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한 교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학교 평가기준인 오프스테드의 적합성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
최근 케이버샴초등학교의 교장 루스 페리는 재직 중인 ‘우수 등급’ 초등학교를 ‘개선 등급’ 학교로 격하시킨 학교 시찰 보고서 공개를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일부 교원노조는 공개 중단을 요구했지만, 교육부는 오프스테드 정보 공유 필요성을 이유로 거절했다.
오프스테드(Office for Standards in Education, Ofsted)는 영국 내 모든 교육 및 아동기관을 검사해 평가하는 기관이다. 여기서 발간되는 보고서는 통칭 오프스테드 평가라고 불린다. 여기서 검사 대상 학교 또는 단체는 여건에 따라 4년 또는 30개월마다 검사를 받고 4단계의 평가(우수-양호-개선 필요-부적합)를 받게 된다.
웨일스에서는 에스틴(Estyn)이, 스코틀랜드에서는 스코틀랜드 교육부(Education Scotland)가, 북아일랜드에서는 교육및훈련평가원(Education and Training Inspectorate)이 검사를 수행한다. 2022년 11월 기준으로 영국의 88% 학교가 우수하거나 양호한 것으로 평가됐다.
우수 등급 학교, 왜 강등되었나
지금껏 영국의 모든 학교는 4년마다 오프스테드 평가를 받아왔지만, 2011년 이후부터는 주로 이전 해에 낮은 평가를 받은 학교 위주로 평가가 집중됐다. 이러한 관행이 이어지면서 오프스테드 평가가 10년 넘게 이뤄지지 않은 학교가 증가했다.
이는 자연스럽게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으며, 결국 2020년부터는 전수검사가 부활하게 됐다. 이에 2020년 3,400개에 달하는 우수 등급 학교는 2025년 여름까지 모두 오프스테드 검사를 받게 될 계획이다.
2022년 9월에서 2023년 2월 사이에 진행된 최신 오프스테드 검사에서는 총 359개의 우수 등급 학교가 평가 대상이 됐다. 결과는 우수 등급 40%, 양호 등급 50%, 개선 필요 10%였고 부적합 학교는 1.4%였다.
결과가 알려지면서 오프스테드 평가 주최 측은 2011년 이전 진행된 마지막 평가 이후 학교의 등급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오프스테드 검사 절차
개별 학교에 대한 오프스테드 검사는 보통 하루 전 통보한 후 전격적으로 이뤄진다. 검사를 위한 방문은 최대 이틀까지 이어지며, 그동안 검사관들은 수업을 견학하고 직원 및 학생들을 인터뷰한다. 학교는 검사 연기나 취소를 요청할 수 있지만, 검사관들은 정부의 교육검사체계에 근거해 오직 예외적인 상황에서만 이를 인정한다.
방문 검사에서 학교의 전반적인 성과, 전달되는 교육의 질, 학생들의 행동과 태도, 직원들의 개인적인 발전 그리고 리더십과 관리의 척도 등이 평가된다. 또한 정부당국의 교육정책을 얼마나 준수했는지도 고려한다.
하지만 혹독한 검사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전영국교장협회(NAHT)는 “현재의 검사 시스템이 개별 학교 지도자들에게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학교는 오프스테드 검사의 결과에 따라 등급이 강등된다. 루스 페리가 근무했던 케이버샴 초등학교에 대한 오프스테드 보고서는 교직원-학생 관계가 ‘따뜻하고 지원적’이며 ‘괴롭힘이 드문 환영적이고 활기찬 학교’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또한 케이버샴초등학교가 쉬는 시간애 적절한 감독이 부족했다고 지적하며 잠재적인 위험성이 있다고 경고하고 등급을 강등했다.
플리머스마존대학의 소니아 블랜드포드 교수는 오프스테드 검사 경험을 회상했다. 24시간 전 불시에 이뤄진 통지는 학교의 지도자, 교사 및 지역사회 전체에 상당한 압박을 가했으며, 학교의 모든 측면이 매우 짧은 시간 내에 검사됐다고 지적했다.
교수는 “등급 강등은 학생 수와 학교 사기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무엇보다 학교의 명망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가혹하다”고 덧붙였다.
평가성적이 우수하거나 양호한 학교는 4년 후에 재점검을 받는다. 동시에 앞으로 어떻게 학교를 더욱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컨설팅을 받게 된다. 반면 ‘개선 필요’ 등급의 학교의 경우 30개월 이내에 다시 검사를 받게 된다.
NAHT, 학교및대학지도자협회, 전국교육연합을 포함한 몇몇 교육연합은 루스 페리의 사망 이후 오프스테드 검사를 중단할 것을 당국에 요구했다. 이들은 오프스테드가 학교와 대학 교직원들, 그리고 교장들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한 즉각적인 조사를 요구하는 동시에 이를 대체할 단일등급체계의 도입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러나 교육부는 오프스테드 검사는 학교의 교육 수준을 평가하는 중요한 법적 근거라며 난색을 표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웨일스의 에스틴과 영국국교회 학교와 학원을 검사하는 기관은 둘 다 단일등급체계를 폐기했다.
한편 노동당은 오프스테드 평가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 이는 학교 평가 성적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현재의 4등급 평가체계를 대체하는 형태를 띠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