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가 학생들의 교육을 방해하고 있으며 상황은 더 악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미국 비영리교육매체 헤칭거리포트는 산불과 폭염, 허리케인, 홍수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학교 건물이 파괴돼 학습을 지연시키는 것은 물론 정신건강에도 피해를 입힌다고 설명했다.
세계 곳곳에서 극심한 기후변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시내를 휩쓴 산불 때문에 학생들과 교사들이 집을 잃고 개학이 연기됐다. 테네시주에서는 홍수가 발생해 학교가 침수되고 수업이 지연됐다.
코로나19와 함께 기후변화는 지구는 물론 어린이의 삶과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화재나 허리케인, 홍수, 가뭄 등으로 아이들은 집과 교실에서 도망칠 수밖에 없었으며 삶의 안전성이 산산조각 났다. 학교 건물과 예산인 기후 재해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이미 코로나19로 우울 및 불안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교육 부문 내 기후친화적 정책을 육성하기 위한 이니셔티브인 K-12기후액션을 이끄는 아스펜연구소의 로라 쉬프터 선임 연구원은 “극심한 날씨는 점점 더 영향을 미치고 학습에 지장을 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제 학교 지도자와 관리자들은 더 나은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캘리포니아교육구 킨드라 브릿 커뮤니케이션 및 전략 책임자는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70여 개 학교가 산불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밝혔다.
해당 교육구의 콜팩스 초등학교 심리학자인 미쉘 커스터는 “아이들은 화재로 집과 동물들을 잃었다. 원격학습을 몇 달이나 했지만, 결국 개학은 또다시 연기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현실에 들어선 것 같다. 대유행에 더해 산불이 겹치면서 일부 어린이들은 트라우마를 경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큰 화재가 발생한 파라다이스 지역에 등록된 학생 수는 화재 전 3,400명에서 1,542명으로 크게 줄었다. 하지만 학교 심리학자 앤젤 앨렌 클리포드는 여전히 교사와 보좌관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들은 여기 사는 것을 두려워한다. 귀중한 소지품을 상자 안에 보관해 언제라도 도망갈 준비를 한다”고 말했다.
폭염도 학습을 어렵게 만든다. 고온 현상이 지속되면서 뇌로 가는 혈류가 감소된다. 여전히 에어컨이 부족한 학교가 상당수로 더운 여름 아이들은 땀에 젖은 채 온종일 지내야 한다. 볼티모어의 경우 지난 여름 개학한지 몇 시간만에 아이들을 집으로 보냈다.
덴버 공립학교의 테이 앤더슨 이사는 8월 23일 개학 첫 주에 이미 학생들과 직원 몇몇이 열사병에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폭염은 학생들의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 지역의 220개 학교 중 55개 학교가 에어컨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앤더슨 이사에 따르면, 특히 흑인과 히스패닉계 학생이 대부분인 학교의 에어컨 보유율이 확연히 낮다. 백인 학생과 흑인 및 히스패닉계 학생들의 시험 점수 차이는 에어컨 사용에 관한 불평등에서 시작된다고 지적하는 연구도 있다.
덴버 교육구는 저소득층 학생 비율이 높은 학교를 우선적으로 에어컨을 신규 설치함으로써 이러한 격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폭염이 한창을 때는 집에서 원격학습할 수 있는 ‘더위의 날’도 고려 중이다.
미국정신의학협회 엘리자베스 하세 위원장은 지구 온난화가 아이들의 어린시절을 바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제 더 이상 아이들은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에 밖에서 놀 수 없다. 기후 때문에 야외 활동이 제한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극심한 탓에 거주지를 옮기는 경우도 상당하다. 2018년 애리조나 교육구의 톨레슨 유니온 고등학교를 졸업한 에밀리오 아빌라 솔리스는 “친구들의 상당수가 지역을 떠났다. 더 나은 일자리 기회뿐만 아니라 더 시원한 날씨를 찾으려 이주한다. 한낮에 조깅도 못하고 밖에서 놀 수도 없는데 이런 곳에서 정말 아이를 키워여 하는 걸까?”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학교 기반 시설이 기후변화에 전혀 대비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2017년 퓨 트러스트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6,444개 학교가 홍수 위험이 큰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에어컨이 부족한 학교가 많은 필라델피아의 교사연맹은 가장 시급한 시설을 해결하는 데 약 2억 달러가 들 것으로 추정했지만, 비용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시설 교체는 뒤로 미뤄졌다.
정신건강 전문가들은 “어린이들을 포함한 거의 모든 사람이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새로운 현실에 들어섰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아이들이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회복력을 기를 수 있도록 각국의 조처가 시급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