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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자폐 진단 언제쯤 말해야 할까

김성은 2022-12-21 00:00:00

자폐 진단 사실을 부모가 아이에게 설명하는 편이 좋다. 로설보딩스쿨 
자폐 진단 사실을 부모가 아이에게 설명하는 편이 좋다. 로설보딩스쿨 

전문가들은 자폐 증상을 최대한 일찍 발견해 조기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자폐를 진단받았다는 사실 자체를 아이에게는 언제, 어떻게 털어놓아야 할까? 특히 지적장애를 동반하지 않는 고기능 자폐인 경우 부모로서 더욱 고민이 될 수밖에 없다. 호주 라토르브대학 심리학과 조세핀 바르바로 부교수는 최근 호주매체 컨버세이션과의 인터뷰를 통해 자폐 진단을 가급적 빨리 이야기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의학연구와 사회 인식이 개선되면서 더 많은 아이가 자폐 진단을 받고 있다. 영국 액셔터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대략 50명 중 1명꼴로 자폐 진단을 받았다. 자폐는 사회화, 의사소통, 정보처리(사고, 감지, 조절 포함) 차이로 나타나는 신경발달 장애다. 자폐는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할수록 아이 스스로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게 된다. 또한 아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일상생활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임상심리학자 마리 카민 박사에 따르면, 자폐를 진단받는 아동은 늘었지만, 부모들의 걱정과 부담은 여전하다. 아이가 자폐 사실을 알고 충격에 빠지지는 않을지 걱정한다는 것. 물론 부모는 아이가 진단을 이해할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다. 하지만 카민 박사는 “부모가 망설이는 사이 아이가 자폐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된다면 오히려 수치심을 부채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녀의 자폐 진단을 공개 또는 보류하는 부모의 결정이 청소년의 자폐 인식과 정체성 발달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본 연구가 있다. 자폐 청소년과 부모를 대상으로 인터뷰와 온라인 설문조사를 병행한 결과 부모가 자발적으로 자폐 진단을 공개한 경우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자폐와 자신을 더 긍정적으로 묘사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모에게서 자폐에 대해 직접 들은 청소년은 자신이 사회적인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묘사했다.

연구를 진행한 뉴욕시립대학 심리학과 아리아나 리치오는 "발달 초기에 아이들과 자폐에 대해 이야기하면 아이들이 자폐와 자기자신을 더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논문을 통해 밝혔다.

이 연구는 부모와 아이가 자폐에 대해 열린 대화를 할수록 긍정적인 영향이 커지며, 대화가 일찍 이뤄질수록 자폐 아동이 성인기에 더 나은 삶의 질과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더 이른 나이에 자기 자신을 이해하고 스스로 옹호하며 잠재적으로는 각종 지원과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바르바로 부교수는 “자폐에 대한 대화를 일찍 할수록 아이들은 공동체에 소속되는 것에 대해 더욱 적극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어떤 자폐 아동은 다른 자폐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이해되고 자신이 받아들여지는 것을 느낀다고 말한다. 오히려 자존감을 키우고 스스로 긍정적인 정체성을 확립하는 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이에게 자폐에 대해 어떻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1. 스스로 감정뿐 아니라 현재 상황을 파악한다

첫째, 진단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함께 현재의 상황을 파악한다. 상황 파악이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와 대화를 나누기 전 긍정적인 마음을 갖는 것이다.

만약 부모의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감정을 먼저 추스르는 것도 좋다. 하지만 아이가 자폐 진단에 대해 일찍 알수록 좋다는 점을 고려할 때 너무 오래 시간을 끌지 않는 것이 낫다.

2. 일상적인 대화를 자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자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아이와 평소 일상적인 대화를 자주 나누도록 한다. 만약 아이가 너무 어리다면 TV나 앱의 어린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어린이 프로그램에는 자폐 아동을 형상화한 캐릭터가 출연하곤 하는데, 이런 캐릭터를 활용해서 아이에게 자폐 증상에 대해 설명할 수 있다.

반면 열 살 이후의 아이들은 이미 세상의 다양성을 어느 정도 알고 있다. 신경다양성의 일부로 자폐에 대해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람마다 문화와 성격, 그리고 성별이 다르듯 뇌에도 다름이 있다”라는 식으로 말이다.

3. 알맞은 시간대를 선택한다 

어린아이들에게는 낮잠 후에, 또는 목욕시간이나 자기 전에 책을 읽는 등 마음이 진정되고 안정감을 느끼는 시간, 차분하고 명민한 시간에 자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권장한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십 대라면, 휴일이나 하교 후 쉬는 시간 등 다른 활동으로 바쁘지 않은 한가한 때 말하는 것이 좋다.

간혹 아이가 자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완전히 이해하기 어려워할 수 있다. 심각한 지적장애를 포함해 언어 미숙, 보조도구를 사용할 수 없는 자폐 아동 등이 포함될 수 있다. 아이가 자폐를 100% 이해하지 못 하더라도 자기 자신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결국 부모와 아이의 솔직한 대화는 기본이 되어야 한다.

또한 바르바로 부교수는 “아이와 자폐에 대해 말할 때 부정적인 언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결손이나 증상 등 부정적인 언어 대신 차이, 도전 등 중립적인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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