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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겪은 튀르키예 아이들, 영화·게임으로 불안감 떨쳐

김성은 2023-03-03 00:00:00

지진으로 튀르키예에서 540만 명의 어린이들이 영향을 받았다. 유니세프, Tuna ASAM
지진으로 튀르키예에서 540만 명의 어린이들이 영향을 받았다. 유니세프, Tuna ASAM

대지진으로 정신적 충격을 받은 튀르키예 아이들이 최근 드라마와 게임에서 위안을 찾고 있다.

튀르키예 남부와 시리아 북부 국경지역을 강타한 규모 7.8의 대지진으로 아다나 곳곳은 붕괴되고 병원 응급실은 환자들로 가득 찼다. 튀르키예 교육부는 애도의 시간을 갖고자 13일까지 전국 학교에 휴교령을 내린 한편, 이재민과 피해자 유족을 지원하기 위해 심리치료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아다나 지역을 찾은 자원봉사 단체 ‘천사의 손(Hand of angels)’은 지진으로 난민이 된 아이들의 불안을 줄이고자 드라마, 게임, 영화를 활용하기로 했다.

아동발달 전문가이자 천사의 손 대표 멜레커 엘리는 아다나 시청 앞 잔디밭에서 7~8세 소녀 3명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늘 경주는 어땠어요?”라고 물었다.

7세 하사누르는 “좋았어요”라고 대답했다. “기분이 좋았어요, 아니면 정말 좋았어요?”라고 엘리가 묻자 하사누르는 “정말, 정말 좋아요”라고 답했다.

매일 오후 2시가 되면 아다나 시청 앞 잔디밭에는 100명 이상의 어린이들과 자원봉사자들이 모인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신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게임을 하기도 한다. 최근 발생한 지진으로 아이들은 수많은 사람이 죽고 건물이 파괴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자원봉사자들이 이끄는 활동은 아이들의 주의를 다른 곳으로 돌리도록 고안이 되었다.

엘리는 “아이들이 일상으로 돌아가면 치료를 추가로 진행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엔에 따르면, 2월 6일 발생한 지진으로 튀르키예에서 540만 명의 어린이들이 영향을 받았고, 250만 명의 어린이들이 즉각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튀르키예의 유니세프 아동보호 책임자인 제임스 그레이는 내셔널지와의 인터뷰에서 “자연재해 후 아이들이 가능한 빨리 정상적인 활동에 참여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놀이나 레크레이션 활동이 일상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키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현재 단계에서 외상치료나 전문화된 치료를 받는 것이 반드시 도움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체 천사의 손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에게 영화, 게임으로 희망을 주려고 한다. 더내셔널
단체 천사의 손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에게 영화, 게임으로 희망을 주려고 한다. 더내셔널

아다나에서 아이들은 난방, 전기, 수도가 없는 정부가 제공하는 텐트에서 생활한다. 비록 날씨가 최근에 따뜻하긴 했지만, 지진 발생 후 며칠 동안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아이들은 학교에 갈 수 없었고 여진 우려로 집에 돌아가는 것을 두려워했다.

엘리는 “지금으로서는 외상치료보다는 주의를 산만하게 하는 활동이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활동 첫 날 한 아이는 “건물이 어떻게 무너졌는지 아세요? 잔해 봤어요?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은 지 알아요?”라고 물었다. 엘리는 “거의 2주가 지난 뒤에야 아이는 진정됐다. 지진에 대해 말하는 대신 게임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게임으로 불안을 떨칠 수 있었던 아이는 최근 가족과 함께 해안 도시 안탈리아로 떠났다.

아다나는 지진 진원지에서 남서쪽으로 200km 이상 떨어진 곳에 위치해있다. 튀르키예에서 다섯 번째로 규모가 큰 도시인 만큼 아다나는 집을 잃은 사람들을 위한 피난처이자 교통의 요지 역할을 한다.

스포츠 교사이자 자원봉사자인 하룬은 신체활동이 아이들의 불안과 우울을 달래는 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물론 운동 경기를 하다가도 슬픈 상황임을 깨닫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들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엘리는 다시 트라우마를 일으킬 수 있는 요인이라면 그 어떠한 것이라도 아이들에게 제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영화나 대화에 지진, 분리, 지하 등의 키워드는 배제되어야 한다.

이에 영화와 드라마를 신중히 선택한다. 디즈니의 고전 애니메이션 라이온킹은 아버지와 아들이 이별하는 장면이 포함됐기에 최근 어린이들을 위한 영화 목록에서 삭제됐다. 자원봉사단체는 두더지가 등장하는 터키의 애니메이션도 부적절한 것으로 판단했다. 두더지가 지하 터널에 사는 만큼 잔해에 갇힌 가족이나 친척에 대한 기억을 촉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신 단체가 고른 영화는 디즈니의 알라딘이다. 앨리는 “날아다니는 카페트를 보며 아이들은 꿈을 꿀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진에 대해 새로운 소식을 알리는 뉴스나 소셜미디어는 멀리하려고 노력한다. 지금 당장은 아이들이 지진을 회상하지 않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담당 자원봉사자 시린 걸리린은 아이들에게 즉흥 연주를 제안했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도록 이끄는 것이다. 걸리린은 “죽음, 붕괴, 잔해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면 아이들은 더 이상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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