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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뒤에 가려진 초중증도 자폐 "진단 세분화해야"

김성은 2022-12-23 00:00:00

자폐 진단을 두 종류 이상 세분화하고 맞춤 치료를 할 필요성이 커진다. 행동개입인증위원회 
자폐 진단을 두 종류 이상 세분화하고 맞춤 치료를 할 필요성이 커진다. 행동개입인증위원회 

자폐인에 대한 인식이 고기능 자폐인 위주로 자리잡는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자폐과학재단 대표이자 자폐 자녀를 둔 앨리슨 싱어는 이제 ‘심각한 자폐’를 받아들일 때라고 말했다.

싱어는 폴란드에서 열린 자폐-유럽 국제회의에 참석해 자녀 조디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조디는 최소한의 언어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지적장애, 공격성, 불안, 불면증, 발작, 자해 등을 겪는다. 공격성이 자주 폭발하는 탓에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조디는 농장에서 일하는 것에 만족하지만 자주 자신의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고 벽에 머리를 부딪친다. 싱어는 “누가 조디를 보고 행복하다고 부르겠는가? 조디는 남은 인생 동안 24시간 보살핌과 감독이 필요하다”며 “조디는 물론 우리 가족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애초에 자폐에 관한 각종 지원은 여전히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자폐인에게 더 나은 지원을 제공하려면 이제 자폐스펙트럼장애 진단을 두 갈래로 나누고 ‘초중증도 자폐’의 새로운 진단을 추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헌에서 ‘초중증도 자폐’에 대해 최초로 언급된 것은 2021년 자폐 치료와 임상 연구의 미래에 관한 랜싯 위원회 보고서다. 위원회는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의 세멜 신경과학 및 인간 행동 연구소의 조지 타잔. 정신의학 교수 캐서린 로드가 공동 의장을 맡았다. 싱어 또한 위원회 소속이었다.

보고서는 ‘초중증도 자폐’라는 용어가 의존성 요구가 높은 자폐인과 지적으로 이해 가능하며 언어 능력이 크게 부족하지 않은 자폐인을 구별하는 데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랜싯 위원회는 자폐가 있는 사람들의 여러 데이터를 검토하면서 자폐증 인구의 거의 50%가 심각한 자폐 범주에 속한다고 추정했다. 위원회 중 한 명인 캘리포니아대학 신경과학 및 인간행동연구소 조지 타잔 박사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의 폭이 광범위해졌고, 너무 많은 증상을 아우른다”고 말했다. 같은 자폐인이더라도 겹치는 증상이나 공통점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IQ 30 미만도 혹은 160 이상도 자폐에 해당될 수 있지만, 이들이 보이는 행동 양상은 크게 차이가 난다.

랜싯 위원회의 공동 의장을 맡은 캐서린 로드 교수는 “자폐여도 언어적으로 뛰어날 수 있고 반대로 언어지연을 보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영우처럼 로스쿨을 수석 졸업할 수 있지만 반대로 고등학교를 못 마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다양한 증상을 하나로 묶는 것보다는 구체적인 용어를 사용해 구분해야 치료를 위한 접근 방식을 개인화할 수 있다.

싱어는 자폐에 대해 널리 알려질수록 대중은 자페에 대해 잘못 이해한다고 지적했다. 언어적으로 뛰어나고 숙련됐으며 사회성을 어느 정도 갖춘 자폐인이 목소리를 내고 정책 결정 회의에 자폐인을 대표해 참석하며 언론에도 출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싱어는 “그 결과 심각한 지적 장애와 공격적인 행동을 하는 자폐 환자는 눈에 보이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자폐 유럽 국제회의에서 노스캐롤라이나대학의 저명한 교육학 교수 브라이언 보이드는 자폐인의 반복적인 행동을 담은 영상을 보여줬다. 첫 번째는 자신의 특별한 관심사를 직업에 활용하며 사회화의 어려움과 혼자만의 시간의 중요성을 말하는 자폐 성인이었다. 두 번째는 자해행위를 하는 초중증도 자폐 아동이었다.

보이드 교수는 두 사람이 매우 다른 상황에 처했기에 전혀 다른 유형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회의에서는 자폐인을 대상으로 30년간 종단 연구를 진행한 데이터도 나왔다. IQ가 낮은 자폐인은 고기능 자폐인과 치료 결과가 크게 달랐다. 언어적으로 뛰어난 자폐 청년은 미래에 대한 어려움으로 불안과 우울을 꼽았지만, 언어지연 자폐 자녀를 둔 부모는 공격성을 꼽았다.

이는 다른 유형의 자폐 아동의 요구를 충족시키려면 매우 다른 유형의 치료가 필요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더 이상 초중증도 자폐의 현실을 눈감을 수 없다. 자폐 증상, 지적장애, 언어지연 등을 면밀히 살펴보고 그에 맞게 최소 두 가지 이상의 개별 진단을 내려야 다양한 요구를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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