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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필기해도 수업 내용 기억나지 않는 이유

김성은 2023-02-13 00:00:00

눈으로 보고 손으로 써내려간 필기는 학습에 도움 되지 않는다. 버지니아주초등학교
눈으로 보고 손으로 써내려간 필기는 학습에 도움 되지 않는다. 버지니아주초등학교

왜 공부는 어려운 걸까? 그 이유에 대해 미국의 심리학 박사가 책을 발표했다. 버지니아대학의 신경과학과 교육전문 심리학 교수 대니얼 윌링햄은 최근 신간 《뇌보다 똑똑하다》를 통해 학습이 어려운 이유와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설명했다.

윌링햄 교수는 학생들이 시험을 위해 공부하거나, 복잡한 장문의 글을 읽어내거나 필기를 생산적으로 하는 최선의 방법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교수는 교육전문매체 에듀토피아와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이 12학년(17~18세)이 될 때쯤이면 독립적으로 스스로 학습할 것이라는 기대가 매우 커진다. 아이들은 주의산만함을 이겨내야 하고 다소 복잡하고 긴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독립적인 학습에는 별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학생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는 수업 시간에 영화 감상하듯 강의를 보는 것이다. 교수는 “영화는 이해하기 쉽도록 제작됐다. 사건 A가 사건 B를 발생시키고 C로 이어지는 것이 한눈에 들어온다”면서 “하지만 강의는 이야기가 아닌 계층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강의는 일반적으로 주요 주제와 3~7개 정도의 주요 결론이 들어 있다”라고 말했다.

모든 수업 내용에는 사실과 사실 사이에 연관성이 있으며 각 사실에는 세부사항과 인과관계가 있다. 수업을 들으면서 학생 스스로가 연관성을 만들어내야 한다. 공연이나 영화를 보는 것과 달리 정신적인 활동이 충분히 뒷받침되어야 한다.

수업 시간에 필기를 빽빽이 한 것에 뿌듯해하는 학생도 많다. 문제는 집에서 필기한 노트를 보면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 교수는 “학생들은 교사가 말하는 것을 정확하게 적는다. 빠르게 필기하면서 지금은 이해할 필요조차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수는 이는 큰 오산이라고 지적했다. 수업 시간에는 보통 생소하고 꽤 복잡한 내용을 듣게 된다. 강의를 들으면서 어떤 내용이 중요한지 결정하고 세부사항을 확실히 파악해야 한다는 것. 그는 “교사가 말하는 것을 정확하게 적으려고 노력하는 대신 자신이 생각하는 것을 적어야 한다”고 말했다. 노트 필기가 기억에 남기 위해서는 실제로 강의를 듣고 두뇌로 처리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지 눈으로 보고 손으로 써내려간 필기는 학습에 도움 되지 않는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눈’으로만 보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교과서를 읽지만, 실상 단어들을 지나칠 뿐 그 의미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다른 생각을 하며 눈으로만 책을 읽는다면 자신이 무엇을 읽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윌링햄 교수는 시험 전날 몰아서 공부하는 ‘벼락치기’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벼락치기 공부가 인간이 빠르게 망각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말한다. 그는 “학생들은 벼락치기 공부가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벼락치기로 간단한 시험을 잘 볼 수는 있지만, 시험이 끝난 후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만약 금요일 수업 시간에 테스트를 본다면, 목요일 전날 밤 급하게 외우는 것은 장기적인 학습에는 도움 되지 않는다. 이보다는 계획을 세우고 월요일부터 매일 조금씩 공부하는 분산 학습이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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