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으로 학업성취도가 저하됐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로 교육의 현실을 판단하면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10년 이상 중국에서 특파원으로 일한 국제전문 기자 호세 알바레스 디아스는 지난 14일 이퀄타임스를 통해 지역별 추구하는 교육의 방향이 다르며 단순히 정보를 암기하는 것보다 비판적 사고와 팀워크, 창의성에 더 집중하고 개발하는 것의 중요성이 커져야 한다고 밝혔다.
동아시아는 전통적으로 암기와 반복에 크게 의존한 교육방식이 중점을 이뤘다. 학생들은 창의성, 상상력, 개인적 표현력, 비판적 사고가 억제될 가능성이 컸다. 북유럽 국가들은 모든 학교에 걸쳐 교육에 관한 동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시험이나 수업시간, 과외활동에 대한 부담은 다른 지역 대비 낮은 경향이 있다.
국제연합 에듀케이션인터내셔널의 연구 코디네이터 마틴 헨리는 "1990년대 신공공관리론이 교육에 등장하면서 혼란을 일으켰다. 학교에는 적용할 수 없는 개념이다"라며 개개인의 소망과 행복을 중시하는 인본주의를 옹호했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학생의 49%가 대학에 진학했다면, 51%는 실패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교육 시스템이 성적과 대학 입학 및 학위 취득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대다수 학생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틴 헨리는 "교육은 개인을 성장시키고 모든 사람에게 잠재력, 재능, 사고방식, 일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익숙해지고 편안해질 수 있는 능력을 주는 것이다. 또한 사회를 통합하고, 학생들에게 사회에 진출할 경험과 능력을 주고, 그들이 사는 문화의 가치를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핀란드 교육부에서 20여년간 일하며 성공적인 공교육 모델을 정착시킨 교육학자이자 서던크로스대학의 교육학 교수 파시 살베르그는 OECD에서 실시하는 PISA로는 교육 시스템의 질을 평가하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는 "수학, 영어 시험 평가가 지배적이다. 교육의 질을 판단하는 척도로 널리 자리잡았지만, 학교 교육에는 또다른 중요한 기능이 있다는 것이 종종 간과되고 있다"고 말했다. 창의성, 협업, 문제해결, 공감, 소통 등은 교육의 중요한 일부라는 것이다. 교수는 "창의성이나 공감, 소통 능력에 학교에서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지금의 평가로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핀란드 교육노동조합(OAJ)의 고문 페이비 리히카이넨은 핀란드 초등학교에서는 성적을 등수나 등급으로 매기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학생의 수업태도나 흥미 있는 분야, 발전 상황을 서술할 뿐이다. 이에 대해 살베르그 교수는 "점수나 등급으로 평가하는 것이 쉽고 간단하지만 사실상 학생들에게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며 "1, 2, 3등급 또는 A, B 등급을 받아도 어떤 점이 부족해서 B 등급을 받았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학생의 경우 PISA에서 줄곧 상위권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흥미도는 OECD 평균을 한참 밑돌았다. 2020년 발표된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국제비교 연구 2019'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교 4학년생의 학업성취도는 수학 3위, 과학 2위였다. 하지만 수학에 대해 '좋아하지 않는다'고 답한 비율이 무려 40%였다. 국제 평균은 20%였다. 수학과 과학에 대한 자신감은 58개국 중 57위였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아시아국가들이 전반적으로 학업 성취도가 높지만 흥미가 늦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물론 나라마다 교육시스템이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하지만 학업 자체에 대한 관심도나 탐구심은 사라진 채 입시 위주의 학습 결과가 아닌지 한 번쯤 생각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