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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가려면 미적분 필수? 구시대적 유물론 주장 제기돼

김성은 2023-03-17 00:00:00

저소득층 학생 많은 학교일수록 미적분학 수업 미운영
명문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에게 미적분학은 필수 코스였다. 텍사스공과대학 
명문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에게 미적분학은 필수 코스였다. 텍사스공과대학 

미적분은 수능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선택하는 수학선택과목이자 주요 대학에서 필수로 요구하는 과목이다. 하지만 학생들 사이에서 미적분학은 오랫동안 공포의 수학 대상이었다. 학습을 꾸준히 해온 학생들도 미적분학을 만나면 ‘수포자(수학 포기자)’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미국 교육계 일각에서는 고등학교에서 미적분학을 이수하는 것을 재고해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미적분학 과정 자체가 구식이고 학생들이 배우기 어려워 폐지하는 것이 맞다는 비판이 나왔다.

미적분학은 대학 입학사정관들에게 학생들의 학업이 탄탄하다는 신호나 마찬가지였다. 명문 대학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에게 미적분학은 필수 코스였다.

하지만 미적분학 폐지를 주장하는 비평가들은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 비율이 많은 학교, 저소득층 학생들의 비율이 많은 학교일수록 미적분학 수업을 제공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UCLA의 통합 생물학 및 생리학 및 의학 교수인 앨런 가핑켈은 “고등학교 미적분학은 완전히 시간 낭비이고 학생들을 고문하는 것과 같다”라고 말했다.

국가교육진보평가에 의해 집계된 데이터에 따르면 2019년에 고등학교 졸업생의 16%만 미적분학 학점을 취득했다.

2021년 학습정책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2018년에 흑인 및 히스패닉 등록 학생이 높은 학교의 52%만 미적분학 과정을 제공한 반면 등록이 낮은 학교의 76%가 미적분학 과정을 제공했다.

미국 교육부의 시민권 자료를 주로 분석한 이 연구는 미적분학 과정이 더 가난한 지역의 학교에서도 적게 운영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저소득층 학생의 비율이 높은 고등학교는 미적분학 수업이 있는 곳이 45%에 불과했지만, 이들 학생의 비율이 낮은 고등학교는 87%였다.

미적분학이 대학 수준의 학문과 전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며 통계학과 데이터 과학을 포함한 다른 과목들도 마찬가지로 가치가 있는 것으로 간주되어야 한다고 일부 사람들은 말한다.

평등을 지지하는 수학정책을 추진하는 단체(Just Equations)의 멜로디 베이커 국가정책국장은 "미국에서 소수의 대학만 입학하는 모든 학생들에게 미적분학을 요구한다는 사실과 상관없이 미적분학이 대학에 입학하려면 필요하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성공하기 위한 필수코스라는 인식이 자리잡았다는 것이다.

텍사스오스틴대학의 다나 센터 정책 책임자 데이브 쿵은 “미적분학이 대학 수학의 기본이라는 생각은 오래 전 사라진 시대의 유물이다”라면서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수학의 다른 분야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교육과정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린공과대학의 수학 교수인 사라 스펜스 애덤스는 “미적분학 수강 자체가 불균형하다. 사회적으로 소외된 학생들이 미적분학 때문에 STEM 분야와 같은 보수가 높은 직업을 선택할 때도 배제되는 것이 정당한지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수학의 다른 분야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교육과정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텍사스공과대학 
디지털 시대가 도래하며 수학의 다른 분야의 중요성이 커졌지만 교육과정은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텍사스공과대학 

학습정책연구소는 흑인이나 히스패닉 학생들의 등록이 높은 뉴욕주립고등학교의 27%만 미적분학을 제공하는 반면, 등록이 낮은 학교의 81%가 미적분학을 제공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단체는 뉴저지주에서 50%P 차이가 났다고 보고했다. 메릴랜드,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49%P 차이가 났다.

베이커는 “물론 미적분학에 대한 이해는 대학 교육에서 도움이 된다. STEM 학위를 얻으려는 학생들에게 대학은 미적분학에 대한 이해를 기대한다. 하지만 연구는 미적분학을 서둘러 듣고 통과하는 것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의 선임고문인 빌 터커는 “고등학교에서 미적분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멈춰야 하는 악순환이다. 미적분학 수강 자체가 불평등의 시작이다”라며 비공식적인 대학 입학 기준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학수학의 기본이 미적분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래 전 사라진 시대의 유물이다"

-텍사스오스틴대학 정책 책임자 데이브 쿵

국내에서도 미적분학을 두고 찬반 의견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시된 2022년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고등학교 수학 과목 중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이 일반선택 과목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과목에서도 제외될 가능성이 나왔다.

이를 두고 대한수학회는 반대 입장을 지난 7일 표명했다. 수학회는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미적분Ⅱ와 기하 과목이 제외된다면 많은 지식의 습득이 필요한 시기에 있는 고등학생에게 새로운 내용의 공부보다는 기초 수준의 내용을 이리저리 변형한 문제 풀이에 불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들일 것을 국가가 강요하게 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금도 대학 이공계 과목의 가장 기본적인 언어인 미적분과 기하를 고등학교에서 제대로 학습하지 못한 채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은 기초 수준의 강의조차 수강할 능력을 갖추지 못해 대학에서의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회과학 영역인 경영과 경제, 사회학, 심리학 분야에서도 기본적 통계 지식을 학부 수준에서 다루기에 그의 근간이 되는 미적분 학습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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