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채널

터너증후군 여아 3명 중 2명은 자폐 특성 보유

김성은 2023-01-16 00:00:00

터너증후군 여학생은 또래 집단간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다. 플로리다가상학교
터너증후군 여학생은 또래 집단간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다. 플로리다가상학교

성염색체 이상으로 발생하는 터너증후군 환자의 3분의 2가 자폐스펙트럼장애 특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터너증후군 환자의 4분의 1이 자폐 진단 기준을 충족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터너증후군은 여아 2,500~3,500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성염색체 신경질환이다. 키가 작고 목이 두껍고 짧으며 성적 발달이 지연되는 것이 특징이다. 3세 이후부터 정상아보다 성장 속도가 느려져 치료하지 않으면 최종 신장이 140cm 정도다. 난소가 제대로 발달하지 않아 사춘기에 성적 발달이 이뤄지지 않고 월경을 하지 않는다.

연구 수석저자이자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 그레이트오몬드스트리트 아동보건연구소의 잔 볼스텐크로포트 박사는 “터너증후군 여아는 키가 작고 청각장애나 불임일 가능성이 더 크다. 여기에 사회적 의사소통 기술이 부족한 사례도 알려졌지만, 터너증후군과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라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터너증후군 청소년이 키가 작아서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것이 아닌, 사회적 의사소통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런던대학의 뇌과학 및 행동 데이비드 스쿠즈 교수는 “터너증후군 아동과 청소년도 친구를 사귀고 싶어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규칙이 복잡해져 친구관계를 유지하기 힘들어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특성이 자폐 여자청소년에게 나타나는 것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볼스텐크로포트 박사를 포함한 연구진은 터너증후군 환자 5~17세 소녀 127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온라인으로 부모와 교사, 자기평가 보고서를 실시해 진단 인터뷰 및 강점과 어려움, 사회반응성척도 등을 살펴봤다.

터너증후군 여아에게 동시 발생하는 정신건강 및 신경발달장애. 우먼스헬스
터너증후군 여아에게 동시 발생하는 정신건강 및 신경발달장애. 우먼스헬스

부모의 보고에 따르면, 거의 4분의 3(71.6%)이 친구를 쉽게 사귀지 못했고 대부분 친구 수가 또래보다 적었다. 교사들이 터너증후군 여학생이 또래 집단간의 상호작용에 어려움이 있다고 보고한 사례는 부모보다 적었다. 이는 자폐 특성이 있지만 정상 범위의 지능을 보유한 여학생의 경우 교실에서 간과되기 쉽다는 그동안의 보고와 일치한다.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려는 특성 탓에 또래와의 미묘한 사회적 의사소통 문제는 교실 환경에서 발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연구결과 대부분 터너증후군 소녀(83%)는 심각한 사회적 의사소통 문제를 경험했다. 61%는 일상적인 사회적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자폐 특징을 갖고 있었으며 23%는 자폐 진단 기준을 충족했다.

3분의 1(34%)은 적어도 하나의 정신 건강 또는 신경 발달 상태를 가지고 있었다. 정상 발달 중인 소녀보다 정신건강 질환이 발병할 상대적 위험이 2.6배 더 컸다. 13%는 불안장애 기준을 충족했고 1%는 우울증 기준을 충족했다. 다만 참가자 중 누구도 행동 장애에 대한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자폐 기준을 충족한 소녀는 동시에 ADHD 진단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도 더 높았다.

연구진은 터너증후군 아동 청소년이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또래에 비해 자폐 기준을 충족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 취학 전부터 청소년기까지 적절한 행동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덴마크 오르후스 대학의 내분비학 교수인 클라우스 호이브예그 그라브홀트는 “이번 연구결과가 타당하다고 생각한다”며 “임상의로서 그동안 터너증후군 환자를 관찰한 부분과 상당히 일치한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면평가를 병행해야 연구 정확도가 훨씬 더 높아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는 것이 연구를 훨씬 더 정확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1969년 당시 환자 등록부를 토대로 한 대규모 연구에 따르면, 스웨덴에서 터너증후군 환자의 약 2%가 자폐증 임상 진단을 받았다. 스쿠즈 교수는 “X염색체가 뇌 발달에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터너증후군 유전이 자폐 진단의 성별 차이와 어떤 관련이 있는지 추후 연구할 대상이다”라고 말했다.

해당 논문은 지난 12월 《우먼스헬스》에 발표됐다.

Copyright ⓒ 아이이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연구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