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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자폐 통계, 인종·경제 격차로 왜곡돼

김성은 2023-02-09 00:00:00

저기능 자폐를 식별하는 데 있어 인종 및 사회경제적 격차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릿지우드공립학교
저기능 자폐를 식별하는 데 있어 인종 및 사회경제적 격차가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릿지우드공립학교

인종 및 경제적 차이가 자폐 아동에 대한 데이터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제기됐다.

뉴저지주 럿거스의학대학 자료에 따르면, 흑인 아이들은 백인 아이들보다 지적장애를 동반한 자폐, 이른바 저기능 자폐(Low-functioning autisum)로 진단될 가능성이 훨씬 더 컸다. 또한 부유한 지역의 아이들보다 가난한 지역의 아이들에게서 저기능 자폐가 더 흔하게 확인됐다.

미국 전역에서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의 인종적 차이는 지난 20년간 꾸준히 감소해왔다. 2014년과 2018년 데이터를 비교하면 뉴저지주의 백인, 흑인, 히스패닉 아이들 사이의 자폐 유병률 격차는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그러나 2000년부터 2016년 사이에 수집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저기능 자폐를 식별하는 데 있어 인종 및 사회경제적 격차가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연구를 주도한 책임자이자 역학자인 조세핀 셰누다 박사는 “저기능 자폐 식별에 인종 및 사회경제적 격차가 이 정도로 존재한다는 것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놀라워했다.

그러면서 셰누다 박사는 “보편적인 자폐 검사가 이러한 연관성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계층별로 유병률에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자폐 진단이 내포한 불평등을 반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연구진은 뉴저지주 8세 아동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4개 카운티의 8세 아동들 사이에서 지적장애가 있거나 없는 자폐 유병률을 조사했다. 이들 카운티는 다른 지역보다 대부분 지속적으로 높은 자폐증 유병률을 보였다.

셰누다 박사 연구진은 연구대상 2만9,470명 중 자폐 아동 2,764명을 확인했으며, 그중 1,505명에게서 지적장애를 확인했다.

여기서 연구진은 지적장애가 없는 자폐, 이른바 고기능 자폐(High-functioning autisum) 진단이 흑인 자폐 아동보다 백인 자폐 아동 사이에서 30%나 높게 나타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또한 고기능 자폐 진단은 비교적 부유한 지역에 사는 자폐 아동에게서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약 60% 정도 더 많이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펜실베니아대학 정신의학과 데이비드 멘델 교수는 “공공학교기금의 지원을 받는 가난한 가정의 아이들은 발달 문제가 정확하게 식별될 가능성이 낮은 가난한 지역의 학교에 다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스템적인 인종차별주의는 의료 및 교육 전문가들이 소외계층 아이들을 어떻게 보는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흑인 아이들의 발달장애를 더 자주 놓치거나 오진한 역사가 길다”며 “백인 자폐 아동에게 보이는 관심을 동등하게 흑인 자폐 아동에게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에 따르면 약 42명의 백인 아이 중 1명이 지적장애가 없는 자폐였다. 반면 흑인 아이들의 경우 82명 중 1명에 불과했다. 만약 백인 아이들의 수치가 실제 유병률에 더 근접한 것이라면, 이는 흑인 아이들의 자폐 진단에 더 많은 오진이 있었을 가능성을 뜻한다고 멘델 교수는 설명한다.

16년간의 연구 기간 뉴저지의 자폐 유병률은 2000년 104명 중 약 1명에서 2016년 31명 중 약 1명을 기록하며 증가세를 나타냈다. 고기능 자폐의 유병률은 5배 증가한 반면, 저기능 자폐는 두 배 증가하는 데 그쳤다. 셰누다 박사는 이러한 차이가 자폐 아동에 대한 인식이 개선된 것과 유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연구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존재한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심리학 및 행동과학 연구 책임자 안드레스 로만 우레스타라즈 교수는 이 연구가 오로지 미국을 대상으로만 진행됐으며, 정확히 어떤 요소가 자폐 유병률의 인구 통계학적 격차를 유발하는지 밝히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레스타라즈 교수는 “연구에 활용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자폐 및 발달장애 모니터링(ADDM) 네트워크 분석자료는 아이들의 교육 및 임상기록을 담고 있지만 개별 보험 상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전체 그림의 일부만 제공하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멘델 교수는 “카운티 수준의 데이터를 조사하는 것은 누가 언제 지적장애를 동반한 자폐로 식별되고 있는지에 대한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한다”고 말한다.

셰누다 박사는 연구팀이 전체 연구 기간 동일한 사례 정의를 사용했으며 확인된 많은 어린이가 공식적으로 진단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러한 차이는 자폐에 대한 2013년 진단 기준의 변경 때문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럼에도 박사 또한 미국 내 많은 소외계층 가정들이 다른 선별 가이드라인을 준수하는 연방보건소를 통해 건강관리를 받는다는 점에서 연구의 한계를 인정했다. 연방보건소들은 개인의 지불능력과 상관없이 치료를 제공하지만, 보편적인 검진에 반대하는 미국 예방 서비스 특별위원회의 권고를 따르고 있다.

한편 2017년 호주 아동에 대한 연구에서도 뉴저지주 사례와 유사한 패턴이 확인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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