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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오피니언] AI와 로봇 시대, 고등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

김성은 2022-12-15 00:00:00

인문학이 미래 고등학교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머레이고등학교 
인문학이 미래 고등학교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머레이고등학교 

인공지능과 로봇이 점점 일상생활에도 확산되는 요즘, 고등학교 교육 시스템에 새로운 변화의 물결이 밀어닥치고 있다. 오는 2040년 고등학교의 바람직한 모습은 어떤 형태일까?

최근 출간된 미래교육안내서 《로봇과 함께 달리기: 미국 고등학교의 세 번째 시대》를 통해 앞으로 고등학교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엿볼 수 있다.

비영리단체 잡스포더퓨처의 선임고문이자 K-12 학교 교장부터 대학총장까지 역임한 바 있는 짐 트레이시와 베테랑 교육저널리스트 그렉 토포는 저서 《로봇과 함께 달리기》를 통해 다가오는 기술적 변화가 사람과 기계, 그리고 학생과 교사 사이의 관계를 어떻게 변화시킬지 이야기했다.

교육매체 에드서지(EdSurge)와의 인터뷰에서 책 이름을 《로봇과 함께 달리기》로 지은 이유에 대해 그렉 토포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야 할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흔히 로봇이 인간의 직업을 빼앗아 사람들을 실직하게 하고 또 궁핍하게 만들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로봇과의 관계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토포는 “생각해보라, 우리는 지금도 하루종일 로봇과 함께 일하고 있다. 오늘도 세탁기로 빨래를 하지 않았나. 그렇다면 옷을 깨끗하게 하기 위해 이미 로봇을 사용한 것이다. 즉, 우리는 이미 로봇과 함께 달리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저자에 따르면, 우리는 이미 로봇들을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20년 후에는 훨씬 더 밀접한 상호관계를 이루게 될 것이다. 짐 트레이시는 체스게임을 예로 들어볼 것을 권했다. “세계 최고의 인간 선수는 오늘날 최고의 체스 알고리즘에게 이기지 못한다. 하지만 인간 체스 선수와 중간 수준의 알고리즘이 힘을 합치면 최고의 알고리즘보다 더 강한 것이 사실이다”라고 설명했다. 즉, 인간과 로봇이 힘을 합치는 것이 바람직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로봇과 함께 달리기: 미국 고등학교의 세 번째 시대》
《로봇과 함께 달리기: 미국 고등학교의 세 번째 시대》

저서 《로봇과 함께 달리기》에는 2040년 고등학교가 묘사되어 있다. 18년 후 고등학교에는 인공지능과 로봇이 더 많이 활용된다. 미래 학교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가장 큰 차이점이 뭘까? 이에 대해 토포는 의외의 대답을 했다.

“모두가 첨단기술이 미래 고등학교의 주요 변수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인문학이 변화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사람들이 그 점을 깨달으면 좋겠다.”

짐 트레이시는 “진행한 사고실험에서 가장 충격적인 부분은 기술이 학생들의 창의성에 통합될 것이라는 점이었다. 기술로 인해 구성주의가 부활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구성주의란 자신의 경험으로부터 지식과 의미를 구성해낸다는 이론이다. 학생들이 교육을 받을 때 이전 개념을 토대로 학습하게 되고 결국 앞으로 학생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학습을 이끌어갈 수 있게 된다.

이들은 또한 기술이 교실과 학생과의 관계를 무한히 유연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했다. 교육 방향을 살펴보자면, 각각의 디지털 교육 콘텐츠를 얼마나 우수하게 학습할 수 있는가보다는 디지털 콘텐츠 문해력을 강화할 수 있는 훈련 중심으로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은 미적분학 등 각 과목을 공부하는 데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미적분학에 대해 학생 각각의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등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적인 노력을 이끌어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2040년의 고등학교 예상은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그렉 토프는 사생활이 가장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첨단기술로부터 학생들의 사생활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큰 상황인데, ‘사생활 대재앙’을 막기 위해 무엇이 필요할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사생활 대재앙이 매우 광범위하게 일어날 것으로 보이고, 사람들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벌어지기 전에 멈춰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교육자들이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첨단기술을 활용하고 있어 희망이 보인다고 전했다. 토프는 교사들이 더욱 첨단기술에 친숙해지는 미래에는 기술 개발에도 참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그럴 경우 첨단기술의 관리나 통제 등이 올바로 작동할 것으로 보인다.

트레이시는 현재 공교육 시스템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기보다는 점점 더 엄격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점점 더 기능적인 마비를 일으키고 있다. 공교육이 머지않아 체계적인 붕괴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책에서도 말하고 있지만, 이러한 붕괴는 결국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리는 길로 향한다”며 희망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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