다고 보고
 연구에 따르면 자폐스펙트럼장애인 아동과 성인 모두 일반인보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나쁘고 삶의 질이 낮았다. 펀러닝포키즈
연구에 따르면 자폐스펙트럼장애인 아동과 성인 모두 일반인보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나쁘고 삶의 질이 낮았다. 펀러닝포키즈

자폐 아동이 일반 아동보다 행복할 가능성이 낮다는 연구결과가 잠재적 측정 편향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됐다.

2019년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자폐스펙트럼장애인 아동과 성인 모두 일반인보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이 나쁘고 삶의 질이 낮았다. 자폐 여성과 여아는 자폐 남성과 남아보다 삶의 질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삶의 질 확인하기 위해 자폐인 대상 설문조사 

삶의 질은 직업 상태와 고등학교 졸업, 독립적인 생활 가능 여부 등의 척도를 사용해 평가되는데 당시 텍사스대학 직업치료 및 재활과학 부교수 클라우디아 힐튼 박사가 이끈 연구진은 삶의 만족도와 같은 주관적인 척도를 파악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환자보고결과측정정보시스템(PROMIS)에서 일반 인구의 삶의 질을 평가하는 데 사용되는 설문조사로 시작한 뒤 임상의 패널의 자문을 토대로 자폐인에게 가장 적합한 설문조사를 작성했다. 자폐 어린이 285명과 청소년 357명, 성인 262명을 모집해 정서적 건강, 삶의 만족도, 인지기능, 전반적인 건강, 또래 및 가족관계, 수면 문제, 사회적 역할에 대한 만족도, 사회적 지원, 자기 효능감 등에 대해 질문했다.

그 결과 연구진은 모든 연령대 자폐인이 일반인보다 모든 영역에서 삶의 질이 낮고 건강 상태가 나쁘다고 보고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잠재적 측정 편향 가능성 제기 

추정치에 따르면 전 세계 160명 중 1명의 어린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다. 미국에서는 학령기 아동 59명 중 1명이 자폐 진단을 받는다. WHO, CDC 
추정치에 따르면 전 세계 160명 중 1명의 어린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앓고 있다. 미국에서는 학령기 아동 59명 중 1명이 자폐 진단을 받는다. WHO, CDC 

그러나 최근 웨스트버지니아대학 응용보건과학 사만다 로스 박사는 이 데이터를 재분석한 결과 잠재적 측정 편향의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고 전했다. 로스 박사는 이와 같은 연구결과를 《자폐리서치(autism research)》 최근 호에 발표했다.

수석연구원인 로스 박사는 장애 아동의 삶의 질 측정치를 검증하고 효과적인 측정치를 만드는 데 자폐 커뮤니티를 참여시켜야 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잠재적 측정 편향이란

설문조사 또는 평가 도구가 특정 인구 또는 그룹에 대해 정확하거나

공정한 평가를 제공하지 못할 가능성을 뜻한다.

측정 도구에 사용된 질문이나 방법이 측정 대상과 무관한 요인에 의해 영향을 받아 서로 다른 그룹 간의 결과에 차이를 초래할 때 발생할 수 있다. 데이터에서 도출된 결론은 오해의 소지가 있거나 연구 대상 집단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할 수 있다. 잠재적인 측정 편향을 최소화하려면 측정 도구를 검증하고 조사 대상 특정 그룹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9년 연구진은 ‘삶의 질’을 나타내는 것으로 생각되는 10가지 설문조사 항목을 선정하고 이를 사회적 역량, 행동 통제, 학업 동기 부여 세 가지 영역으로 분류했다. 연구에 따르면 자폐 아동은 사회적 역량과 행동 통제 영역에서 비자폐 아동보다 낮은 점수를 받았다.

펀러닝포키즈
친구를 사귀고 우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지 묻는 항목은 자폐 아동에게는 그리 민감한 지표가 아닐 수 있다. 펀러닝포키즈

그러나 재분석 결과, 자폐 아동 본인 혹은 보호자가 사회적 역량과 행동 통제에 대한 질문에 전체 점수가 비슷한 비자폐 아동의 보호자와 다르게 답변하는 측정 편향의 증거가 발견되었다. 10개 항목 중 6개 항목에 대해 측정 편향이 뚜렷했다. 측정 편향을 통제하자 세 가지 하위 영역 모두에서 자폐 아동과 비자폐 아동 간의 격차가 좁혀졌다. 재연구진은 그룹 간의 나머지 차이는 신중하게 해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두 연구 모두에 참여하지 않은 필라델피아아동병원(CHOP)의 박사후 연구원 엘리 카플란-칸은 “연구자들은 상당한 편향이 발견될 경우 해당 측정법을 사용해야 하는지 여부를 비판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폐 아동이 사회적 영역에서 항상 점수가 낮다면

장애 페널티가 없는지 의심해야 한다" 

-웨스트버지니아대학 사만다 로스 박사 

예를 들어 친구를 사귀고 우정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지 묻는 항목은 자폐 아동에게는 그리 민감한 지표가 아닐 수 있다. 또한 자폐 아동의 친구관계는 비 자폐 아동과는 다를 수 있다.

로스 박사는 자폐 아동의 다양성을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자폐 아동이 항상 사회적 영역에서 낮은 점수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면 장애 페널티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폐 그룹과 비자폐 그룹 간 건강 관리를 비교하자 자폐 그룹에게서 정신건강 및 신체건강을 치료하지 않은 사례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BMJ저널 
자폐 그룹과 비자폐 그룹 간 건강 관리를 비교하자 자폐 그룹에게서 정신건강 및 신체건강을 치료하지 않은 사례가 훨씬 높게 나타났다. BMJ저널 

설문조사 신뢰 확보하려면 자폐인 의견 들어야 

필라델피아아동병원 심리학 부교수인 주디스 밀러는 “앞으로 연구자들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개발된 측정법이 자폐 환자에게도 의미가 있는지에 대해 자폐 환자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로스 박사 연구진은 자폐 청소년과 보호자를 대상으로 인터뷰하며 재조사하고 있다. 자폐 청소년이 실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에 삶의 질 지수가 낮은 것인지 아니면 2019년 연구의 설문조사 항목이 자폐 청소년의 경험을 효과적으로 포착하지 못했기 때문에 점수가 낮은 것인지 알아내기 위해서다.

박사는 “자폐 특성이 결함을 초래한다고 가정하기 전에 설문조사 도구의 신뢰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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