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항하는 것 아니에요. 실행기능이 미숙할 뿐"

부모나 교사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 아이를 흔히 ‘반항적’이라고 부른다. 행동이 무례하고 어른을 무시한다고 여겨지기 쉽지만, 원인은 성품이 아닌 실행기능의 미숙 때문일 수 있다.

‘가족을 위한 ADHD 코칭의 기초’ 교육 커리큘럼을 고안한 교육학 박사 캐롤라인 맥과이어는 “ADHD 아동은 사회적 규범과 빠르게 진행되는 대화를 따라잡기 위한 실행기능 기술이 부족하다”고 말한다. 맥과이어 박사는 이를 야구연습에 비유했다. 야구배트를 휘두르는 법을 배우기 전에 야구공을 멀리 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 것처럼 실행기능이 부족한 아이는 사회적 기대를 따르기에 필요한 기술이 없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

실행기능이 미숙한 탓에 아이는 대화를 방해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 다른 사람들의 대화가 다 마무리된 이후에야 웃으며 농담을 하기도 한다.

맥과이어 박사는 “아이가 고집이 세거나 이기적이거나, 무례할 때가 있지만, 두뇌 기반의 실행 기능 기술이 부족해서이지 의지나 게으름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행기능은 기억, 조직, 계획, 자기 조절, 그리고 다른 사람들에 반응해 행동을 수정하는 능력의 중심이 된다.

과제를 분석하고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계획짜기, 과제 완수를 위한 기간 계획 짜기, 시간에 맞춰 과제 완수하기 등이 힘들다. 학교에서 필요한 교재를 제자리에 챙기지 못하고 개인 소지품을 잘 잃어버리며 방 정리도 잘 하지 못한다.

이런 아이들을 비난하고 수치심을 주는 것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뿐이다. ADHD나 실행기능 기술에 대한 대화는 대부분 학업에 초점이 맞춰진다. 맥과이어 박사는 “실행기능이 사회적 행동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아이의 행동 때문에 당황스럽거나 좌절감이 느껴진다면 이렇게 생각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이가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했을 것이다.”

ADHD 전문 교육매체 애디튜드는 모든 아이가 실패하거나 부모를 실망시키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아이의 행동에 대해 낙담하기보다는 지속적인 지원으로 학업과 사회적 행동의 학습을 도와야 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맥과이어 박사는 다음 4가지 방안을 조언했다.

1. 아이가 학습 능력이 있고 좋은 의도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 아이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2. 격려한다. 아이가 보여주는 자질이나 노력을 인식한다. 누군가에게 공감을 보여줄 때, 자신이 한 일에 자부심을 가질 때, 또는 실패에서 회복할 때 긍정적으로 표현한다.

3. 아이가 주의산만한 원인, 스트레스를 받는 원인을 파악하고 이를 최소화할 구체적인 방법을 찾는다. 한 영역의 스트레스는 다른 영역의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4.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아이와 이야기한다. 다만 아이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화한다. 스스로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외적인 행동과 연결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배우고 성장하기 위한 과정에서 낙심하기 쉬운 만큼 아이의 노력을 적극적으로 지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