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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 눈 돌리는 영국 사립학교...높은 수익성에 진출 ‘봇물’

김성은 2023-03-16 00:00:00

개발도상국을 포함한 전 세계 40개 이상의 영국 사립학교 분교, 2900만 파운드의 수익 달성
브라이튼칼리지가 베트남 분교를 설립하며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브라이튼칼리지
브라이튼칼리지가 베트남 분교를 설립하며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브라이튼칼리지

영국의 사립학교들이 수익성을 목적으로 한 해외 분교 설립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세계 최빈국을 포함한 다수의 해외 분교들은 줄잡아 수백만 파운드의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영국 사립학교들은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개발도상국의 부동산 개발업자들과 협력해 해외에 호화로운 분교를 건설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사립학교들이 차기 노동당 정부가 추진 중인 학비 부가가치세 부과 계획에 재정적 위기를 느끼면서 수입 증대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사립학교들은 2020-21년에 해외 분교로부터 2900만 파운드 수익 기록을 세웠다. 사교육정책포럼
사립학교들은 2020-21년에 해외 분교로부터 2900만 파운드 수익 기록을 세웠다. 사교육정책포럼

사교육정책포럼(PEPF) 연구에 따르면 2011~2012년 불과 수십 개 분교에 160만 파운드 수준이었던 해외 분교 수익은 2020~2021년에는 40개 학교, 2900만 파운드 수익을 올리면서 20배 가까이 늘어났다.

독립학교협의회(ISC) 줄리 로빈슨 최고경영자는 “사립학교가 등록금 수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방법을 찾으면서 국제 캠퍼스와 해외 파트너십 설립에 눈을 돌리고 있다”며 “이렇게 벌어들인 돈을 영국 본교의 장학금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PEPF 대변인은 “영국 사립학교들이 개발도상국 분교 운영을 통해 얻은 막대한 이익을 철저히 영국에 있는 본교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분교의 연간 등록금이 1만 7000파운드에 달하는데도 불구하고, 재학생의 단 1%만 장학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는 심각한 윤리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사립학교 운영을 연구해온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프랜시스 그린 교수도 “개발도상국으로부터 거둔 이익을 영국에 투입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와 함께 해당 국가의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불만과 분개를 살 수 있는 행동”이라고 경고했다.

브라이튼 칼리지의 CEO 리차드 케언스 박사가 베트남 분교 첫 입학생들을 만났다. 브라이튼칼리지
브라이튼 칼리지의 CEO 리차드 케언스 박사가 베트남 분교 첫 입학생들을 만났다. 브라이튼칼리지

그러나 영국 사립학교들의 해외 분교 설립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맨체스터대학 교육연구소의 연구원이자 PEPF 보고서의 수석 저자인 톰 프라이어 박사는 “지난 10년간 해외 분교로부터 얻은 수입이 급증했다”며 “새로운 분교 설립이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5년 세 영국 사립학교에 의해 운영되는 해외 분교의 수는 100개 이상으로 두 배가 되됐다. 프라이어 박사는 머지않아 최소 새로운 분교 28곳이 문을 열 것으로 내다봤다.

현재 분교의 절반 이상이 UAE, 중국, 홍콩에 집중된 가운데, 새로운 학교 설립 경쟁은 케냐, 인도네시아, 캄보디아를 넘어 인도와 베트남으로 이어지고 있다.

"개발도상국으로부터 거둔 이익을 영국에 재투자하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 될 뿐 아니라 해당 국가 국민들이 분개할 만하다"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프랜시스 그린 교수

태국, 싱가포르, UAE에 분교를 설립한 브라이튼칼리지는 올해 베트남에서 39개 사립학교를 운영하는 현지 기업 빈코프와의 제휴 계획을 발표했다. 세부내용에 따르면 양측은 베트남에 7개의 분교를 기획하고 있으며, 그 중 첫 번째 학교를 하노이에 개교할 예정이다.

각 분교의 구체적인 수익은 거의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파이낸셜타임즈는 최근 기사에서 “영국 본교는 해외지역 운영자로부터 연간 수익의 2~6%를 거둬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분교로부터 거둬진 수익은 학생 등록금 일부부터 지역 파트너에 대한 컨설팅 비용, 또는 브랜드 사용 수수료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얻어진 수익은 모교에 투자되거나 다음 분교 설립에 이용되기도 한다.

덜위치 칼리지는 12곳 분교를 설립했다. 덜위치 칼리지
덜위치 칼리지는 12곳 분교를 설립했다. 덜위치 칼리지

프라이어 박사는 이 수익이 영국의 법인세로부터 자유로운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박사는 적어도 40개의 사립학교(잉글랜드 37개, 스코틀랜드 3개)가 2020~21년에만 500만 파운드 이상의 세금 감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분교 직원들을 인터뷰한 배스대 수석 강사 라인 쿠르투아는 “인터뷰에 응한 분교 직원들은 모교가 자신들과 거의 접촉하지 않았으며, 지원 또한 거의 전무했다고 성토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 직원들은 분교의 설립 이유가 단지 영국의 모교에 자금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 느끼고 있다”고 덧붙였다.

해외 분교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곳의 학비가 경제적 부담을 덜 느끼는 부유층으로부터 주로 지불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러나 쿠르투아는 “그렇더라도 그 돈을 분교에 투자하지 않고 모교로 가져가는 것은 정당성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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