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언어성 학습장애는 어릴 때는 눈치채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언어적인 능력에는 전혀 뒤처지지 않기 때문. 보통 비언어성 학습장애인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 학습에 어려움을 크게 느낀다. 학교 공부가 더 이상 사실이나 단어를 암기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론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응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언어성 학습장애(NVLD)는 시공간적 처리, 실행기능, 수학적 개념, 미세한 운동능력, 사회성 등에 어려움을 보이는 신경발달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읽기, 맞춤법, 어휘, 기억력에 어려움을 겪지 않지만, 시각적, 공간적 또는 촉각적 지각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뇌의 우반구 기능장애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는 신경발달장애로 분류된다. 뇌의 백질에 이상이 생기면 이 부위의 신경신호 전달을 방해해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아직 비언어성 학습장애는 IDEA(장애인교육법)나 미국정신의학협회의 진단매뉴얼인 정신장애 진단 및 통계매뉴얼(DSM-5)에 의해 공식적인 진단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자폐나 불안 또는 ADHD와 같은 다른 상태로 진단되는 경우가 많으며. 학습장애가 있는 사람의 약 5%가 이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의료 전문가와 교육기관, 교육계 연구자 등인 비언어성 학습장애를 공식 진단으로 인정할 것을 주장해오고 있다.
비언어성 학습장애 아이가 특별히 어려워하는 것
비언어성 학습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다음과 같은 영역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시각 및 공간 인식 : 시각적 이미지를 처리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사각형이나 삼각형과 같은 모양을 그대로 따라 그리게 했을 때, 불균형하고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그릴 수 있다. 이는 형태를 구성하는 요소, 요소 간의 관계 등을 정확하게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주변의 시각적, 공간적인 측면을 평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으며, 보고 있는 사물이 정확히 어디에 위치하는지 이해하기 어려워한다.
교차 이해 : 주요 키워드와 이를 뒷받침하는 세부 사항을 상호 이해해 큰 그림을 파악하게 하는 능력이 부족하다. 결국 긴 글을 읽고 요점을 파악하기 어려워한다.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말하거나 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어떤 정보가 중요한지 아닌지 구별하지 못해 수업시간에 필기하는 것조차 힘들다. 교사가 말하는 모든 내용을 적거나 잘못된 내용을 적거나 아무것도 적지 못한다.
수학 개념 : 비언어성 학습장애 아이들은 암기 학습을 잘 하기에 저학년 때는 수학을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점차 수학 과목에서 응용을 하거나 사고력이 필요해져 학습에 어려움이 부각된다. 만약 초등학교 4~5학년부터 눈에 띄게 ‘수포자’가 될 기미가 보인다면 비언어성 학습장애일 수도 있다.
실행 기능 : 생각을 정리하고, 과제를 계획하고, 문제나 장애를 다루는 방법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고차원적인 기술의 집합이다. 비언어성 학습장애 아이들은 계획하고 조직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예를 들어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를 구상하는 것, 하루 일과를 조직하는 것,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계별 접근을 취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사교성 : 얼굴 표정과 보디랭기지 등 의사소통의 비언어적 신호를 읽는 데 어려움이 있다. 상호작용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할 수도 있고 상황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모를 수도 있다. 직접 대화하는 것보다 비언어적 신호가 배제되는 문자나 채팅에 더 편안할 수 있다.
비언어적 학습장애가 있는 사람은 그밖에 다음과 같은 활동을 힘들어한다.
▲연필 잡기 ▲신발끈 묶기 ▲가위 사용하기 ▲공 던지기 ▲자전거 타기 ▲물건과 부딪치는 것 피하기 ▲시각적 정보 불러오기 ▲작업에 집중하기 ▲멀티태스킹 ▲미리 계획하기 ▲정리정돈 유지하기 ▲에세이 쓰기 ▲이야기하기 ▲메모하기 ▲기하학적 도형 그리기 ▲수학에서 분수 이해하기 ▲수학 문제 풀기 ▲그래프 또는 지도 해독하기 ▲사회적 신호 해석하기 ▲새로운 상황 평가하기 ▲표정과 몸짓 읽기 ▲유머, 관용구 및 빈정거림 이해하기 ▲친구 사귀기
결국 아이가 자랄수록 학습에 어려움을 느끼며 친구관계를 원활히 이어가지 못하고 고립되고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비언어성 학습장애가 있는 경우 자신감과 사회적 기술을 향상시키기 위한 인지행동 치료, 학교와 가정에서 더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는 직업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조정능력 및 미세운동능력 향상시키기 위한 물리치료도 도움될 수 있다.
컬럼비아대학 아동청소년정신의학과는 비언어성 학습장애의 증상이 교육자와 신경심리학자들 사이에서 이미 널리 인식되어 왔으며, 비언어성 학습장애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치료가 필요한 건강 상태로 인식해야 적절한 치료를 받고 보험 보상을 받을 자격도 갖춰 나갈 수 있다는 것이다.
비언어성 학습장애는 아이들이 배우고, 자신을 표현하고, 개념을 파악하고, 다른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아이들이 적절한 치료와 지원을 받으려면 이와 관련된 제도가 뒷받침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