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누구도 죽음을 마주하지 않고 살 수는 없는 법이다. 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소중하게 기르던 반려동물이 죽거나, TV와 인터넷 등을 통해 죽음의 소식을 접하게 되기도 한다.
아이가 커가는 동안 죽음과 직접 마주할 순간은 점점 더 늘어난다. 가까운 친구를 사고로 잃을 수도 있고, 나이가 많은 가족과 이별의 순간을 맞이할 수도 있다. 중요한 점은 아이가 상처 없이 죽음을 받아들이도록 가르쳐주는 일이 퍽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하기사 어른들조차 사랑하는 사람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물며 감수성 예민한 아이들에게 이것이 얼마나 힘든 지는 사실 생각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그러나 마냥 피할 수도 없는 노릇. 아이가 자칫 죽음에 대한 잘못된 생각에 너무 빠져들어 가까운 사람의 상실을 스스로의 탓으로 여기거나 혹은 긴 시간이 지나도록 우울과 슬픔에서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해야 아이에게 세상의 순리 중 하나인 '죽음'을 큰 상처가 남지 않게 가르칠 수 있을까. 죽음에 대한 교육을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볼티모어의 아동 심리치료사이자 정신과의사인 라첼 그린버그는 다음과 같이 조언하고 있다.
조언 하나, 아이의 이해도를 고려할 것
아동심리학 연구에 따르면 아이들이 비로소 죽음을 이해할 수 있는 나이는 10세 무렵이다. 그 이전인 5-9세의 아이들은 아직 죽음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이 무렵 아이들은 죽음을 잠시 사라지는 숨바꼭질이나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믿기도 한다. 때문에 10세 미만의 아이들에게는 죽음의 의미를 명확하게 설명하려고 노력하기보다는 '상실'에 대한 이유를 설명해주는 편이 알맞다.
10세 이상의 아이들은 죽음에 대한 개념이 명확해진다. 이 무렵 아이들은 죽음을 고통스럽고 무서운 것으로 여기게 되며, 혹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경우 우울하고 충동적으로 변할 수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
조언 둘, 설명할 때와 장소를 세심하게 골라야
죽음은 의학적이고 생물학적인 사건이지만 또한 철학적이고 심리적인 영향을 미치는 사건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죽음에 대한 당신의 세심한 설명 만큼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장소와 시간대가 필요하다.
이야기를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면 자녀가 좋아하는 인형이나 이불 등 애착을 느낄 수 있는 물건과 함께 진행하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아이의 생각이 정리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언 셋, 솔직하게 말할 것
부모라면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아픈 소식을 숨기고 싶다는 유혹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죽음에 관한 소식은 직설적이고 투명한 편이 낫다.
아이들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생각이 깊다. 당신이 완전한 진실을 말하지 않거나 무언가를 얼버무리려 한다면,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그 사실을 눈치채곤 한다. 그럴 때 아이는 당신에 대한 신뢰가 약해질 수 있다.
단 죽음에 관한 모든 세부사항을 이해하지 못할 어린아이에게 말할 필요는 없다. 허나 더 나이를 먹은 아이에게는, 의도적으로 주요 사실을 빼놓으려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명심하라. 사실을 생략하는 것은 아이가 어른이 될 때까지 고통을 미뤄두는 것에 불과하다.
조언 넷,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게 하자
죽음에 관한 대화의 범주는 사실 한도 끝도 없다. 그 모든 방대하고도 우울한 정보를 전부 전달하려 노력할 필요는 없다. 그보다는 아이가 대화의 주도권을 잡게 해서 아이가 물어보고 당신은 대답하는 형태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당신의 아이에게 사랑하는 사람이 암과 같은 병 때문에 죽었다고 말한다면, 그들은 왜 의사가 그것을 낫게 할 수 없는지 물어볼 수도 있다. 여러분은 "의사들이 항상 모든 것을 고칠 수는 없다"고 말하면서 현실적으로 대답할 수 있다.
기억하라. 아이와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는 한 번으로 끝날 수 없다. 다른 날에는 다른 질문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 아이들이 이야기를 소화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를 주도록 하자.
조언 다섯, 상징과 완곡어법은 도움이 되지 않아
그린버그 박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기본적인 사실에 초점을 맞추라고 조언한다. 아이가 받을 충격을 걱정한 당신은 "죽음" 또는 "죽음"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그러나 그린버그 박사는 아이의 혼란과 오해를 피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예를 들어, 만약 당신이 그 사람이 "긴 여행을 떠났다"고 말한다면, 당신의 아이는 그 사람이 실제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그 후에 다시 상처를 입을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그들이 "잠을 자고 있다"고 말한다면, 아이가 취침 시간에 불안감을 갖게 되고 그들이 자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을 갖게 될 수도 있다.
조언을 마무리하며
죽음은 자연스런 일이다. 때문에 죽음에 관한 아이와의 대화도 자연스런 일이다. 이는 사람이 자연스레 마주하는 일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이며, 때문에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인생의 여정 동안 여러차례에 걸쳐 이뤄진다. 아이가 바람직하고 용기있는 길을 걸을 수 있도록 항상 열린 마음으로 솔직하고 편안하게 문제를 다루도록 하자.
그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슬픔을 숨길 필요는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 슬픔을 숨기지 않고 표현하는 것은 자녀에게 두 가지 중요한 사실을 알려준다. 감정이란 자연스런 일이며, 그 감정들을 공개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