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과도하게 깜빡이거나 킁킁 거리는 소리를 내는 등 틱 증상을 보일 때 부모나 형제자매는 가급적 증상을 못 본 척하는 것이 좋다고 알려졌다. 심리적인 문제로 틱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자주 지적하거나 혼내면 증상이 더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틱 증상이 최초로 발생한 후 거의 1년간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마음을 돌보고 증상을 못 본 척 했는데도 나아지지 않는다면? 정신건강 전문의들은 일시적인 틱장애가 아닌 뚜렛증후군일 수 있다고 말한다.
틱이란 갑작스럽고 빠르게, 어떤 소리가 움직임을 자기 의지와 무관하게 반복하는 장애다. 눈을 여러 차례 빠르게 깜빡이는 것, 목과 어깨 움츠리기, 얼굴 찡그리기와 같은 운동 틱과 헛기침하기, 코로 킁킁거리기, 코웃음 치기 등의 음성 틱이 있다.
서울아산병원에 따르면, 운동 틱이나 음성 틱 중 한 가지가 1년 이상 지속되면 만성 틱장애, 운동 틱과 음성 틱이 동시에 존재하며 1년 이상 지속되면 뚜렛증후군일 수 있다. 전체 아동의 10~20%는 일시적인 틱 증상을 보이며, 만성 틱장애는 1% 아동에게 나타난다.
보통 18세 이전에 첫 증상이 나타나는데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7세경에 나타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증상은 5~10세에 가장 심하다. 틱장애는 심리적인 원인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 자라면서 증상이 서서히 줄어들 수 있지만, 뚜렛증후군은 다르다. 증상이 호전되었다 악화되었다 반복하는데 성인기에 오히려 더 심해지기도 한다.
운동 틱과 음성 틱이 동반된 채 1년 이상 지속되면 뚜렛증후군을 의심하는 것이 좋다. 만약 증상이 자주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면, 해당 증상이 나타났을 때 동영상 촬영을 했다가 전문의 진료 때 보여주는 것이 좋다.
틱은 불안, 흥분, 피로, 분노 등으로 악화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뚜렛증후군은 유전적 요인이 커서 직계가족 중 틱이 있을 확률이 25% 정도다. 일란성 쌍둥이는 90%가 뚜렛증후군이 함께 나타난다. 그밖에 스트레스, 감염, 뇌의 구조적 이상, 뇌의 생화학적 이상, 호르몬, 뇌손상 등의 원인이 작용할 수 있다.
건강 전문 해외매체 헬스숏츠에 따르면, 뚜렛증후군 환자의 60%가 ADHD를 동반한다. 또한 뚜렛증후군의 20%는 강박장애를 앓고 있으며, 10%는 우울증과 같은 기분장애가 있다. 그밖에 뚜렛증후군 환자는 자기 자신을 상해하거나 불안, 수면장애, 학습장애를 겪을 가능성이 크다. 남성의 경우 여성보다 3~4배 흔하게 나타난다.
틱 증상을 무시하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 벌을 주거나 꾸중하더라도 아이는 틱 증상을 조절할 수 없고 도리어 자존감만 떨어진다. 하지만 증상이 심해 학교생활과 교우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뚜렛증후군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
미국신경과학회(AAN)는 뚜렛증후군 초기 치료로 행동요법을 추천했다.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열린 AAN 연례학술대회에서 ANN은 '투렛증후군·만성 틱장애 관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틱에 대한 종합적 행동요법(CBIT)으로 비약물적 치료를 우선으로 할 것을 권고한 것이다.
CBIT는 최근 10년 새 주목받은 치료로 틱 증상 개선으로 약물치료와 비슷한 효과를 입증했다. 환자가 증상을 인지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틱 충동이 생길 때 상반되는 행동을 하도록 훈련시킨다. 예를 들어 어깨가 들썩거리는 증상이 나타나는 아이는 해당 증상이 나타날 것 같으면 무릎에 손을 대고 꾹 눌러본다. 어깨 근육이 활성화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틱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일상 활동 양상을 변화시킨다. 틱을 억제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 틱 증상이 나타날 때 충동이나 행동을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CBIT에 성공한 참가자의 87%가 치료 후 6개월이 지나도 효과가 지속됐다. 미국뚜렛증후군협회는 “CBIT는 치료가 아닌 관리 전략이다. 환자들은 필요에 따라 평생 적용할 수 있는 관리 기술을 배우는 세미다”라고 밝혔다.
헬스숏츠는 행동치료로 증상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약물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전했다. 도파민 길항제(피모지드, 할로페리돌), 각성제(메틸페니데이트, 덱스트로암페타민), 항우울제와 같은 약물이 사용된다. 다만 약물치료 시 체중 증가, 약물로 인한 운동장애 등의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킹스캐니언통합교육구의 교내 심리학자 패티 멘도자는 “미국의 5~17세 어린이 160명 중 1명꼴로 뚜렛증후군이 있다. 아이마다 증상은 제각각 다르므로 가족, 임상의가 모두 협력해 적절한 치료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틱 증상 외에 다른 질환이 있다면, 치료 우선순위를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