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도시 뉴욕시 브루클린의 치안 불안이 커지며 학생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지난 6일 뉴욕시의원 링컨 레슬러 의원실에는 다운타운 브루클린의 안전을 개선하기 위한 회의가 진행됐다. 링컨 레슬러 의원이 시작한 워킹그릅의 첫 대책회의였다. 이 자리에는 지역 내 9개 학교의 학생과 직원 대표, 학교 안전요원, 시민지도자, 경찰 등이 참석해 브루클린 시내를 더 안전하게 만드는 방법을 논의했다.
지난 4월 지하철 객차서 무차별 총기 범죄가 일어나는 등 브루클린의 치안은 악화일로다. NYPD 통계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4월 3일까지 뉴욕시 총격 사건은 전년 동기 260건에서 296건으로 증가했다. 곳곳에서 수차례 총격과 칼부림 사건이 발생하며 시민들의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다.
올해 초에는 낮 1시 30분경 차터스쿨에 다니는 15세 한 소년이 학교에서 불과 몇 블럭 떨어진 공원에서 총을 맞아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레슬러 의원은 개학 첫날 발생한 소년의 죽음에 큰 충격을 받았으며, 이후 지역 내 9개 학교 관리자 회의를 소집하는 한편 학생들의 의견을 적극 수용하기로 했다.
브루클린 곳곳에는 범죄 발생을 차단하기 위해 경찰들이 자리하고 있지만, 오히려 학생들은 불안감을 더욱 자극할 뿐이라고 입을 모았다.
K-6학년 때부터 다운타운 브루클린에서 학교를 다니는 16세 아나야시아 배스 윌리엄스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다. 정말 많은 것이 달라졌고 무섭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거리에서 정신질환자를 자주 마주치게 되었으며, 공공연히 마약이 판매되고 이웃학교 학생들간 갈등도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학생들은 경찰의 역할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누었다. 학생들은 브루클린에서 뉴욕경찰(NYPD)의 존재가 종종 비효율적이며 때로는 오히려 해롭다고 주장했다.
한 학생은 "내가 다운타운에서 다른 학생들과 싸우거나 시비가 붙었을 때 경찰이 개입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싸움을 말린 것은 보행자들이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경찰이 학생들의 갈등 상황에 개입하는 것도 효과적이지는 않다고 말한다. 법학 준비 어반어셈블리 공립고등학교의 2학년 학생 프레드러브 데솜스는 "경찰은 불에 기름을 붓는 격이다"라고 말했다.
경찰들은 부당하게 혹은 임의로 학생들을 체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NYPD 애니 아눈치아토는 "여러 학생이 싸움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한다. 어떤 학생이 싸움에 연루되어 있고 어떤 학생이 관중인지 순간적으로 구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NYPD 대변인은 “경찰과 학교 안전 부서가 전체 학교 공동체의 안전과 청소년을 범죄자로 규정하지 않는 것의 균형을 유지하면서 청소년 옹호단체, 학생, 기타 이해관계자들과 지속해서 대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변인은 2019년 NYPD와 교육부 간 양해각서의 변경 사항을 지적했는데, 이는 학교 내 체포를 줄이고 학교 직원들이 공식적인 형사 절차를 수반하지 않고 경미한 학생 위반을 처리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한다는 내용이다.
인종 문제도 빠지지 않았다. 공립학교와 인근 차터스쿨 학생들의 대다수는 흑인과 라틴계다. 학생들은 자신들이 어떻게 대우받는지에 인종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의심했다.
“만약 백인 아이 두 명이 싸운다면, 경찰은 '그만둬'라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수갑을 내민다”라고 자히야 윌리엄스는 말했다.
학생들은 등하교 시간에 학교 밖에서 정신질환자를 자주 마주치는 탓에 호신용 스프레이나 가스총 등을 휴대한다. 문제는 이러한 물건들은 학교 안전요원에게 압수되고 NYPD에는 위험한 무기를 소지한 학생으로 인식된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브루클린 학교 안전요원은 “스스로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이해된다. 하지만 무기를 들고 다니는 것은 옳지 않다. 친구들과 여럿이 함께 다니고 등하교할 때는 헤드폰을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어반어셈블리 고등학교의 16세 학생 다이샤 윌리엄스는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는 책임의 상당수는 학생 자신에게 떠넘겨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의 근원을 설명하는 대신 피해자에게 문제를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들은 지역 내 모든 학교가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는 것에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또한 첫 회의에서 해결책이 나오기 힘들다는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학생과 경찰 간의 뿌리 깊은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