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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비옥한 땅’ 앨라배마 블랙벨트 어린이 11명 중 1명은 굶주려

김성은 2022-12-15 00:00:00

블랙벨트에서는 저렴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음식에 대한 접근성이 낮다. 앨라배마 커뮤니티푸드뱅크
블랙벨트에서는 저렴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음식에 대한 접근성이 낮다. 앨라배마 커뮤니티푸드뱅크

한때 비옥한 토지로 유명했던 미국 앨라배마 블랙벨트 지역이 식량불안을 겪고 있다.

웨스트 앨라배마 대학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어린이 11명 중 1명은 심각한 식량불안에 처했다. 이틀에 한 번꼴로 겨우 음식을 먹는 등 굶주리고 있었다.

미국 농무부는 아이가 있는 가구의 7%가 식량불안을 보고했다고 밝혔다. 그중에서도 1% 미만은 매우 심각한 상태의 식량불안에 처한 것으로 추정된다.

웨스트앨라배마대학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진행하며, 부모들이 설문조사에 응답할 때 자녀의 식량불안을 과소평가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웨스트앨라배마대학의 브랜든 렌프로는 지난해 블랙벨트 지역의 16개 고등학교 742명 학생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했다. 학생들의 4분의 1은 스스로 식량불안을 경험하고 있다고 보고했으며, 약 9%가 매우 심각한 식량불안에 직면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즉, 집에 음식이 바닥났고 하루 이상 먹지 않고 지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식량불안과 관련된 전국 평균을 훨씬 초과한다.

블랙벨트는 앨라배마주 중앙부에서 미시시피주 북동부에 걸쳐 펼쳐진 대초원으로 비옥하고 검은 토양으로 유명했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비율이 높은 탓에 낮은 교육수준, 높은 범죄율과 실업률, 빈곤으로도 알려졌다.

현재 블랙벨트에서는 저렴하면서도 영양가 있는 음식에 대한 접근성이 낮다. 식량 위기는 어김없이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이런 가운데 블랙벨트 지역에서 식량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고 지속 가능한 식량 시스템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체들이 있어 이목을 끈다.

어린이 11명 중 1명은 심각한 식량불안에 처했다. 빈센트초등학교
어린이 11명 중 1명은 심각한 식량불안에 처했다. 빈센트초등학교

예를 들어 웨스트앨라배마 푸드뱅크는 올해 내내 주말마다 아이에게 충분한 음식을 제공하는 시크릿 급식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의 아이들은 질 좋은 식사를 평일 학교에서만 할 수 있다. 웨스트앨라배마 푸드뱅크는 학기 중 주말마다 아이 한 명을 먹여 살리는 데 140달러가 든다고 계산했다. 프로그램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블랙벨트 카운티의 기업들과 제휴했다. 지금까지 21명의 아이들을 먹여 살리기에 충분한 3,000달러 이상을 모금했다.

블랙벨트 커뮤니티재단은 630만 달러 상당의 신선한 농산물, 육류, 유제품 15만5,000상자를 16개 카운티에 분배했다. 펠레시아 럭키 회장은 “블랙벨트의 식량 불안은 이곳의 모든 지역에 걸쳐 아이들과 가족에게 영향을 미친다. 모두에게 정말 충격적인 문제다”라고 말했다.

재단의 목표는 블랙벨트 지역 전체에 식품 접근성이 지속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현재 농부, 전 USDA 직원, 고등 교육 지도자, 농업 협동조합 지도자 및 관련 주민들을 연결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계획을 개발 중이다.

블랙벨트 지역 아이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있다. 앨라배마 커뮤니티푸드뱅크
블랙벨트 지역 아이들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있다. 앨라배마 커뮤니티푸드뱅크

무료 의료검진과 식품을 제공하는 단체도 있다. 샌드라 포드 박사와 남편 헨리 포드가 주도해 자원봉사 의료 전문가들로 구성됐다. 매달 첫 번째 토요일에 블랙 벨트 커뮤니티에서 의료 서비스와 모바일 의료 클리닉을 제공한다.

루이지애나의 아워레이디 오브더 레이크 어린이병원의 레이첼 버나드 박사는 “식량불안에 대해 아동과 부모를 대상으로 조사하면, 결과는 엇갈린다. 부모는 아동의 식량불안에 대한 걱정과 현실에 대해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컸다”며 “대부분 식량불안 평가는 성인이 제공한 데이터만 기반으로 한다. 결국 아이들의 식량불안을 정확하게 인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옥스너저널에 게재된 레이첼 버나드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식량불안이 있는 가정의 아이들은 일반적인 건강상태가 좋지 않았으며 두통과 복통이 더 자주 발생했고 천식, 비만, 성장 지연을 겪을 위험이 더 컸다. 지속해서 과잉행동을 보이며 감정 및 행동 문제, 또래관계 문제를 경험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식량불안 위기가 있는 지역의 아동을 대상으로 신체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을 꾸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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