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과학 과목의 학업 격차가 이미 유치원 시기에 시작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영국 사회과학 학술지 《세이지 저널(SAGE Journals)》에 게재된 논문 ‘초등학교 고등과학과 수학성취도에서 나타나는 인종과 민족의 차이’에 따르면, 백인 학생의 13%와 아시아 학생의 16%가 유치원 시기에 이미 고급 수학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유치원 시기에 고급 수학능력을 보유한 흑인 학생은 2%, 히스패닉 학생은 3%에 불과했다.
이 결과를 두고 펜주립대학 교육격차연구센터장이자 교육인구학 폴 모건 교수는 “수학과 과학 능력의 인종적, 민족적 차이는 이전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발생한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유치원부터 K-5학년까지 미국 초등학생 1만1,000명의 인구 기반 코호트분석을 실시해 수학 및 과학 성취도에서 인종·민족 격차 발생과 시간 경과에 따른 안정성을 살펴보았다.
학업 성취도 격차는 이미 유치원 시기에 발생해 지속해서 이어졌다. 5학년 학기가 끝나갈 무렵에는 백인 학생의 13%, 아시아 학생의 22%가 고급 수학능력을 보였다. 흑인 학생과 히스패닉 학생은 각각 2%와 3%였다.
연구는 수학, 과학 학업성취도의 인종적, 민족적 격차가 초등학교 상위 학년까지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가족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유치원 시기 학생의 수학·과학·독서 성취도와 배경지식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또한 연구에는 포함되지 않은 요인이지만, 흑인 학생들은 교육 질이 낮은 학교에 다닐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여겼다.
일찌감치 수학, 과학 능력이 뛰어난 학생은 추후에 STEM이라고 불리는 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과학자나 발명가가 될 가능성이 더 크다. 현재 미국 과학자와 엔지니어의 10% 미만이 흑인이나 히스패닉인이다. 수학과 과학 학업의 인종적, 민족적 격차는 국가의 과학적 혁신과 경제적 경쟁력을 제약할 수 있다는 문제가 제기되어왔다.
폴 모건 교수는 “수학과 과학 학업 격차가 초기에 어떻게 나타나는지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면서 “이번 연구결과가 아동 발달의 중요한 시기에 유색인종 학생들을 지원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연구의 의의를 설명했했다.
현재 STEM에서 흑인과 히스패닉의 과소대표 문제를 다루는 방안은 주로 고등학생이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교수는 “이미 STEM 직업에 대한 관심은 중학교 때부터 줄어들기 시작한다. 대부분 학생이 전형적인 과학자의 모습으로 백인을 떠올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색인종의 재능 있는 학생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교육자들과 정책 입안자들의 노력이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