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십 대 청소년들이 소셜미디어로 기후변화를 배운다는 조사가 나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SNS로 새로운 관점과 네트워크를 얻을 수 있지만, 잘못된 정보와 가짜뉴스, 음모론에 빠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교육매체 에듀케이션위크와 리서치센터가 공동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14~18세 청소년의 56%는 유튜브, 틱톡 등 SNS로 기후변화에 대해 일부분 또는 많은 것을 배운다고 답했다. SNS로 기후변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운다고 답한 청소년은 4명 중 1명꼴이었다.
플로리다주 커틀러 베이의 고등학생이자 학생 기후운동가인 가브리엘라 바레토는 “SNS가 기후변화 주제에 대한 정보를 우리 세대에 전파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느낀다”며 “또래들 중에서 부모님처럼 뉴스를 보는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교육자들은 학교에서 디지털 문해력을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NS의 허구 세상, 가짜뉴스로부터 사실을 가려내고 콘텐츠 제작자들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
조지아 대학의 학습, 디자인, 기술 조교수 로렌 배디는 “디지털 문해력을 가르치는 것은 누구의 일이 되느냐는 질문을 받는다. 현재로서는 교사도 부모도 아니다. 청소년들이 서로서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친구나 형제자매로부터 배우는 경향이 큰데, 서로 나쁜 관행을 가르치지 않는 한 반드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2022년 가을 에드위크와 리서치센터의 공동 조사에서는 청소년들이 기후변화 정보를 얻는 세 번째 출처가 SNS였다. 첫 번째는 교사, 두 번째는 부모였다.
10대 3명 중 2명은 기후변화에 대해 교사로부터 어느 정도 또는 많은 것을 배웠다고 대답했다. 60%는 유튜브로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를 본 적이 있다고 했으며 46%는 페이스북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를 접했다고 답했다. 틱톡과 인스타그램이 그 뒤를 이었다.
로렌 배디 교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의 인기는 놀랍지 않지만, 페이스북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를 얻는다고 말한 십 대가 이렇게 많을지는 예상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그 이유는 최근 몇 년간 십 대 사이에서 페이스북 사용은 감소해왔기 때문. 교수는 십 대들이 대부분 페이스북을 어른들을 위한 공간으로 여긴다고 하면서 십 대들이 페이스북을 사용할 때, 주로 기후변화에 대한 기사를 공유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게시하는 가족 구성원들과 연결하기 위한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SNS의 가짜뉴스 알아보려면 디지털 문해력 있어야
캘리포니아 페어필드에 사는 고등학교 3학년 제시카 발택스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대부분 콘텐츠는 자신이 팔로우하는 인플루언서와 유명인사로부터 접한다고 말한다. 빌택스가 보는 콘텐츠의 상당수는 극단적인 사진이다. “북극곰이 먹이가 없고 얼음이 녹고 있어 서로를 잡아먹는 사진을 보았다. 강한 인상을 주고자 자극적인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주 메드웨이의 고등학교 3학년 줄리아 프랜시스는 뉴욕 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와 같은 인스타그램 뉴스 계정과 신뢰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환경 계정에서 기후 변화 정보를 얻는다. 덕분에 유튜브로 공개되는 기후변화 음모론이나 잘못된 정보를 발견하는 일이 종종 있다.
줄리아는 자신이 알고 있는 기후변화에 관한 내용은 대부분 부모와 책, SNS로 접한 것이며 학교에서는 과학수업에서만 잠깐 언급됐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청소년들이 비공식적으로 학습하는 방법을 연구하는 배디 교수는 학생들이 SNS로 기후변화에 대한 정보를 찾기 시작한 것인지 혹은 우연히 발견한 것인지에 따라 기후변화 정보를 해석하고 소화하는 방법에 큰 차이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말로 자기주도적으로 기후변화 정보를 찾은 것인가? 아니면 그냥 틱톡 피드에 올라온 것을 본 것인가?”라고 말했다. 교수에 따르면, 만약 자기주도적이라면, 아이 스스로 주도권을 잡고 있고, 디지털 문해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디지털 문해력을 높이려면 신뢰할 수 있는 출처를 사용해 가짜뉴스가 아닌지 확인한다. 페이지에 있는 내용만으로 정보의 진실성을 판단하려 하지 않는다. 알고리즘이 사용자가 SNS에서 보는 것을 어떻게 조작하는지 이해한다.
콘텐츠 제작자의 동기에 의문을 제기할 필요도 있다. 특히 온라인 콘텐츠가 강력한 반응을 불러일으키고 사용자가 먼저 정확성을 평가하지 않고 무언가를 공유하도록 유도하는 경우를 생각해야 한다.
이런 기술에도 불구하고 십 대들은 기후변화 컨텐츠를 접할 때 디지털 문해력 기술을 사용할 가능성이 적다.
잘못된 기후변화 정보 얻는 경우도 많아
캘리포니아 안티오키아에 있는 고등학교 과학교사 제프 애드킨스는 과학적 주장이라 하더라도 일차적 정보인지 이차적 정보인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학술지에 발표된 과학적 연구와는 달리 SNS에 업로드되는 컨텐츠는 품질 관리가 거의 또는 전혀 안 되어 있다는 것을 학생들에게 알리고 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보유한 메타와 같은 기업들은 기후변화 콘텐츠에 사실 확인 라벨을 추가하는 등 자사 플랫폼에서 기후변화 오보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구글은 2021년 기후변화를 부정하는 웹사이트와 유튜브 동영상에 광고를 표시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2021년 구글의 광고 금지에 대한 분석이 보여주었듯이, 여전히 많은 컨텐츠가 틈새를 빠져나간다.
조사에서 79%의 고등학생들이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으며, 주로 인간 활동에 의해 발생한다고 말했다. 46%는 스프레이 캔과 냉장고에서 나오는 가스로 인해 생긴 오존층 구멍이 지구 온난화의 주요 원인이라고 답했다. 거의 5명 중 1명은 화산이 기후변화에 기여하는 온실가스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드킨스는 교사로서 봤을 때 25년 동안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산업과 화석 연료 배출이 주요 원인이라고 믿는 학생들의 비율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요즘 십 대는 예전과 달리 현명하게 SNS를 사용한다는 주장도 있다. 펜실베이니아주 다우핀 고등학교의 과학 교사인 엘리자베스 커먼은 “불과 5년 전에 가르쳤던 학생들과 비교해 큰 변화를 보았다. 잘못된 정보에 대해 훨씬 더 잘 알고 있고, 비판적이다. 유명한 사람이 출연했다고 반드시 사실이라고 믿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특정 인물이나 그룹을 팔로우하는 것이 아닌 기후변화 해시태그를 팔로우함으로써 SNS에서 많은 정보를 얻는 것도 달라진 추세다.
배디 교수는 십 대가 디지털 문해력 기술을 갖추고 있는 한 SNS가 교실에서 배우는 내용을 보충하는 귀중한 정보원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SNS가 특히 기후변화와 같은 큰 문제에 관해 젊은이들에게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힘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십 대들은 SNS를 통해 관심사를 중심으로 형성된 공동체와 연결할 수 있다. 청소년들의 기후행동을 이끌어내는 기반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