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는 학사 학위가 더 이상 취업을 보증하고 있지 않다며 대학교육이 기존의 교육방식에서 벗어나 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이목을 끌고 있다.
일리노이주 지에스 비지니스대 제프리 R 브라운 학장은 취임 논문에서 “대학 학위만으로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생각은 회중시계만큼이나 시대에 뒤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 고등교육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역설했다.
미국 교육계에서 제프리 학장의 주장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지난 7월 미 워싱턴포스트가 자국 기업들이 학사 학위보다 직무에 적합한 기술의 보유 여부를 더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WP는 대학 졸업장 없이 기술 보유 여부로 지원이 가능한 고임금 일자리가 70만 개 이상 늘어난데 비해 학사 이상 학위를 요구하는 경우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공부문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와 재러드 폴리스 콜로라도 주지사는 올해 상반기 정부기관 채용에서 학위 요건을 없앨 것이라는 방침을 발표했다.
이처럼 학사 학위가 미래 보장에 더 이상 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지면서 미국 대학에서는 교육과정 정반에서 산업계와의 연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브라운은 논문에서 미 고등교육계에 ▲학생들의 미래 대비를 위한 대응 ▲새로운 도전을 위한 준비 ▲산업과 비즈니스계의 변화에 대한 호응 등 3가지를 주문했다.
또한 브라운은, 고등교육기관과 교육자들이 그들이 제공하는 교육을 하나의 "제품"으로 봐야 한다는 다소 파격적인 주장을 내놨다. 그는 "새로운 형태의 콘텐츠 전달, 학습을 평가하는 새로운 방법, 그리고 학습자가 다양한 개념과 기술을 습득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새로운 방법이 필요하다”며 “전통적인 교육의 역할에서 벗어나 삶의 어느 시점에나 이용이 가능한 평생의 기술 기반 훈련을 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운은 고등교육이 발전하기 위해 필요한 세 가지 주요 방법을 설명했다.
그는 첫째로 고등교육의 미래를 민주적으로 설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계는 학습자들의 ‘기술에 대한 요구’가 커졌음을 받아들여 이를 적용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는 고등교육은 앞으로 기술 관련 교육 서비스를 더 확장해 일과 가정 양쪽에서 배움이 가능하며, 대학을 포함한 고등교육에 접근할 수 있는 계층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역설했다.
두 번째는 교육의 개인화를 강조했다. 그는 4년제 학위를 넘어 하위 학위나 덜 집약적인 자격 증명, 인증서 또는 디지털 인증을 적극적으로 대학교육에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그러면서 그는 경영학 석사 과정(MBA)의 개혁을 주문했다. 지금처럼 2년을 소비해 MBA를 이수하는 것을 벗어나 비즈니스, 금융 또는 분석 분야의 최신 자료를 학습-습득하는 공인된 자격 증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고등교육의 형평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미국 대학 등록금은 보다 많은 학생들에게 고등교육을 제공하기에 너무 비용이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 US뉴스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2020-2021년도 평균 사립대 등록금은 41,411달러, 주립대학의 경우 11,171달러에 달했다.
브라운은 “고등교육 콘텐츠의 확장만큼이나 더 높은 접근성을 고민해야 한다”며 “일정의 유연성과 교육의 개인화를 통해 이를 실현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대학관계자와 교수들에게 변화는 필수불가결하며, 이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16세기 이후 답습해온 대학교육에 진정한 변화가 다가왔다”며 “변화에 냉담하거나 뒤쫓아가지 말고 대학이 나서서 변화를 주도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