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인 소녀가 수학 교육에서 배제되기 쉬우며 이들의 특성을 살린 교육 방안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밴더빌트대학 교수이자 조셉수학교육연구소 소장인 니콜 조셉은 최근 《흑인 소녀들을 위한 수학 교육법》 신간을 발표했다.
그는 대학에서 수학과 경제를 전공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했지만, 학창시절 무시받았던 경험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초등학교 3학년 수업시간에는 다른 아이들처럼 손을 들고 수학 문제에 답하려 했지만, 교사는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다. 문 밖에서 이 장면을 목격한 니콜의 어머니는 백인 교사에게 무시당하다고 생각해 화가 치밀었고 수학 고급반으로 옮겨 공부하게 했다.
당시 니콜 교수에게는 조력자가 있었다. 그는 3학년 시절 상담사였던 베넷 부인과의 일화를 떠올렸다. “시험에서 떨어졌음에도, 베넷 부인은 내가 꼭 수학 고급반으로 갈 수 있다고 격려했다. 여기서 힘을 얻는 나는 다시 도전할 수 있었고 결국 합격할 수 있었다. 이것은 격려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깨닫게 했던 경험”이라고 회상했다.
베넷 부인의 격려에 힘입어 니콜 교수는 다른 학생들보다 이른 8학년에 대수학을 수강할 수 있었다. 이후 고등학교에 입학했을 때는 미적분학을 지나 통계학까지 공부할 수 있었다.
미 교육전문매체 에드서지와의 인터뷰에서 니콜 교수는 흑인 소녀들을 비롯해 여성의 수학교육 경험에 대한 연구결과를 공유하고, 소위 ‘수학교육 개혁을 위한 흑인 여성운동가의 비전’을 제시했다. 교수는 여성들의 성공적인 수학교육을 위해 더 자주 옹호와 격려를 해줄 것을 주문했다.
다음은 니콜 교수와의 대담이다.
수학 교육에서 흑인 소녀들이 소외당한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니콜 :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 하나는 흑인 소녀들만의 공부방식이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은 자기에게 익숙한 환경과 방식으로 공부할 때 더 나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흑인 소녀들은 상대적으로 불편한 환경과 방식으로 수학을 접하고 있다. 예를 들어 흑인 소녀 중 일부는 노래나 운율 등을 활용해 수학을 공부하고 싶지만, 이런 방식은 대부분 수업에서 환영받지 못한다. 교사들은 수학 수업 시간에 진지한 태도와 강의에 대한 집중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너무 빠른 성인화 편향(adultification bias)이다. 성인화 편향이란 소수집단의 어린이, 일반적으로 흑인 어린이가 실제보다 더 성숙한 것으로 취급되는 인종 편견의 한 형태다. 흑인 소녀들은 너무 빨리 성인으로 취급 받으며, 더 빠른 이해와 강도 높은 집중을 요구받곤 한다. 만약 딴청을 부리거나 집중하지 못하면, 교사들은 모욕으로 받아들여 징계하곤 한다.
다른 이유는 많은 교사가 흑인 소녀들을 이해하기 위해 충분한 시간을 기울이질 않고 있다는 점이다. 진부하게 들릴 수 있지만, 학생들을 알아가거나 학생들과 관계를 맺는 것은 교육의 핵심적인 사안이다. 그런데도 많은 교사가 흑인 소녀들을 위해 시간을 내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흑인 소녀들이 즐겁게 수학 공부를 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니콜 : 웃음과 사교성, 그리고 친밀한 분위기가 필요하다. 흑인 소녀들은 선생님들과 가까워지는 것을 선호한다. 이따금 이들은 “선생님, 주말에 뭐했어요?” 등의 질문을 하고 싶어 한다. 꼭 수학이 아니더라도 대화를 원하는 편이다. 이런 일상은 교육자와 흑인 소녀들 간의 유대감을 더 강화할 것이다. 그리고 강한 유대감은 이 아이들에게 더 수학 공부에 힘을 쏟게 해준다.
흑인 소녀들과 여성들에 대해, 수학 교육이 놓치고 있는 것은?
니콜 : 수학 교육이 혁신을 놓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많은 종류의 혁신을 놓치고 있다. 흑인 여성들은 아주 혁신적인 부류다. 이들은 쾌활하고 독창적이며 심층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매력 있는 부류다. 나는 이들이 우리가 마주한 가장 까다로운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니콜 : 흑인 여성들이 제도에 전적으로 의존하지 말고 뜻과 의지를 모은 전국적인 캠페인과 활동 등을 병행해 문제를 해결해나갈 수 있으면 한다. 나는 수학교육 분야에서 흑인 소녀들의 교육 증진을 위한 흑인 여성운동 캠페인을 진행하고 싶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 5년 안에는 꼭 이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