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여러 학교가 정치적 논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 진행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재직중인 교장 70%가 언급하기만 해도 격렬한 감정 싸움으로 이어지는 ‘핫버튼(hot button)’ 이슈로 갈등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네브라스카주에서는 학교 이사회에 총기를 지참하고 참석한 이가 있었으며 아이오와주에서는 교실에서 시사 문제에 관해 고성이 오갔다. 캘리포니아의 한 학부모는 학교를 ‘사회주의’라고 비난했다.
캘리포니아대학 로스앤젤레스 교육 및 정보 연구소 IDEA가 공립고등학교 교장을 대상으로 한 전국적인 조사에 기초해 발표한 보고서 ‘다양한 민주주의 교육’에 따르면, 학교를 둘러싼 적대감이 커지고 있다. 10명 중 7명에 가까운 교장들이 지난해 학교에서 정치 문제로 갈등이 발생했으며, 거의 절반은 이러한 갈등이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자주 발생한다고 답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치적으로 분열된 지역사회 학교들은 인종과 인종차별에 대한 교육이 제한되고 있으며, 성소수자 학생들의 권리를 제한하려는 캠페인으로 인해 더 많은 갈등을 겪었다.
알래스카 파머에 위치한 고등학교의 메리 풀프 교장은 지역매체 초크비트(chalkbeat)와의 인터뷰에서 “교육자로 재직하는 동안 가장 힘든 시기”라고 말했다. 전염병은 물론 인종차별과 성소수자와 관련해 논쟁의 중심에 서있다는 것이다. 풀프 교장은 얼마 전 자신이 근무하는 고등학교의 트랜스젠더 학생이 여학생 탈의실을 이용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거센 비난을 받았다. 결국 지난달 교육위원회는 학생들이 자신의 성정체성에 맞는 화장실과 탈의실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조사에서 교장의 절반은 부모나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인종차별에 관한 수업을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약 절반은 성소수자 관련 정책이 비난을 받았으며 40%는 사회정서적 학습이 공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UCLA 교수 존 로저스는 “지난 4년간 공립학교의 분쟁의 현장으로 변화했다. 학교는 온갖 갈등이 일어나는 극장이 됐다”고 말했다. 교수가 이야기한 분쟁은 정치적으로 분열된 지역사회에 위치한 학교에서 더 빈번하게 발생했다.
로저스 교수를 포함해 보고서를 공동 집필한 연구진은 익명을 요구한 교장 30여명을 인터뷰했다. 교장의 70% 가까이가 학생들이 정치적 신념 때문에 반 친구들을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고 답했고, 60% 이상이 정치적 의견 차이가 교실을 더 긴장감 있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아이오와주의 한 교장은 ”교사들이 수업 내용과 관련해 학생이나 학부모로부터 비난 받을까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시사 토론 수업 중간에는 일부 학생들이 서로 소리를 지르기 시작해 교장은 수업을 끝낼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테네시주의 한 교장은 “코로나19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편협함이 자주 보이며 다른 시각을 이해하지 않고 거부하는 경향이 커졌다”고 말했다.
교장들은 성소수자 학생에 대한 적대감이 더 만연해졌다고 공통적으로 말했다. 정치적으로 분열된 지역 학교의 교장 3분의 1은 2021년 학생들이 성소수자에 반대하는 발언을 2018년의 3배나 했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 학생을 보호하거나 성소수자 학생을 배려하는 교사들을 맹비난하는 일도 벌어졌다.
이 탓에 교사나 행정관 등 수많은 교직원들이 스트레스를 호소해왔다. 일부 교사들은 학교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쌓이면서 교사를 채용하거나 유지하는 것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여러 주가 겪고 있는 교사 부족의 원인이라는 것이다.
논란을 피하기 위해 인종 문제를 비롯해 차별, 편견의 시각이 들어갈 수 있는 주제는 언급조차 하지 말라고 당부한 교장도 있었다. 메사추세츠주의 한 교장은 “비난받지 않으려는 끊임없는 노력이 결국 교사들을 지치게 했다”며 “지난 2년은 내 경력에서 가장 힘든 해였다. 공교육의 미래가 정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