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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교육과 불평등] 학교 현장, 암암리에 진행되는 장애 학생 배제 ‘심각’

김성은 2023-02-16 00:00:00

장애인 학생 배제행위가 매년 수백, 수천 건씩 발생한다. 전국장애인권리네트워크
장애인 학생 배제행위가 매년 수백, 수천 건씩 발생한다. 전국장애인권리네트워크

미국 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을 위반하는 장애 학생 배제행위가 학교 현장에서 암암리에 자행되고 있다.

뉴욕타임즈의 지난 9일 보도에 따르면 제시카 라빈은 로즈버드 고등학교 특별교육계획 관리팀으로부터의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 장애학생 학부모인 제시카는 아들 다코타가 2학년 이후 처음으로 정규수업 전체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기대에 부풀었다.

제시카는 아들 다코타가 초등학교 시절, 수업 태도가 좋지 않거나 트러블을 일으켰다는 이유로 아들을 거의 매일 일찍 학교에서 데려와야 했다. 중학생이 된 다코타는 겨우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심지어 고등학생 때에는 수업을 받으려면 학업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야만 했다.

다코타의 사례가 알려지면서 학교들 사이에서 자행돼온 ‘암묵적인’ 장애인 학생 배제행위가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됐다. 반복적인 조퇴 조치나 차별적인 단축수업 등을 포함한 일련의 행위들은 학교 등지에서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은 미국 장애인법을 위반하는 것이다.

미 의회공인 비영리단체인 전국장애인권리네트워크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이런 암묵적인 장애인 학생 배제행위가 매년 수백, 수천 건씩 발생한다고 보고했다. 보고서는 장애 학생들이 비자발적인 이유로 학교에서 배제되는 것에는 존재하지도 않는 학습 프로그램에 참가하거나 아무도 없는 곳에서 수업 받는 것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당국이 이런 암묵적인 장애 학생 배제행위를 조사하기란 쉽지 않다. 학교가 장애 학생을 배제하기 위해 정학이나 퇴학 등 공식적인 방법을 사용한 것이 아니기에 보고할 필요가 없으며 자연 추적이나 영향평가도 어렵다.

뉴욕타임즈는 가족, 교육자 및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련의 인터뷰와 학교 이메일, 특수교육기록 및 기타 문서에 대한 조사에서 이 관행이 실제로 존재했음이 드러났다고 보도하며 미국의 가장 취약한 위치에 놓인 어린이 다수에게 해를 미칠 수 있는 관행이라고 지적했다.

장애 학생들은 학업적으로 억압받고 사회적으로 소외된다. 가족까지 사기가 떨어지고 절망에 빠질 수 있다.

미국 장애권리네트워크의 변호사 다이앤 스미스 하워드는 “진짜 문제는 장애 학생들이 학교에 다니기에 부족하다고 여겨진다는 것이다. 장애 학생을 장애가 없는 학생들과 동등하게 취급할 수 없다는 생각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인디애나대학의 명예교수이자 특수교육 전문가인 러셀 스키바 박사는 암묵적인 장애 학생 배제는 장애인 교육과 일반 학생 교육 사이의 ‘위험한 균형’을 나타낸다고 말한다. 그는 장애 학생 중 적잖은 수가 수업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되는데도 학교에서 쫓겨난다고 지적했다.

교육자들은 암암리에 진행되는 장애 학생 배제가 미국 장애인법을 준수하게 하기 위해 얼마나 고군분투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실제로 특수교육의 추가비용을 학교가 부담하도록 돕는 연방기금은 항상 목표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많은 학교가 자원 부족에 시달린다.

교육부는 지난 여름 학교에 단축된 수업일수를 포함한 암묵적 배제가 장애인법을 위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메인주 루이스턴공립학교에 보낸 공문에 따르면 당시 이 학교가 장애 학생들의 개인적인 필요와 지원을 모색하지 않고 조기 하교시킴으로써 인권을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의 시민권 담당관 캐서린 라몬은 “생각보다 많은 학교가 그러한 관행이 어떻게 학생들의 시민권을 침해할 수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라몬 담당관은 “이러한 관행의 지속은 학생들과 학교 커뮤니티에 과연 어떤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 가늠해야 한다는 ‘끔찍한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장기휴교 기간 장애 학생들에 대한 수업 배제가 늘어났다고 말한다.

다코타의 엄마 제시카는 이번주 오리건주 의회에서 변호사 그룹과 함께 장애 학생 배제 행위를 제한하는 법안을 지지하는 증언을 했다. 그의 증언은 오리건주에서 자행되는 이러한 악습을 타파하기 위한 주요한 노력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한편 미국 의회는 이러한 문제 해결을 위해 공식적인 움직임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10월 연방의원들은 국무부가 진행 중인 ‘1973년 장애민권법인재활법’ 개정안에 학교의 장애 학생에 대한 암묵적인 배제를 일종의 차별로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라몬 담당관은 “장애 학생 배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주는 관행”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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