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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오피니언] 예일대 정신과 의사의 고백 '자폐 형제와 살아가는 것'

김성은 2022-12-28 00:00:00

[I-오피니언] 예일대 정신과 의사의 고백 '자폐 형제와 살아가는 것'
아만다 조이 칼훈 박사는 자폐 오빠를 둔 어린시절에 대해 회고했다. 아만다 칼훈 

보통 아이가 자폐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아이의 치료와 양육에 몰입한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다른 형제에게는 관심이 덜 쏠릴 수밖에 없다. 자폐 아이의 양육을 도맡기도 한다. 워싱턴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자폐 아동의 형제자매 20%가 언어발달이 늦고 절반은 사회성 비정상 등 자폐아의 일부 문제를 공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일대학 의과대학 정신과 및 소아연구센터의 아만다 조이 칼훈 박사는 자폐 오빠를 둔 어린시절에 대해 회고했다. 평소 의료 인종차별의 영향을 연구한 칼훈 박사는 자폐를 앓고 있는 형제 덕분에 더 나은 의사가 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최근 박사가 해외매체 패런츠를 통해 발표한 자폐 형제를 둔 어린시절을 담은 에세이를 공개한다.

 

"자폐인 오빠는 사회에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칼훈 박사는 의료 인종차별의 영향을 연구해왔다. 아만다 칼훈 
칼훈 박사는 의료 인종차별의 영향을 연구해왔다. 아만다 칼훈 

나의 오빠는 심각한 자폐를 앓고 있었다. 자라면서 그의 상태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부모님을 통해 오빠를 위해 세상과 싸우는 법을 익히게 되었다.

어릴 때 엄마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형제자매 모임에 나를 데려갔다. 각종 간식을 먹은 것은 기억하지만 다른 일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기로 되어 있었지만, 아직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다만 나는 오빠와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오빠는 여러 사회적 상황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하루는 셋이 마트에 갔다. 오빠는 차에 앉아 창밖을 내다볼 뿐이었는데, 우리 옆에 주차한 차에 있던 한 여성이 눈살을 찌뿌리며 엄마에게 물었다. “저 아이는 왜 나를 처다보는 건가요? 무슨 문제인가요?” 엄마는 담담한 표정으로 “아이는 자폐다. 솔직히 아마도 당신을 보고 있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빠는 자폐가 심각해서 독립적으로 살 능력이 없었으며, 여기에 더해 인종차별에서도 벗어날 수 없었다. 한번은 백인 이웃이 오빠가 친구들과 함께 자기 집 앞마당을 훼손시켰다고 비난했다. 오빠와 닮은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는 이유다. 엄마는 “아들은 심각한 자폐를 앓고 있다. 그에게 친구가 있기를 바라지만, 없다”라고 반응했다.

자폐가 있는 사람들, 특히 자폐가 있는 흑인은 백인보다 경찰에게 해를 입거나 사망할 위험이 더 크다. 이뿐만이 아니다. 흑인 아이들은 애초에 자폐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 인종차별 때문에 백인 아이들에 비해 진단 및 치료에 상당한 지연을 경험한다.

부모님은 언제나 오빠의 일에 대해 잘 대처했지만, 난 항상 성숙하거나 이해심이 있는 건 아니었다. 한번은 정말 화가 났다. “내 친구 에릭과 케빈이 내 형제였으면 좋겠어”라고 소리쳤다. 오빠가 내 말을 이해할 능력이 없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하던 일을 멈추고 공을 내게로 던졌다.

어릴 때는 형제자매에 대한 질문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형제가 몇 명 있느냐는 흔한 질문에도 심장박동이 빨라졌다. 형제가 특별한 요구사항이 있다는 것, 대학에 가거나 정규직으로 일하지 않는다는 것, 결혼하지 않는다는 것, 아이가 없다는 거 등을 공유하면 어색한 침묵이 흐를 때가 많다. 상대방은 다만 친근함을 더하기 위해 형제에 대해 물었을 뿐 자폐에 관한 대화를 시작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형제자매에 대한 질문은 두려웠다. 필요한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질문을 피하고 싶었지만, 인생 내내 질문은 나를 따라다녔다. 성인이 될 때까지 가장 친한 친구들 대부분은 내게 오빠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 나의 회피와 현실 부정에 대해 부모님은 타이르지 않았다. 그저 “오빠에 대해 이야기하는 너만의 방법을 찾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처음으로 수업시간을 활용해 오빠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자폐 티셔츠를 입고 에세이를 큰 소리로 읽었다. 내게 자폐가 있는 형제가 있다는 사실을 반 친구들이 알게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두려웠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다른 사람의 시선이나 판단에서 벗어나면 오빠를 사심없이 온전히 사랑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자폐에 관한 언급은 낭만적이기도 하고 간혹 선정적일 때도 있다. 우리는 특별한 재능을 가진 자폐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듣거나 굿닥터와 같은 프로그램으로 자폐에 익숙하다. 하지만 현실은 자폐인의 3명 중 1명이 심각한 상황이며, 언어능력이 미숙하고 자기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못한다.

나의 오빠 또한 간단한 질문에 답하거나 원하는 것을 가리키고 몇 마디 말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지만 끊임없는 감독이 필요하다. 그는 가족 외에는 친구가 없고, 독립적으로 살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가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나에게 말할 수 있고, 원할 때 나를 방문할 수 있고, 원할 때 결혼할 수 있고, 원할 때 성취감 있는 직업을 가질 수 있는 삶.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삶, 지속적인 감독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삶.

장애가 있는 형제자매를 사랑하는 것은 무한한 사랑이다. 옹호, 보호, 인내로 가득 찬 사랑이다. 자폐가 있는 사람을 위한 지원은 많지 않다. 특히 자폐 성인에게는 더욱 그렇다.

백신접종 거부에 대해 타임지에 기고했다. 아만다 칼훈
백신접종 거부에 대해 타임지에 기고했다. 아만다 칼훈

코로나19가 확산할 때 오빠는 백신접종을 거부당했다. 가족이 백신접종을 원했지만, 담당의사는 경구진정제도 필요하다는 이유로 접종을 거절했다. 나는 타임지에 오빠가 백신을 맞지 않게 된 의료 시스템에 관해 사설을 썼다.

언젠가 나는 부모님으로부터 오빠의 보호자 자격을 물려받을 것이라 생각한다. 오빠는 나에게 인내심을 가르쳤다. 그는 나에게 영감을 준다. 내가 예일대학에 일찌감치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오빠 덕분이다. 오빠는 나를 인종차별주의를 인정하는 능력을 갖춘 의사로 만들었다. 특별한 필요를 가진 형제자매 덕분에 나는 더 나은 사람, 더 나은 의사가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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