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속도에 맞추는 ‘홈스쿨링’, 단원평가 없이 학습 체크하려면?

학생들이 개념이나 주제를 얼마나 잘 배우고 이해했는지 측정하기 위해 학교와 학원에서는 퀴즈나 단원평가, 구두발표, 서술형 시험, 에세이 등을 활용한다. 하지만 홈스쿨링으로 학업을 이어나가고 있다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클렘슨대학 커뮤니케이션 코치로 활동 중인 말리 홀은 홈스쿨링은 학습 과정이 전통적인 교육과 차이가 있기에 평가 방식 또한 달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의 학습을 전혀 측정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닌, 아이의 성장을 평가할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홈스쿨링을 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수년에 걸쳐 증가하고 있다. 미국 국립교육통계센터(NCES)에 따르면 2020년 9월 기준 미국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비율은 11%였다. 특히 흑인 가정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홈스쿨링 비율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AP통신은 코로나19로 학교가 문을 닫자 부모들이 임시방편으로 홈스쿨링을 시작했지만, 홈스쿨링의 장점을 직접 느끼면서 학교 대신 홈스쿨링을 선택하는 경우가 늘어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홈스쿨링은 자녀의 속도에 맞춰서 진도를 조정할 수 있지만, 학습의 효과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 문제로 알려졌다. 말리 홀은 자녀의 홈스쿨링 진도를 평가할 창의적인 방법, 양보다 학습의 질에 초점을 맞추는 법, 홈스쿨링에서 정규시험을 대신할 방법에 대해 조언했다.

홈스쿨링을 할 때 평가 과정은 전통적인 교육환경인 학교에서 진행하는 것과 다를 필요가 있다. 부모는 자녀의 장단점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어 진도를 쉽게 평가할 수 있다. 말리 홀은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닌 질이라고 말한다.

홈스쿨링을 할 때는 아이가 얼마나 많이 배우고 있는지보다는 얼마나 잘 배우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 전통적인 학교 환경에서 커리큘럼과 표준화된 시험은 종종 학습의 속도와 내용을 좌우한다. 홈스쿨링에서는 자녀의 필요에 따라 학습 경험을 맞춤화할 수 있는 유연성이 있어 자녀가 흥미를 느끼는 과목을 더 깊이 파고들어 자신의 속도에 맞춰 배울 수 있다.

홈스쿨링을 위한 창의적 평가 전략

자녀의 홈스쿨링 진도를 측정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있다. 우선 대화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좋다. 자녀가 배운 내용을 가족이나 친구와 논의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수업 자료에 대해 얼마나 이해하고 기억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아이에게 교사 역할을 맡겨본다. 개념이나 관련 주제를 동생이나 또래 친구에게 가르치게 하는 것이다. 학습하는 내용을 얼마나 잘 습득했는지, 자신의 지식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실제 상황에서 지식을 적용해보면 더욱 효과적이다. 단순히 참고서로 배운 내용을 암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실생활에 적용하면 지식의 활용도가 높아진다.

디지털 플랫폼도 적극 사용한다. 아이가 학습 내용을 보여줄 비디오, 프레젠테이션 또는 기타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도록 권장한다. 학습에 대한 이해도는 물론 의사소통 능력까지 체크할 수 있다.

홈스쿨링 자료 제공 업체 세톤 홈스터디스쿨은 홈스쿨링을 하는 자녀의 학습을 평가할 때는 정답율이 아닌 성장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수학 문제의 60%만 정답을 맞췄기 때문에 아이가 잘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는 것. 지난 평가에서 정답율이 40%에 그쳤지만, 이번 평가에서 60%로 올랐다면, 아이는 성장한 셈이다.

암기가 학습의 중요한 측면이지만, 자녀가 실제 상황에서 지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암기보다 이해와 적용이 중요한 오픈북 테스트도 고려해보자.

문제를 대하는 태도를 살펴본다. 아이가 직접 정보를 찾고 질문을 하는 등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하는지, 비판적인 사고를 갖췄는지 확인한다. 결국 장기적인 학업 성장을 위해서는 비판적 사고와 문제해결능력이 필수다. 학습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정보를 찾고, 지식의 공백을 메우려고 열심인 아이는 홈스쿨링을 성공적으로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홈스쿨링을 할 때는 부모가 교사이자 코치가 되지만, 아이가 독립적으로 어려움을 헤쳐나가도록 배려한다. 말리 홀은 “자녀의 학습 과정에 의도치 않게 필요 이상으로 자주 참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복잡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이든 능력 이상의 책을 읽는 것이든 아이에게는 도전이 중요하다. 회복력과 자립심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고 학업에 대한 통찰력이 생긴다.

주목할만한 프로젝트나 작품, 수업계획이 있다면, 포트폴리오용으로 보관한다. 학습 진행 상황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시간의 경과에 따라 어떻게 성장하는지 추적한다.

교육 전문가들은 홈스쿨링의 평가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한편으로는 기존의 공식적인 시험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기본 덧셈과 뺄셈 등 수학 연산의 경우 표준화된 시험 문제를 시중에서 찾아볼 수 있다. 시험 문제를 푸는 시간과 정답율을 체크하는 것은 아이가 연산에 얼마나 익숙한지 알아보는 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