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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LACE] 고래와 플라스틱 알리면 될까? 남아공 학교의 환경교육

김성은 2022-11-18 00:00:00

자연을 가까이 하는 생활방식을 익히게 한다. 그린스쿨 남아프리카
자연을 가까이 하는 생활방식을 익히게 한다. 그린스쿨 남아프리카

어린이집부터 아이들을 대상으로 환경교육이 시행되지만, 바다의 플라스틱, 죽어가는 고래와 펭귄 이야기가 주류를 차지한다. 환경교육, 정말 이대로 괜찮을까?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친환경 학교는 환경교육을 달리 접근하고 있다.

남아프리카 최초의 친환경 그린스쿨이 개교 2주년을 맞이했다. 그린스쿨은 기후혼란에 직면한 어린이들의 회복력을 키우고 창의력을 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환경을 의식하는 환경시민을 육성하겠다는 방침으로 인도네시아 발리에 2008년 첫 문을 열었다. 학습과 커리큘럼, 활동 등은 모두 지속가능성을 중심으로 한다. 뉴질랜드와 멕시코에도 그린스쿨 지점이 설립됐으며 202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웨스턴 케이프와인랜드에도 오픈했다.

그린스쿨에서 마음이 편안해진 아이들. 그린스쿨 남아프리카
그린스쿨에서 마음이 편안해진 아이들. 그린스쿨 남아프리카

그린스쿨 설립자 알바 브란트는 AF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교복을 입고 가만히 앉아 조용히 칠판에 적힌 것을 따라쓰는 것보다 교육에는 더 중요한 것이 많다”라고 말했다. 가족여행을 위해 떠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그린스쿨을 접하게 된 브란트는 교육 수준과 커리큘럼에 감명을 받았고 그린스쿨 남아프리카를 설립하기로 결정했다.

학교는 설립 과정부터 친환경에 주목했다. 파를과 프란슈후크 사이의 산이 내려다보이는 8헥타르의 땅에 지어졌다. 세계 총 이산화탄소(CO2) 배출량에 시멘트 생산이 기여를 하는 만큼 시멘트의 주요 독성성분인 클링커를 줄이고자 했다. 건물 내부는 일반 시멘트 벽 대신 특별한 모래 석고로 도배했다. 바닥재는 에폭시로 하되 기존 에폭시에서 발견될 수 있는 유해화학물질을 배제하기 위해 제조공정을 변경했다.

2020년과 2022년, 학교 설립 전후. 그린스쿨 남아프리카
2020년과 2022년, 학교 설립 전후. 그린스쿨 남아프리카

브란트는 “특정 화학 물질이 포함되어있는지 모두 확인하기 위해 제품의 목록을 꼼꼼히 살펴야 했다”고 말했다. 학교 건물이 세워지는 부지의 자연을 온전히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현재 채소밭과 과수원, 곡물밭이 학교 주변을 에워싼다.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고 친환경으로 식물을 심었다. 생물다양성이 회복해 나비와 벌, 고슴도치 등 각종 동식물이 함께 살고 있다. 학교 운동장은 그네와 오두막, 모래놀이밭으로 꾸며져 있다.

건물에는 큰 창문이 있어 조명을 켜지 않고도 자연광이 충분히 들어온다. 태양광으로 전기를 공급하고 바닥 아래 수도관 시스템으로 에어컨을 가동한다. 급식실은 음식쓰레기 제로를 지향하며 채식 식단을 제공한다. 가령 학교의 밭에서 키운 신선한 바질이 들어간 샐러드를 먹는 식이다.

진흙놀이로 자신감과 상상력을 키워준다. 그린스쿨 남아프리카
진흙놀이로 자신감과 상상력을 키워준다. 그린스쿨 남아프리카

현재 학교에 등록된 학생수는 약 170명으로 유치원부터 고등학교까지 다닐 수 있다. 학급은 2명의 교사와 20여명의 학생으로 구성된다. 모든 수업이 영어와 아프리카언어로 진행하되 지역인구통계를 반영한다. 수업은 교과목 중심으로 구분되지 않고 주제별로 접근한다.

앤드류 우드 교장은 “화성의 생명체가 주제라면 이와 관련돼 문학, 수학, 천문학, 물리학으로도 접근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배우는 것에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교장은 “학생들의 뇌에 컨텐츠를 다운로드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 학습 기술에 따라 비판적으로 생각하기를 원한다”며 학교의 가르침이 더 회복력 있는 공동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학교 정원에서 관찰한 나무를 다 함께 예술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린스쿨 남아프리카
학교 정원에서 관찰한 나무를 다 함께 예술작품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린스쿨 남아프리카

국내에서 진행되는 환경교육은 고래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먹고 죽어간다, 바다에 쓰레기가 많이 있다, 얼음이 녹고 있어 펭귄이 위험하다는 내용을 알리지만, 그린스쿨 남아프리카는 이와 다르다. 학생들이 환경문제로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교내에서 환경적인 초점에 맞춰 활동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피해를 논의할 때는 심도있는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브란트는 “불안과 환경공포증을 피하기 위해 환경문제를 천천히 도입한다. 마을 단위의 문제부터 시작해 나라 전체의 환경 문제로 점진적으로 다룬다. 지구온난화의 폐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 어릴 때부터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가짐을 길러주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를 브란트는 ‘환경 준비 단계’라고 불렀다. 예를 들어 물의 순환에 대해 배우고 친환경적인 사고방식을 길러준다. 이에 따라 전통적인 일반 학교에 다니던 아이도 그린스쿨로 온 뒤 심리적으로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현재 그린스쿨 남아프리카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린스쿨의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안드레아 호프마이어는 가까운 미래에 저소득층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가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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