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놀이가 미취학 아동의 사회적 행동 능력을 길러준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유아발달 관련 학술지 《ECRQ(Early Childhood Research Quarterly)》 64호에 실린 ‘사회적 가상놀이가 미취학 아동의 사회발달에 미치는 영향’ 논문에 따르면, 가상놀이는 미취학 아동의 또래 관계를 긍정적으로 지원해주지만, 사회적 인지능력이나 사화정서적 능력을 키워주지는 않는다.
독일 튀빙겐대학 헥터교육과학심리학연구소의 앤캐스린 재기 박사는 사회적 역량은 아동의 긍정적 발달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며, 사회적 역량이 부족하면 행동 및 정서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논문을 통해 밝혔다.
연구진은 아이들의 사회적 역량을 일찍이 키워주는 것이 바람직하며, 그중 한 방안으로 사회적 가상놀이가 도움 될 것으로 추정했다.
가상놀이에는 컵을 들고 물을 마시는 흉내를 내거나 장난감 전화기를 귀에 대고 인사를 하는 것, 빈 주전자를 잔에 따르는 행동 등이 포함된다. ‘의사와 환자’ ‘경찰고 KEHENR’ 등 역할놀이 또한 가상놀이에 포함된다.
그간 유아발달 관련 다수 연구에서 가상놀이의 장점이 밝혀진 바 있다. 사회적 역량은 미취학 아동기에 나타나기 시작해 점진적으로 발달한다. 그런데 이 사회적 역량이 발달하는 시기는 아이들이 가상놀이를 하기 시작하는 시기와 일치한다. 가상놀이를 하는 동안 아이들은 다른 역할을 맡고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고 실험한다. 실제 생활에서는 할 수 없는 활동도 가상놀이로는 체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사회적 상황을 이해하고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연구진은 양질의 사회적 가상놀이는 어린 아이들이 사회적 역량을 훈련하고 발전시킬 기회라 보고 가상놀이가 사회적 인지적, 정서적, 행동적 능력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했다.
조사대상 아이들을 담당한 교육자들은 가상놀이를 한 아이들에게서 긍정적 또래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했다. 특히 가상놀이에 교사가 개입한 경우 특정 사회적 행동 능력이 크게 발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가상놀이와 사회적 인지능력 및 정서능력 간에는 유의한 인과관계가 드러나지 않았다.
앤캐스린 박사는 놀이교습과 연계해 가상놀이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아동의 놀이 역량, 사회행동, 긍정적 또래관계를 증진시키는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가상놀이가 사회적 행동을 연습하고 발달시키는 과정으로 아이가 스스로 도달할 수 있는 능력과 주변 도움을 받아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구분해내는 근접발달영역이 구성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에 따르면, 가상놀이는 일주일에 1~2회, 제한된 시간 동안 이뤄져도 사회적 역량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된다. 연구진은 사회적 가상놀이를 전문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교육 방안을 구현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