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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맵도 시간도 없다” 1년에 2시간 기후변화 수업 현실

김성은 2022-12-06 00:00:00

기후변화 관련 수업의 필요성은 커지지만 현실은 부족하다. 그레타툰베리 
기후변화 관련 수업의 필요성은 커지지만 현실은 부족하다. 그레타툰베리 

학교 교과과정에 기후변화 관련 수업을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는 가운데 현재 미국 중학교의 절반만 관련 수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1월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많은 주에서 기후교육을 생략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후 전문기자 윈스턴 최 샤그린은 “중학교 과학 교과과정에서 기후와 관련돼 최소한의 수업을 진행할 뿐, 대부분 주에서는 일 년 중 오직 몇 시간만 기후교육에 할애하고 있다”고 밝혔다.

9월 말부터 10월 초까지 초강력 허리케인 이안이 미국을 강타했다. 사망자가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전례 없는 홍수와 대규모 정전사태로 피해가 심각했다. 이안이 미국 대륙을 휩쓸고 간 2주 후 교사 베르타 바스케스는 K-7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기후교육을 실시했다. 학생들에게 직접 기후변화에 관한 정보를 온라인으로 검색해 허리케인 이안의 발생 원인과 피해 규모, 복구 비용을 정리하도록 지도했다.

바스케스는 “허위정보가 범람하는 온라인에서 기후와 관련된 사실을 구별하는 방법을 터득하도록 한 수업이었다”며 “2주간에 걸친 이번 수업으로 아이들이 기후변화와 해결책, 한계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초를 마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앞으로 삶에 기후변화가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하면 기후교육의 중요성은 매우 크지만, 실상은 관련 수업이 극히 부족하다.

플로리다주는 기후변화에 관한 수업을 일체 진행하지 않으며, 텍사스는 단 27페이지 분량의 내용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세 가지 사례를 교육한다. 나머지 40개 주에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해 단 한 가지 사례만 전하고 수업을 마친다.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클렘슨대학 명예교수이자 전 국립과학교사협회 회장인 마이클 파딜라는 “중학교는 아이들이 도덕적‧논리적 개념이 확립되는 시기이기에 기후변화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전문가들은 중학교 과학수업이야말로 기후변화를 가르칠 적기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미국의 대부분 중학교는 시간 및 지원 부족으로 기후변화 수업을 별도로 마련하지 않는다. 기후변화 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고스란히 개별 학교 또는 교사의 몫이다.

미 국립과학교육원의 조사에 따르면, 중학교 과학교사의 약 절반이 기후변화 과목을 다루지 않거나 1년에 2시간 미만을 관련 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과학교육원의 글렌 브랜치 부소장은 “필수 과목을 가르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면서도 “하지만 적어도 기후변화에 있어 인간의 책임, 기후변화의 결과, 해결책 등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학부모들 또한 기후변화 교육을 학교에서 시행할 것을 원하고 있다. 기후정의 
학부모들 또한 기후변화 교육을 학교에서 시행할 것을 원하고 있다. 기후정의 

조사에 따르면 미국 부모의 약 80%는 학교에서 기후변화를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학 지구과학 교수 마이클 위즈생은 “기후변화의 현실을 매일 TV에서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이미 기후변화가 문제라는 점을 알고 있다”고 말하며 학교 교실에서 기후변화를 제대로 가르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수많은 과학 교과서를 집필해온 위즈생 교수는 “기후변화 교육을 토대로 아이들이 더이상 우울하거나 비관에 빠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남은 과제다”라고 덧붙였다.

10년 전 교사와 과학자를 대표하는 몇몇 단체가 차세대 과학교육 표준을 발표했다. 그후 45개 주가 이와 유사한 표준을 채택했다. 중학교 수준의 차세대 과학교육 표준에 기후변화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은 단 하나에 불과하다. 글렌 브랜치 부소장은 “주 정부 차원에서 차세대 교육 표준을 업데이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부분 주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교육이 미미한 가운데 고무적인 소식도 들려온다. 올해부터 뉴저지주는 모든 학년 및 교과과정에서 기후변화의 영향 및 해결책을 가르치기로 했다.

반가운 소식은 또 있다. 브랜치 부소장은 “지난해 텍사스주 교육위원회 이사회는 8학년 학생들이 '기후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노력을 설명하는 방법'을 배울 것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세계 각국에서는 기후교육을 전문적으로 진행할 교사를 양성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과학적인 지식뿐만 아니라 국제 협약, 국가 차원의 정책 등 교과 통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기후교육은 수업시간만 부족한 것이 아니다. 교육 개념부터 접근 방향, 교육 과정, 로드맵을 마련하고 체계적인 수업을 진행할 교사를 양성해야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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