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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다양성] 온종일 책만 읽는데 이해는 못한다? '초독서증'

김성은 2022-12-01 00:00:00

초독서증 아이는 글자가 많이 인쇄된 책을 좋아한다. 퀸스공공도서관
초독서증 아이는 글자가 많이 인쇄된 책을 좋아한다. 퀸스공공도서관

유아기부터 글자에 관심이 많고 책이든 전단지든 읽기에 몰입하는 모습을 보면 학습과 관련해서는 한시름 놓게 된다. 그런데 글자를 읽기만 할 뿐 정작 이해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하이퍼렉시아(Hyperlexia)’라고도 불리는 초독서증이다.

오하이오주립대학의 교육심리학 교수이자 언어 및 청각과학 전문가 로라 저스티스는 초독서증에 대해 “비슷한 연령대 아이들에게 기대되는 수준 이상으로 글을 잘 읽을 수 있지만, 정작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설명했다.

하이퍼렉시아라는 용어는 1967년 만들어졌다. 4가지 요인으로 특징지어지는데, 읽기능력이 뛰어나다는 것, 굳이 배우지 않아도 일찌감치 읽기를 습득하는 것, 편지나 책을 매우 좋아한다는 것, 그리고 신경발달장애가 있다는 것이다.

초독서증은 자폐스펙트럼장애(ASD)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폐 아동 또한 단어를 읽고 인식하지만, 텍스트나 단락의 의미를 이해하는 데 힘들어한다. 초독서증이 있는 아이의 84%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확인됐으며, 자폐 진단을 받은 아동의 6~14%가 초독서증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독서증은 다른 신경발달장애와 함께 발생할 수 있다.

미국 펜실베니아의 심리학기관 얼터너티브초이스에서 활동하는 자폐 전문 심리학자 로버트 나시프는 “유독 글자에 관심이 많은 아이들은 단어를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의미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라고 말했다.

초독서증과 관련된 가장 명백한 특성은 단어 읽기 기술이다. 초독서증 아이들은 글자나 인쇄된 텍스트, 숫자에 강렬한 매력을 느낀다. 나시프 박사는 “어린아이들이 기차나 트럭, 공에 매료되는 것처럼 편지에 흠뻑 빠지는 것을 볼 수 있다”며 “글자가 어떻게 소리가 나는지 인식하기도 전에 글자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영유아기부터 높은 수준의 읽기 실력을 보이지만, 읽는 내용을 이해하지는 못한다.

글자에만 지나치게 몰두한다면 이해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어린이도서관서비스협회
글자에만 지나치게 몰두한다면 이해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미국어린이도서관서비스협회

관련 연구에 따르면, 초독서증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시각적 처리와 관련된 뇌 영역이 더 크게 활성화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글자를 감지하는 속도를 비롯해 시각적 지각 능력이 뛰어난 경우가 많다.

초독서증은 영유아기에도 확인할 수 있다. 만 2~4세에 이미 글자를 읽을 수 있으며, 그림책을 읽기도 한다.

나시프 박사는 “생후 18개월 된 아이가 편지처럼 글자가 많이 쓰여진 종이를 좋아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가 계속해서 글자를 보고 글자를 조작하고 유독 글자에만 매료되어 있다면 소아과 전문의와 상담해보는 것도 좋다고 조언했다.

아이의 읽기능력을 확인하는 것은 물론 아이가 다른 종류의 놀이에 관심이 있는지 부모에게 반응하는지, 다른 아이들과 노는 것에 관심이 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이러한 행동 특징을 살펴보는 것은 초독서증을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음성언어병리학자 다이앤 위메트는 “부모와 교사는 학생의 장점, 읽기 능력에 집중한 나머지 이해력을 인식하지 못한다. 아이가 배우지 않아도 일찍 읽기 시작했다면 이해력을 점검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이가 읽은 책에서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말해달라고 하거나 학습과 관련된 어려움이 있다면 읽은 내용과 관련돼 구체적인 질문을 해보자.

초독서증이 있는 아이는 대부분 다른 학습장애나 행동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크다. 초독서증과 관련된 특정 검사가 없기에 평소 아이의 행동을 눈여겨봐야 한다. 또는 자폐 진단을 받았다면 초독서증과 관련된 증상이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초독서증을 빨리 확인할수록 언어문제와 이해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더 빨리 습득해나갈 수 있다.

미국언어청취협회는 초독서증 학생을 '스위스치즈 같은 독자'라고 생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즉 겉으로는 독해력이 탄탄해 보이지만, 나이가 갈수록 눈에 띄게 이해하지 못하고 수업을 어려워하는 등 구멍이 커보인다는 것이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또래 아이들과 학습 격차는 벌어진다. 교육과 치료를 통해 읽기뿐만 아니라 이해 기술을 배우면 격차를 좁히는 데 도움 될 수 있다.

아이가 초독서증이라면 배우고 의사소통하는 방식이 독특하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위메트는 “평가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평가로 읽기 과정의 결함을 파악한다면 이해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다. 적절히 개입한다면 잠재력을 극대화할 방안을 습득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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