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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년 전 저능아 꼬리표 붙어 교육 놓쳤다" 피해자들 정부에 보상 요구

김성은 2023-02-24 00:00:00

TV 다큐멘터리 ‘저능아: 영국적인 스캔들’. BBC
TV 다큐멘터리 ‘저능아: 영국적인 스캔들’. BBC

영국에서 1960~70년대 청소년기를 보낸 흑인들이 정부에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영국 일간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특수교육이 필요한 처지였는데도 학교에서 ‘느림’, ‘저능아’ 등의 말을 들었고 커리큘럼이나 시험, 자격증이 없는 학교로 배치되었다.

흑인들은 ‘교육적으로 비정상’이라는 꼬리표가 평생 따라붙으며 자신감과 자존감, 인생의 여러 기회를 날렸다고 주장하며 정부에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는 캠페인을 시작했다.

2021년 BBC TV 다큐멘터리 ‘저능아: 영국적인 스캔들’로 몇 가지 사례가 다뤄졌지만, 방송 이후 더 많은 피해자가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고 변호사를 의뢰해 외상후스트레스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나섰다.

다큐멘터리는 1945년부터 지적능력이 제한된 아이들이 ‘교육적으로 저능(ESN)’이라는 새로운 용어로 어떻게 불렸는지 설명했다. 런던내부교육청에 의해 유출된 보고서는 편향된 IQ 테스트에 기초해 흑인 아이들에게 불균형적으로 적용되었다고 지적했다.

 카리브해 출신 이민자들 ‘윈드러시 세대’가 교육적 저능아 스캔들의 영향을 받았다. BBC
카리브해 출신 이민자들 ‘윈드러시 세대’가 교육적 저능아 스캔들의 영향을 받았다. BBC

특히 이러한 영향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에 노동력을 지원하기 위해 온 카리브해 출신 이민자들 ‘윈드러시 세대’ 아이들에게 강하게 나타났다. 그중 한 명인 노엘 고든의 부모는 1960년 자메이카에서 영국으로 왔다. 그는 6년 후에 태어났고, 4세에 겸상적혈구증을 진단받았다.

노엘 고든은 특수학교인 주립기숙학교에 입학했지만 이곳에서 인종차별적 학대를 당했고 공식적인 교육은 거의 받지 못했다. 당시 학교는 ‘교육적 저능아’를 위한 학교로 알려졌다.

고든은 "교육과정도 시험도 없어 배울 수 있는 게 없었다. 맞춤법이나 마침표도 알지 못했다. 나는 스스로 불충분하다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고든은 정보시스템 학위와 영국교사자격증 학위를 포함해 다양한 교육을 이수하고 자격증을 취득했으며 어린이 책을 쓰는 등 열심히 노력했지만, 여전히 '교육적 저능'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이시 바렛. BBC 
마이시 바렛. BBC 

마이시 바렛 또한 6세부터 특별한 학교에 다니게 되었고 결국 어떠한 자신감도 자존감도 확립할 수 없었다. 13세가 되어서 일반 학교로 전학을 갔지만, 그동안 학습한 것이 없었기에 학업을 따라가기 힘들었다.

바렛은 "나는 읽고 쓸 줄도 몰랐다. 다른 아이들은 나를 이상하게 생각했고 외톨이가 되었다. 스스로 쓸모없다고 확신했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라고 고백했다.

정규교육을 거의 받지 못한 채 9세 때 자메이카에서 영국으로 온 앤 마리 심슨도 특수학교에 입학했다. "심리학자 진단을 받고 엄마는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조언을 들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나에게 필요한 특별한 교육이 무엇이었는지 모른다"라고 말했다.

이들을 지지하는 노동당 의원 킴 존슨은 “교육을 빼앗긴 사람들은 평생 트라우마에서 헤어나지 못했다”고 말했다.

정부의 사과 및 보상을 요구하는 흑인단체를 지원하는 고문 변호사 프랜시스 스웨인은 “ESN 스캔들로 잠재적으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관련 캠페인은 3월 1일 진행될 예정이며 피해자들에 대한 정의를 촉구하는 청원도 마련됐다.

스웨인은 "애초에 일반 학교에 입학했어야 할 사람들이다. 당시 자메이카의 강한 억양 때문에 별도의 환경에 두고 통제하는 것이 좋다는 인식이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문화적으로 편향된 IQ 테스트를 받았고, 경험 차이로 인해 정답과 달랐다. 결국 IQ 점수가 낮게 나왔다”며 "어린이에 대한 편견과 인종차별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흑인 아이들을 주류 교육에서 지속해서 배제하는 것은 위기다"라며 교육의 인종차별을 지속해서 다룰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건에 대해 영국 교육부는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은 혐오스럽고 학교나 사회에서 설 자리가 없으며 평등법은 인종에 근거해 어떠한 차별도 불법이라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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