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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매번 서툴까? 발달성협응장애 아이가 보이는 실수

김성은 2023-01-16 00:00:00

발달성협응장애 아동은 자전거 타기, 공놀이에 미숙하다. 더글라스교육구 
발달성협응장애 아동은 자전거 타기, 공놀이에 미숙하다. 더글라스교육구 

조금만 빨리 걸어도 넘어지고 자전거 타기, 줄넘기도 서투른 아이를 보면 한숨이 나오기 마련이다. ‘실수하지 마라’ ‘집중해라’라고 다그쳐도 매번 행동이 서툰 아이는 발달성협응장애일 수 있다.

발달성협응장애(Developmental co-ordination disorder, Dyspraxia)는 움직임을 수반하는 신체 활동에 어려움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인 발달장애다.

감각처리장애, ADHD, 학습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전문 소아작업치료사 카라 코신스키는 “아이가 왜 매번 넘어지고 자주 다치고 줄넘기나 자전거 타기, 공 잡기를 잘 못하는지 이유를 알 수 없다면 발달성협응장애를 의심해볼 수 있다”라고 말한다.

많은 부모가 ADHD 때문이냐고 의문을 제기하지만, 사실상 ADHD만 원인인 것은 아니다. ADHD는 불안이나 실행기능장애, 감각처리장애는 물론 발달성협응장애도 동반할 수 있다.

발달성협응장애는 아이의 미세한 운동능력에 영향을 미치기에 몸을 움직일 때 어색해 보인다. 지나치게 힘을 많이 주기도 하고 반대로 힘을 적게 주기도 한다. 연필이나 크레파스를 손에 쥐고 그림을 그리는 것도 서툴고 팔의 움직임이 미숙해 컵에 우유를 따를 때는 흘린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에 따르면 발달성협응장애는 여자아이보다 남자아이에게서 3~4배 더 흔하다. 기어가고 걷고 스스로 먹고 옷을 입는 등 초기 발달 단계가 지연될 수 있으며 그리기, 쓰기, 운동 능력 모두 아이 연령에 기대되는 것보다 뒤떨어진다. 어릴 때 증상이 나타날 수 있지만, 진행 속도는 천차만별이며 5세가 되기 전에는 진단을 내리지 않는다.

발달성협응장애 아동은 동작을 하기 위한 계획, 순서, 지각 능력이 부족하다. 일상생활의 모든 측면에 영향을 미쳐 이를 닦고 옷을 입는 것도 서툴다. 발달성협응장애 아동의 최대 50%가 ADHD 진단 기준을 충족한다는 보고도 있다.

발달성협응장애는 오해를 일으키거나 진단이 잘못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린 아기일뿐이야” “크면서 점점 더 좋아질 거야”라는 타인의 긍정적인 말도 문제다. 카라 코신스키는 “ADHD의 많은 증상이 일상생활에서 좌절감을 일으킨다. 발달성협응장애는 아이의 자신감과 성취도에 크게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NHS 또한 주로 어린이에게 나타나는 발달장애이지만, 종종 성인이 될 때까지 지속적인 문제를 일으키기도 한다고 밝혔다.

코신스키는 아이가 좌절을 겪는 상황에 관한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스트레스나 짜증을 유발하는 학교 과제가 무엇인지 교사에게 확인하는 것도 좋다. 교사는 또래 아이들의 작업 수행 능력을 객관적으로 비교 확인할 수 있다.

만약 아이가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인다면 발달성협응장애일 수 있다.

▲물건에 부딪히고, 자주 넘어진다 ▲물건을 자주 뒤집는다 ▲울퉁불퉁한 표면을 걷기 힘들어한다 ▲자전거 타기를 잘 배우지 못한다 ▲미세한 운동 기술에 문제가 있다. 글씨를 쓰고, 가위를 사용하고, 포크, 스푼, 나이프와 같은 식기류를 사용하는 것, 신발 끈 묶기, 옷 단추 채우기가 서툴다 ▲빨리 피곤해진다 ▲자세가 좋지 않거나 의자에 털썩 주저앉는다.

결과적으로 또래보다 활동을 할 때 속도가 느리다. 교사는 학생이 활동 내용을 숙지하고 있지만, 정해진 시간 내에 완료하지 못한다고 평가를 내릴 수도 있다.

발달성협응장애에는 비운동적인 요소도 있다. ▲조직화가 어렵다 ▲규칙과 지침을 기억하지 못한다 ▲관용구나 은유, 빈정거림 표현을 이해하지 못한다 ▲기억력에 문제가 있다 ▲놀이 활동이 제한되어 있다 ▲인식과 정보 처리에 문제가 있다 등이다. 다만 이러한 증상인 ADHD로 오해할 수 있다.

치료를 할 때는 아이가 가장 어려움을 겪는 정확한 지점을 찾는 것이 좋다. 이를 활동 분석이라고 하는데 여러 차례의 훈련으로 아이가 복잡한 기술이 필요한 운동 패턴을 숙지해나가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신발끈을 묶는 법을 가르칠 때도 신발끈을 모두 풀기, 가운데에 한 번 묶기 등 여러 단계로 나눠서 한 가지 단계가 완료될 때에 다음 단계 연습으로 넘어가는 것이 좋다. 그림이나 영상을 활용하면 아이에게 어려운 작업을 가르치기에 좋다.

또한 코신스키는 다감각 교수법을 사용하라고 조언했다. 새로운 과제를 학습할 때 노래, 동작, 향기 및 질감을 추가하는 등 시각과 청각, 후각, 촉각 등 감각을 모두 활용하라는 것이다. 신발근을 묶을 때도 노래나 라임을 이용할 수 있다.

집안에 장애물 코스를 만드는 것도 일상에서 훈련 기회를 늘리는 기회가 된다. 콩주머니, 부드러운 러그 등을 맨발로 걸어다니며 발의 감각 수용체를 자극한다. 강아지처럼 기어가기, 캥거루처럼 점프하기 등의 재미있는 방법으로 운동 기술을 향상시킬 수 있다. 동물을 따라하면서 창의력과 근력을 기를 수 있다.

글씨 쓰기, 종이 자르기 등 학교에서 많이 하는 활동과 관련된 학용품을 고를 때는 아이가 보다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고른다.

대한재활의학회지에 게재된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발달지연클리닉의 논문에 따르면, 발달성협응장애 아동의 25%가 학령전기에 운동발달이 늦거나 옷 입기, 식사하기, 자전거타기, 공놀이를 어려워했다. 75%는 학령기에 글씨 쓰기 등 학습 활동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연구진은 “발달성협응장애는 ADHD나 읽기장애, 발달성 언어장애 등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치료 없이 저절로 호전되기는 어렵다. 조기에 재활치료를 할수록 예후가 좋다”고 전했다. 당시 발달성협응장애 아동을 대상으로 6개월간 작업 치료를 한 결과 동작성 지능이 유의한 수준으로 향상됐으며 대운동 기능과 미세운동기술 모두 호전되었다.

우리 몸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행동이 불편한 것은 물론 불안이나 분노, 우울감을 유발할 수 있다. NHS는 발달성협응장애 아동의 정서적인 면도 주의 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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