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하며 책 읽기, 언어발달 7개월 앞당겨

아이에게 책 읽어주기의 장점은 잘 알려져있다. 교육기부재단(EEF)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책을 읽어줄 때 대화를 함께 하면 아이의 언어발달을 7개월가량 앞당길 수 있다.

EEF는 지난 8일 아이들의 학습을 개선하기 위한 국제 연구 결과를 요약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커뮤니케이션과 언어 항목으로 대화형 독서 접근법을 통해 그림, 텍스트, 질문 등에 참여할수록 초기 언어발달을 가속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대화형 독서는 책 읽기가 즐거운 대화의 한 과정이라는 것을 인식하게 해 다양한 독서경험을 쌓는 것을 장려하는 데서 출발했다.

아이오와읽기연구센터 제시카 시들러 폴섬 박사는 “어른이 책장에서 책 한 권을 골라 읽어주고 이야기 마지막에 한 두가지 질문을 하기란 아주 쉽다. 하지만 이 모두는 어른 위주의 활동이다. 어른이 책을 선택하고 이야기를 읽어주고 질문하고 대화를 이끌어간다”고 ‘책에 관해 대화하기’ 보고서를 통해 말했다. 박사는 아이들이 더 참여하고 생산적인 접근법으로 상호적 독서 또는 대화형 독서를 제안했다.

대화형 독서에는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는 내용에 관한 대화가 포함된다. 책을 읽어주면서 아이에게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생각하도록 격려하거나 이야기를 경험과 연관시키는 것 또한 대화형 독서 전략에 해당한다. 사물의 다른 부분에 명시적으로 이름표를 붙이는 것과 다른 단어를 반복해서 말하도록 장려할 수도 있다.

아이오와읽기연구센터의 연구에 따르면, 부모와 교사가 대화형 독서를 적절히 계획하고 실행하면 아이들의 글자 인식, 말하기, 문해력 향상에 효과적이다. 어린아이뿐만 아니라 특수교육이 필요한 장애 학생, 책읽기가 어려운 학생에게도 효과가 있었다.

EEF는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아이들의 학업능력은 이미 학습 초기부터 떨어져 있으며, 이 격차를 완화하려면 저비용 조기교육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EEF는 대화형 독서 전략이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내다봤다.

팬데믹 이전 추정치에 따르면,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5세 아동과 학급 친구들 사이의 언어능력 격차는 2019년에 약 4.6개월이었다. EEF 연구에 따르면, 2021년에는 언어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대수준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코로나19 이전 대비 학급당 3명 더 많았다.

EEF의 최고경영자 베키 프랜시스 교수는 “모든 아이에게 초기에 훌륭한 학습과 개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잠재력을 끌어올리는 데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이러한 측면에서 전문가들은 중심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영유아를 보살피는 어린이집 및 유치원의 모든 직원들은 스스로의 관행을 반성하고 높은 수준의 교육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할 필요가 있다. 어린 아이들의 삶의 기회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지속해서 연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버트타운 커뮤니티 센터와 유치원의 관리자인 리즈 볼트는 “아이들에게 진정으로 변화를 주기 위해서는 무엇이 효과가 있는지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대화형 독서는 어떻게 시도할 수 있을까? 아이오와읽기연구센터의 폴섬 박사는 부모나 교사가 읽어주고 아이는 듣는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책을 읽는 내내 아이 중심으로 질문과 대화가 이어져야 한다는 것.

우선 책을 한 장 한 장 읽으면서 내용에서 즉시 찾을 수 있는 것에 대해 물어본다. 가령 그림을 가리키면서 “이 동물의 발 모양은 어떻니?”라고 묻는 식이다. 한 장을 넘기기 전 “다음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고 말해 아이 스스로 생각하고 그 내용을 공유할 수 있게 한다.

대화형 독서를 하려면 부모나 교사의 조급함은 버려야 한다. 아이가 생각하는 시간을 기다리고 책 내용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결국 ‘책 한 권 읽어주기를 해치우자’라는 마음으로 빠르게 읽어내리는 것보다는 아이가 적극적으로 책 읽기와 대화에 참여하게 해야 독서 효과가 커진다는 것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