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점해주는 로봇'은 교사들의 업무 부담을 혁신적으로 줄여줄까?
자동화된 채점기술(AES)은 교육 부문에 큰 획을 그을 것으로 전망되지만, 이를 사용하려면 교육부의 강력한 지침과 독립적인 자문기관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교육미래연구소와 교육혁명이 공동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자동화된 채점 기술이 앞으로 몇년 이내에 호주의 학교에 도입될 가능성이 크며, 교육계의 신중한 관리 없이는 오히려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새로운 기술 도입으로 교사와 관리자에게는 또다른 업무가 추가될 수 있으며, 학교는 재정 압박을 겪을 수도 있다.
뉴사우스웨일스대학 교육사회학과 칼레르보 걸슨 교수는 교육정책과 AI의 발전을 연구해왔다. 에듀테크로 알려진 급격한 기술변화에 학교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를 분석했다. 교수는 "이미 교사들의 업무가 과중하다. 자동화된 채점기술은 업무량에 대한 압박감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걸슨 교수는 채점 로봇이 에세이나 논술 등을 채점하는 것을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지만, 문장부호 정확성이나 문법 측면 등 일부분을 채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보고서 공동저자이자 퀸즐랜드공과대학 그렉 톰슨 교수는 “불투명에 의존하는 모든 기술을 도입할 때는 신중해야 한다. 심층조사를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호주는 2018년 전국학력평가시험 NAPLAN에 자동화된 채점기술을 구현하고자 시도했다. 하지만 교사, 교원노조, 교장, 학부모들의 상당수가 이를 반대했다. 교사의 비전문화, 학교의 불평등한 인프라, 채점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투명성 부족이 이유였다.
보고서는 또한 교실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은 교사와 학생에게 큰 이익이 될 수 있지만, 학교를 보호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걸슨 교수는 “자동화된 채점기술의 이점과 함정을 평가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계획하려면 교육기관과 정책 입안자, 학교 커뮤니티가 협력해야 한다”며 “학교에 필요한 디지털 인프라와 사용능력, 이에 걸맞은 지침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보고서의 권장사항은 다음과 같다.
-AES 제품 개발부터 AI 생태계를 조성하기까지 교육전문가의 참여가 필수다.
-학교에서 AI를 사용하기 위한 투명한 모범 사례 가이드라인을 구축해야 한다.
-대규모 평가를 위한 독립 자문기구를 설립해 운영한다.
-AES를 채택할 경우 잠재적으로 피해를 입는 당사자를 예측해 위험 기반 프레임워크를 확립한다.
-미국에서 AES 사용 경험을 토대로 윤리적, 법적, 재정적 영향과 학교, 부서 및 지역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한다.
-특히 상업용 에듀테크 기업으로부터 AES 시스템을 구매한다면, 학교에 통일된 윤리적 지침이 수립되어야 한다.
-소외된 지역의 학교에서도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도록 필요한 디지털, 인적 인프라를 갖추도록 보장해야 한다.
-AES가 널리 채택되려면 교육부가 관련 지침, 정책 및 규제를 공동 개발해야 한다.
-개인 또는 학교에 결과가 중요한 고위험 시험에서는 AES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편 이 보고서는 호주 연구위원회와 시드니 사회과학 및 인문학고급연구센터(SSSHARC)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