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2세 된 소녀가 먹을 수 있는 생분해성 물병을 만들어 화제다. 이 물병은 자연 상태에서 좀처럼 썩지 않는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줄이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스미소니언매거진 등 미국의 과학 및 발명 매체들은 유타주 이글마운틴의 12세 소녀 매디슨 체케츠가 생분해성 젤라틴 물병을 개발했다고 8일 보도했다. 체케츠가 초등학교 과학박람회 출품작으로 제출한 물병 ‘에코히어로’는 젤라틴 형태를 띠고 있다. 물을 마신 후 병까지 먹을 수 있다는 점이 큰 특징이다.
에코히어로를 발명한 체케츠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가장 좋아하는 해변을 플라스틱 쓰레기가 오염시키는 것을 본 후 무언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체케츠는 물병 ‘에코히어로’를 통해 유타주 과학박람회에서 1등을 했으며, 이제 전국대회를 앞두고 있다. 또한 중학생들을 위한 미국 내 최고의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대회인 2022 브로드컴 마스터스 대회에서 최종 후보 30명 중 한 명으로 선정된 상태다.
에코히어로는 액체를 겔막에 감싸는 방법인 역구형화(reverse spherification) 기술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막 안의 물을 더 오래, 더 많이 보관할 수 있는 역구형화 기술은 2005년 스페인 레스토랑 엘불리의 요리사, 크리에이티브, 연구원들로 구성된 팀에 의해 대중화되었다. 체케츠는 역구형화를 소개한 웹사이트를 우연히 발견했고, 여기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식용 물병을 만들어나갔다.
그는 역구형화 기술을 토대로 하되 식품첨가물인 젖산칼슘이라고 불리는 소금과 갈색 조류에서 얻은 알긴산나트륨을 혼합한 물질로 겔을 만들었다. 이렇게 얻어진 젖산칼슘 겔막은 물을 안전하고 오랫동안 보관할 수 있었다. 몇 가지 시행착오 끝에 체케츠는 젖산칼슘과 일반적인 식품첨가물 및 증점제인 잔탄검, 레몬주스, 물을 믹서기로 섞어 최종 시제품을 만들었다.
체케츠는 젖산칼슘 용액을 직사각형 틀에 얼린 다음, 얼린 직사각형을 알긴산나트륨 용액에 넣고 막이 형성되기 시작할 때까지 회전시켰다. 막이 완전히 형성되고 약 7분이 지난 후 알긴산나트륨 용액에서 막을 꺼내 증류수 욕조에 넣었다. 그렇게 만든 막에 레몬즙을 섞은 물을 넣은 다음 냉장고로 차게 식히면 물병은 약 3주간 물을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었다.
식용 막은 곰젤리와 비슷한 식감을 가지고 있으며 약간의 레몬향 외엔 별다른 맛은 없다. 에코히어로 한 병에 약 4분의 3컵에 해당하는 물을 담을 수 있다. 체케츠는 “에코히어로 한 병을 만드는데 1.2달러가량이 필요하다. 에코히어로로 물을 마신 다음 병까지 먹을 수 있다. 쓰레기가 생기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손에서 막이 터지지 않도록 충분히 강도를 높이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그는 최상의 결과를 얻기 위해 젖산칼숨, 알긴산나트륨, 잔탄검의 농도에 변화를 주며 테스트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젖산칼슘 용액에 잔탄검을 첨가하면 막의 강도가 더 강해졌지만, 물에서 비누맛이 났다. 물맛을 향상시키고 막이 더 오래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 젖산칼슘 용액에 레몬즙 한 티스푼을 추가했다. 수용액에 레몬즙을 넣어 방부제로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는 딸기를 레몬즙에 코팅해 곰팡이가 생기는 것을 방지했던 과거 과학박람회 프로젝트 출품작에서 활용한 것이다.
체케츠가 식용 물병을 최초로 개발한 사람은 아니다. 대표적인 식용 물병은 2014년 임페리얼칼리지 런던대의 디자인과 학부생 로드리고 가르시아 곤살레스, 피에르 파슬리에, 기욤 쿠체가 개발한 식용 물병인 오호(OOHO)다. 계란 노른자에서 영감을 얻은 오호 물병은 약 50㎖ 물을 담을 수 있다. 오호의 개발자들은 체케츠와 비슷한 역구형화 기술을 사용했지만, 젖산칼슘 대신 염화칼슘을 사용했다.
미국에서는 연간 300억 개 이상의 플라스틱 물병을 소비하며 대다수는 재활용되지 않는다. 버려진 플라스틱 물병 연간 5조 2,500억 개 이상이 바다에 이른다. 체케츠는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고 즉시 플라스틱 오염을 줄이는 방향을 생각했다고 말했다.
체케츠는 앞으로 에코히어로를 더욱 개선해 마신 다음 다시 밀봉할 수 있고, 더 튼튼하고, 더 크게 만들기 위한 실험을 계속해나갈 예정이다. 그러면서 에코히어로를 통해 사람들이 지속가능성을 고민하고, 또 이를 통해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듀크대학의 환경과학자 대니엘 릿츠쇼프는 좋은 아이디어라고 말하면서 “실제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용기를 먹는 것이 얼마나 안전한지, 파손되지 않고 다량의 물병을 운송할 수 있는지, 용기에 미량의 다른 화학물질이 얼마나 포함되는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규모 생산 및 판매를 위해서는 부차적인 문제 몇 가지가 해결되어야 하지만 물병을 먹을 수 있다는 개념은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