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가 기아위기에 처하면서 아이들의 절반은 먹는 양을 줄여야 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 2일 스리랑카 정부가 거의 1년 전 채무 불이행을 한 이후 인플레이션과 식량‧의약품‧연료 부족, 고용 위기 등 악조건이 겹치며 본격적인 기아위기에 처했고 스리랑카 가정의 절반이 아이들에게 주는 음식 양을 줄였다고 전했다.
세계은행]에 따르면 스리랑카는 식품 물가 상승률이 세계에서 7번째로 높으며, 전년 대비 물가 상승률이 50% 이상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최근 스리랑카 9개 지역에 걸쳐 2,308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물가상승으로 지난해 6~12월 평균 가계지출이 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기본적인 욕구의 대부분을 충족할 수 없다고 답한 가구가 23% 증가했다.
이 때문에 지난 6개월 동안 가계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대출을 받았다는 가구가 24%, 신용거래로 음식을 구입했다는 가구가 24%, 집안 물건을 판매한 가구가 28% 증가하는 등 대부분의 가정이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여성이 인신매매나 성착취, 초과근무, 경우에 따라서는 일 때문에 이주할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여성이 가장인 가구가 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이 경우 아이들만 집에 혼자 남게 돼 위험이 더욱 커진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조사에 따르면, 가구의 절반이 자녀의 음식 섭취량을 줄이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27%는 어른들이 자녀를 먹이기 위해 식사를 거른다고 보고했다. 10가구 중 9가구는 자녀에게 영양가 있는 음식을 보장할 수 없다고 답했다.
콜롬보 출신의 수렌과 프레에티카는 세 아이 모두에게 균형 잡힌 식사를 제공하기 힘들어졌다. 각각 11세, 8세 된 아이들은 이제 한 살이 된 여동생을 위해 더 이상 우유는 마시지 못한다.
11세 티수리는 “우리도 우유를 좋아하지만, 부모님은 여동생을 위한 우유를 살 여유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6~12월 소득원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상실한 가구는 70%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절반 이상의 가구(54%)가 계절적이고 비정기적인 일자리에서 주요 소득을 얻고 있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불안정한 소득 때문에 아이들은 다음 식사를 언제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다고 지적했다.
세이브더칠드런 스리랑카 지부 줄리안 첼라파 국장은 “스리랑카 위기가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극심해지며 아이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과 영양, 교육 모두 큰 타격을 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첼라파 국장은 가족 중 누가 밥을 먹어야 할지 고민해야 하는 현실에 탄식했다. “스리랑카 정부는 국제사회 지원을 받아 사회적 보호체계를 신속하게 구축할 필요가 있다. 긴급 대응이 필요한 비상 상황이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한 이번 조사는 아누라다푸라, 누와라 엘리야, 모나라갈라, 바둘라, 라트나푸라, 트린코말리, 물라이티부, 킬리노치치, 콜롬보 등 9개 지역의 2,308가구를 대상으로 2022년 5~6월 1차, 11~12월 실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