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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책만 꺼내도 불안한 아이 '뇌 활동' 달랐다

김성은 2022-12-12 00:00:00

무서운 상황에 반응하는 뇌 영역이 수학적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에게서도 활발히 반응했다. 킹스에듀케이션
무서운 상황에 반응하는 뇌 영역이 수학적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에게서도 활발히 반응했다. 킹스에듀케이션

수학적 불안감을 가진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기능에 차이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스탠포드대학 의대 연구진은 2~3학년 학생들이 덧셈과 뺄셈을 하는 동안 MRI 검사를 진행했다. 그 결과 평소 수학에 불안감이 있던 학생은 두려움과 관련된 뇌 영역의 활동이 증가하고, 문제 해결에 관련된 뇌 영역의 활동이 감소했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해당 연구는 학술지 《사이컬러지컬 사이언스》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스탠포드대학 정신의학과 행동과학 비노드 메논 교수는 “거미나 뱀을 보는 것처럼 무서운 상황에 반응하는 뇌 영역이 수학적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에게서도 높은 반응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2~3학년 학생 46명을 대상으로 기능적자기공명영상(fMRI) 뇌 스캔을 수행했다. 아이들은 표준화된 설문지를 연령에 맞게 수정한 버전으로 수학적 불안을 평가했고 표준 지능과 인지 테스트를 받았다.

수학 불안도는 수학과 관련된 상황과 문제에 대한 감정적인 반응에 대해 묻는 형식으로 검사했다. 수학 불안도가 높은 아이들은 숫자 문제에 두려움과 걱정으로 반응하고, 수업시간에 수학 문제를 풀어달라는 요구를 받는 등의 상황이 불안하다고 말한다.

메논은 “수학을 잘 하는 학생도 있지만, 수학 불안증에 시달릴 수 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수학 불안이 높은 학생은 수학 능력이 부족해지고 심화 수업을 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먼저 수학 불안을 측정한 설문지 결과를 토대로 7~9세 아이들을 수학 불안이 낮은 그룹과 높은 그룹으로 나누었다. 그룹에 관계없이 IQ 점수, 작업 기억력, 읽기 및 수학 능력, 일반화된 불안 수준은 유사했다.

아이들은 fMRI를 사용하여 뇌를 스캔하는 동안 덧셈과 뺄셈 문제를 풀었다. 수학적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은 뇌의 주요 공포 중심인 편도체와 새로운 기억을 형성하는 것을 돕는 뇌 구조인 해마의 한 부분에서 강화된 활동이 나타났다. 또한 작업 기억과 수치 추론과 관련된 몇몇 뇌 영역에서 활동이 감소했다.

흥미롭게도 수학적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의 경우, 공포 중추의 활동 증가가 뇌의 수치 정보 처리 영역에서 감소된 기능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수학적 불안감이 높은 아이들은 편도체와 뇌의 감정 조절 영역 사이의 더 큰 연관성이 나타났다.

또한 수학 불안이 높은 아이들은 수학 불안이 낮은 아이들에 비해 수학 문제를 푸는 데 정확도가 떨어지고 속도가 현저히 느렸다. 그 결과는 수학 특유의 공포가 뇌의 정보처리 능력과 수학 문제를 통해 추론하는 능력을 방해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수학 불안과 관련해 행동적 측면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여러 차례 진행된 바 있다. 하지만 메논 교수는 수학 불안과 관련된 생물학적 증거를 찾고자 했다.

메논 교수는 “수학 불안 현상이 50년 전 최초로 확인됐지만, 여전히 수학 불안이 신경 활동 측면에서 어떻게 나타나는지 알아보는 실험이 진행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결과 수학 불안이 신경 생물학적으로 다른 종류의 불안이나 공포증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수학 불안이 비현실적이지 않고 진정한 자극 및 상황별 불안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는 앞으로 수학적 불안 또한 일반화된 불안장애나 공포증에 사용도되는 치료법처럼 새로운 전략을 개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루실 패커드 어린이 병원의 소아정신과 의사이자 어린이들의 불안 효과에 대한 전문가인 빅터 캐리온은 “이번 결과는 수학에 불안감을 느끼는 동안 뇌 기능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으며, 새로운 학문적 발달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앞으로 수학 불안뿐 아니라 수학 인지, 기억 형성, 고기능 자폐 아동의 수학 능력 등을 알아보는 연구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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