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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 아동 혼자만의 시간 존중해야"

김성은 2022-11-25 00:00:00

자폐 아동, 성인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정신위생위원회 
자폐 아동, 성인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미국정신위생위원회 

자폐 아동의 사회적 자립심과 자기통제력을 키우려면 혼자만의 시간이 꼭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폐 교육의 최종 목표는 사회의 일원으로 독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자폐 아동은 성인이 되어도 꾸준한 치료와 사회화 교육을 받아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전문기관 자폐증HWB의 공동 설립자 플로렌스 네빌은 자폐스펙트럼장애가 있는 사람에게 혼자만의 시간이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다룬 1차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는 자폐증 환자를 위한 혼자만의 시간은 학계에서 실제로 언급되지 않지만, 복지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했다.

자폐 아동 혼자만의 시간 존중해야
플로렌스 네빌. 자폐증HWB

네빌은 혼자만의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방해받지 않는 곳에 혼자 있는 것 ▲편안함을 느끼는 공간에 있는 것 ▲이 시간과 공간에서 무엇을 할지 선택할 수 있는 것으로 정의했다.

그는 영국의 자폐 성인 16명을 심층 인터뷰했다. 인터뷰는 크게 4가지 주제로 요약할 수 있었는데 사회적 환경이 자폐증 환자를 어떻게 압도하는지, 그리고 압도된 상황에서 회복하기 위해 혼자만의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시사한다.

1. 사회적, 감각적 입력에 감각과부하

인터뷰 참가자는 사회적 입력, 감각적 입력, 마스킹의 필요성에 불편함을 느꼈다. 사회적 입력은 언어적 또는 비언어적 의사소통일 수 있다. 사회적 공간에 있는 것이 어렵고, 오래 걸리고 압박이 심하면 신체적, 감정적 고통을 유발했다. 감각 입력에는 산만한 소리, 밝은 조명, 불편한 온도가 포함되었다. 사회적 공간에서는 감각 입력을 통제하기 더 어려웠다.

자폐 증상을 숨기는 마스킹(masking), 위장하기에 따른 부담감도 있다. 지적장애가 동반하지 않는 자폐인은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을 통해 자폐 특성을 가릴 수 있다. 대화하며 강제로 눈을 맞추고, 사람들의 표정과 행동, 몸짓을 흉내내며 농담을 미리 준비해 리허설을 한다. 상호작용을 하기 전 미리 대화를 연습한다.

문제는 이러한 마스킹으로 탈진과 피로, 감각과부하를 느끼고 자존감이 낮아지며 불안과 우울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더라도 마스킹을 한 뒤에는 불편함과 고통, 혼란스러움을 느꼈다.

2. 사회적, 감각적 상황에서 벗어나기

자폐증 환자는 사회적 입력이나 부정적인 감각 입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안전한 대피 공간이 필요하다. 안전한 공간은 과부하로부터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자폐인에게 안전한 실내 공간은 ▲미니멀한 공간 ▲온도, 빛, 소리 및 냄새를 제어할 수 있는 공간 ▲아늑한 공간(1인용 텐트, 해먹) ▲선호하는 활동을 하기에 적합한 곳(퍼즐 테이블, 독서 의자)이다. 야외공간이 될 수도 있는데 ▲억제를 덜 느끼는 장소 ▲기분을 좋게 하는 감각 입력이 있는 장소 ▲명확하게 생각할 수 있는 장소가 포함됐다.

일찍 일어나거나 모두 잠든 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장기적인 수면장애를 유발한다.

3. 조절, 회복, 재충전

하이킹이나 자전거, 게임 등도 몰입형 활동에 포함된다. 카필드스쿨 
하이킹이나 자전거, 게임 등도 몰입형 활동에 포함된다. 카필드스쿨 

즐겁고 흥미로운 활동에 몰입하면 스스로 회복하고 재충전하는 데 도움 된다. 참가자들은 이를 특정한 활동에 고도로 집중할 때 나타나는 최적의 심리 상태를 뜻하는 ‘플로 스테이트’라고 불렀다.

몰입형 활동에 시간을 보내면 하루 종일 쌓인 생각과 감정을 처리하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고, 걱정과 불안한 생각에서 휴식이 될 수 있다.

참가자들이 좋아했던 몰입도 높은 활동에는 음악 만들기, 하이킹, 정원 가꾸기, 자전거 정비, 다이빙, 공예, 게임 등이 있었다. 허구의 세계는 실제 환경보다 더 안전하고, 더 쉽고, 더 예측 가능하다고 느꼈다. 익숙한 책을 여러 번 읽거나, 익숙한 영화나 TV 시리즈를 보는 것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

4. 타인과 다시 연결되기

자폐인 또한 혼자만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회복하고 재충전한다면, 다른 사람들과 다시 연결되기를 원했다. 다만, 사회적인 공간으로 나가기 전에 휴식과 평온을 느끼고 충분한 에너지를 갖는 것이 중요했다. 네빌이 인터뷰한 참가자 중 몇 명은 사회적 시간과 혼자만의 시간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시간표를 만들고 이를 준수했다.

충분히 재충전한 뒤 타인과의 사회적 교류를 원하더라도 이들은 소규모로, 공통된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만남을 추구했다. 예를 들어 영화 감상, 산책, 공예 등 활동에 몰입해야 마스킹을 해야 하는 부담이 줄었다. 또한 다른 신경다양성인과 교류를 즐길 가능성이 더 컸다.

결국 자폐 아동과 성인 모두 감각과부하, 피로, 불편함 등을 완화하고 사회화되려면 혼자만의 시간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네빌은 “자폐인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이 지지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플로 스테이트를 경험할 수 있는 즐거운 활동을 하도록 장려할 수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혼자만의 시간은 자폐인을 더 잘 배우고 집중하고 참여하고 스스로 통제 가능하도록 해준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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