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손이 닿는 곳마다 어질러져 있고 행동은 한없이 느리며 일상적인 행동도 빼먹기 일쑤다.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는 '아직 어리니까'란 생각에 부모가 매번 해야 할 일을 알려주고 정리정돈을 대신해주지만, 고학년부터는 다르다.
스스로 행동하지 못하는 아이, 물건이든 생각이든 잘 잊어버리는 아이가 실은 게으름이나 반항 문제가 아닐 수 있다. 전문가들은 습관장애라고도 알려진 실행기능 장애는 오랜 시간 습관을 교정하고 치료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실행기능이란 목표를 달성하고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상황에 맞게 행동이나 사고를 조절하고 관리하는 능력을 말한다. 행동에 대한 일련의 인지처리 과정으로 ‘집행기능’이라고도 한다.
실행기능에 장애가 생기면 문제해결이나 의사결정, 과제지향적 행동, 충동억제, 시간관리에 어려움을 겪는다. 주변 환경의 변화에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힘들어 잘 적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학교에서 배부한 프린트물이나 학용품 등을 잘 정리하지 못한다.
실행기능을 토대로 우리는 행동을 지시하고, 통제하고, 목표를 달성하고 미래를 준비한다. 아이의 경우 실행기능에 장애가 있으면 여러 활동을 계획하고 집중하는 것, 교사나 부모의 지침을 기억하고 따르는 것이 힘들다.
조사에 따르면, ADHD 아동의 90%가 실행기능 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ADHD와 실행기능은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지만, 두 가지 조건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ADHD와 관계없이 학습이나 업무, 주의력에 영향을 미치는 실행기능 장애일 수도 있다. 다만. ADHD인 경우 실행기능 장애는 더 증상이 심각하고 많이 발생한다.
실행기능은 자라면서 차츰차츰 발달해 나간다. 모든 실행기능은 상호작용해 한 가지 기능이 쌓이면 다른 기능도 발달한다. 주로 2세부터 발달하기 시작해 30세까지 완전히 발달한다. ADHD를 앓고 있는 사람들은 종종 발달이 30~40% 지연되기 때문에 장기적인 목표보다는 단기적인 목표로 동기가 생기고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전두엽 피질은 실행기능을 매개하며 4개의 주요 회로를 포함하는데, 여기에는 프로젝트를 완료하는 데 필요한 계획, 특정 단계를 실행할 수 있도록 돕는 ‘무엇’ 회로와 활동을 완료하는 순서를 구성하고 일정을 짜는 데 도움 되는 ‘언제’ 회로, 어떻게 생각하고 느끼는지 감정을 통제하는 ‘왜’ 회로, 감정과 경험에 대한 자기 인식을 통제하는 ‘어떻게’ 회로가 있다.
실행기능 장애이거나 ADHD인 사람은 이 4가지 회로 중 한 가지 이상에서 문제를 경험한다. 결국 기억이나 계획, 감정 조절, 사회적 기술에 영향이 미친다.
실행기능 장애 증상과 교육법
실행기능 장애라면, 다음과 같은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미래 사건을 계획하고 기억하지 못함 ▲장기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우지 못함 ▲자료를 정리하고 일정을 잡는 데 어려움 ▲감정이나 충동을 통제하는 데 어려움 ▲정보를 분석하거나 처리하기 어려움
실행기능 장애는 성인이 되어서도 영향을 미친다. 업무를 분석하고 계획하고 조직하고 일정을 잡고 적시에 완료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 ADHD 전문매체 애디튜드에 따르면, ADHD인 사람은 작업 및 자료 구성 능력, 주의력 유지 능력, 경각심 조절 및 처리 속도 유지, 좌절감 관리 및 감정 조절, 작업 메모리, 신체활동 관리 및 조절 등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
정신건강학과 전문 러셀 바클리 박사는 “일반적으로 학교 구조와 일정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학업 기대치가 높아지는 12~13세부터는 실행기능이 더욱 중요해진다”며 “이 나이가 되면, 부모와 교사 모두 아이가 숙제 혼자 힘으로 해낼 것이라고 가정한다”고 말했다. 만약 아이가 실행기능장애라면 아이가 스스로 어리석거나 게으르다고 느끼지 않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바클리 박사에 따르면, 자신의 행동을 억제하는 훈련은 실행기능 장애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다른 친구들과 함께 하는 악기 연주는 자신이 연주할 차례가 될 때까지 기다리는 연습 시간이 된다. 친구와 짝을 지어 번갈아가며 책을 읽어주는 독서 활동 시간에는 말하는 것을 참고 듣는 연습을 할 수 있다.
주의력을 유지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책이나 그림 없이 오롯이 다른 사람이 큰 소리로 읽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시각적 도움 없이 청력에만 주의를 집중하도록 요구된다.
균형감각을 키우는 활동도 좋다. 바닥에 밧줄을 늘어뜨린 뒤 줄을 따라 걷는 것은 통나무나 균형대 위를 걷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작은 종을 들고 소리를 내지 않도록 사뿐사뿐 걷는 연습도 마음을 진정시키는 데 좋다.
다양한 관점에서 문제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인지적 유연성도 키워준다. 연극이나 재즈, 댄스와 같은 즉흥적인 활동을 시키면 창의력을 길러줄 뿐 아니라 적응력을 높여준다. 일상에서 자주 보는 사물 간에 공통점을 찾아 게임을 진행한다. 예를 들어 '당근과 모양이 같은 사물은?' 이란 질문을 던지는 식이다.
신체활동과 인지능력이 서로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연구는 다수 발표됐다. 자기통제와 규율, 인격발달을 강조하는 스포츠도 실행기능 장애에 도움이 된다.
한 연구에 따르면, 태권도를 연습한 아이들이 다른 일반적인 체육 수업을 들은 아이들보다 모든 실행기능이 전반적으로 크게 향상되었다. 연구진은 무술이나 태극권, 태권도 등이 실행기능을 개선하는 데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