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열이 소아과를 찾아야 할 신호라면 과민성은 정신건강 전문가를 찾아야 할 핵심 증상이다. 아이가 매사 기분 나빠하고 쉽게 좌절하거나 짜증을 내고 성미가 급하며 투덜거린다면 그냥 ‘짜증이 심하다’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신경다양성 전문매체 애디튜드는 과민성은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에서 파괴적인 기분조절장애(DMDD), 조울증(BPD)에 이르기까지 정신건강과 관련된 질환의 주요 특성이라고 전했다.
아이들의 짜증을 돋우는 요인에는 스트레스, 수면부족, 사춘기의 기분변화 등이 있지만 연령 및 발달 상황과 비교해 짜증의 정도가 심각하고 지속적이라면 심각한 과민성이라고 볼 수 있다. 심각한 과민성은 최대 5%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청소년들이 정신과 치료를 의뢰하는 가장 흔한 이유 중 하나가 과민성이기도 하다.
짜증은 우리가 원하는 목표나 보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발생한다. 일반적으로 우리 두뇌는 보상이나 목표를 달성할 가능성이 더 커지도록 행동을 조정하는 방법을 배운다. 연구에 따르면 과민한 청소년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결함을 보인다.
분노와 공격성은 위협에 대한 정상적인 반응이다. 그러나 과민한 청소년은 중간이나 낮은 수준의 자극을 매우 위협적인 것으로 잘못 해석할 수 있다. 분노, 불만, 짜증이 지속적이면 만성 과민성을 보인다. 이러한 유형의 짜증은 우울증이나 불안이 동반될 수 있다. 반면 갑작스럽게 폭발하거나 공격성을 보이는 에피소드적 과민성인 경우 ADHD나 적대적 반항장애일 수 있다.
워싱턴대학 부교수이자 아동 및 청소년 정신과 의사 윌리엄 프렌치 박사는 “정신과에서 과민성은 소아과의 발열과 같은 개념이다. 과민성이 두드러지는 조건을 살펴봄으로써 과민성의 원인을 알아볼 수 있다”고 말했다.
과민성과 관련된 정신건강 질환
다음은 주요 증상에 과민성이 포함되는 질환들이다.
파괴적기분조절부전장애 : 아동 청소년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으로 갑자기 괴성을 지르거나 화가 난 기분, 짜증 난 상태가 지속된다. 상황에 걸맞지 않게 언어적으로 분노를 폭발하거나 신체적으로 공격하기도 한다. 파괴적기분조절부전장애 아동의 대부분은 소아 양극성장애로 잘못 진단된다. 진단을 받으려면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3회 이상, 적어도 2가지 환경에서 1년 이상 분노 폭발 상황이 발생해야 한다. ADHD, 행동장애, 주요 우울장애와 함께 발생할 수 있다. 6세 이전에는 진단할 수 없지만, 보통 10세 이전에 증상이 나타난다.
적대적반항장애 : 누군가에게 거부감, 적대감을 나타내거나 반항적인 행동을 보이는 양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다. 자주 화를 내거나 종종 신경질적이고 쉽게 짜증을 내며 화를 낸다.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최소 6개월간 반항적인 행동이 발생해야 한다. 적대적반항장애는 우울증과 불안, ADHD와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취학 전에 나타날 수 있지만, 주로 ADHD가 발병한 이후 나타난다. 십 대 후반에 발병하기도 한다.
조울증 : 기분과 행동이 극단적으로 변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다스럽고 산만하며 위험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한다. 일반적으로 청소년기나 성인기에 나타나지만, 진단받은 환자의 일부는 13.7세 이전에 증상을 보였다.
ADHD : 부주의함, 충동성, 과잉행동이 주요 증상으로 알려졌지만, ADHD 아동의 거의 절반은 감정조절을 상당히 힘들어한다. 많은 연구자가 감정조절장애를 ADHD의 핵심 특징으로 여기는 이유다. 연구에 따르면 ADHD 아동의 약 30%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낸다. 높은 수준의 분노가 있으며, 일반적인 기분으로 돌아가는 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갑작스럽게 분노가 폭발하는 것도 ADHD와 관련이 있다.
윌리엄 프렌치 박사는 “아이와 함께 앉아 차분히 호흡하며 진정하는 것이 좋다. 그 순간에 느끼는 좌절이나 분노, 짜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칭찬이나 보상 등 동기 부여를 적극적으로 하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