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등을 부드럽게 다독이며 지지를 보내는데 오히려 고함을 지른다면? 얼굴에 물이 닿을 때마다 대성통곡한다면? 핫도그를 먹을 때마다 구역질을 한다면?
감각정보를 적절히 처리하지 못해 감각에 과도하게 또는 지나치게 과소하게 반응하는 아이가 있다. 전체 아동의 5%를 차지한다는 감각처리장애(Sensory Processing Disorder, SPD)다.
감각처리장애는 감각으로부터 메시지를 수신하는 신체 능력을 방해하고, 이러한 메시지를 적절한 운동 및 행동 반응으로 전환하는 신경학적 상태를 말한다. 번잡한 카페의 소음처럼 중요하지 않은 감각 정보를 걸러내는 능력을 억제해 특정 환경에서 압도당하고 과도하게 자극받는다.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미각에 의해 수신된 정보를 처리하고 행동하는 신체 능력을 방해한다.
감각처리장애는 모든 연령과 인종, 남녀 모두에게 나타날 수 있지만 어릴 때 가장 증상이 흔하게 보인다. ADHD와 자폐스팩트럼장애, 취약X증후군이 있는 경우 감각처리장애를 동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감각처리치료연구센터의 루시 제인 밀러 박사는 “ADHD 아동의 60% 이상이 감각처리장애를 겪는다는 보고도 있다”고 말했다.
감각통합이란 뇌가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 균형감각으로부터 정보를 처리해 적절히 반응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다. 감각통합이 좋은 사람은 중요한 자극을 자동으로 걸러낸다. 수업시간에 창밖에서 들리는 소음을 걸러내 교사의 말에 주의를 기울인다.
하지만 감각처리장애가 있는 사람은 감각과부하에 시달려 심리적으로 고통스러워한다. 혹은 반대로 외부 자극에 지나치게 둔감해져 과잉 자극을 추구하기도 한다. 타이트한 옷이나 거친 원단, 머리 빗질, 카메라 플래시, 불꽃놀이나 천둥처럼 큰 소리, 향수나 세제처럼 강한 냄새, 끈적끈적한 손가락, 옷에 붙은 태그 등을 견디기 힘들어한다. 모래놀이를 하던 중에도 얼굴과 목으로 흘러내린 땀방울을 무시할 수 없고 시원하게 부는 산들바람에도 짜증을 낸다.
감각처리장애를 최초로 설명한 치료사 진 에이리스는 이를 ‘뇌의 교통체증’에 비유했다. 자극에 대한 반응을 조절하는 데 문제가 있어 신경계에 언제 자극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지 무시해야 할지 모른다. 자극에 대한 반응이 약하거나 과하기 일쑤다. 감각의 근원에 혼란이 있어 서투름, 배고픔 등을 구분하기 힘들다. 똑바로 앉거나 균형을 잡는 등 운동장애 문제가 일어나기도 한다.
문제는 감각처리장애가 있더라도 정확히 진단을 받기 힘들다는 것. ADHD나 학습장애, 발달장애로 오진되는 경우가 많다.
아이가 감각에 과민반응을 보인다면, 감각에 관련된 어휘를 사용해 대화한다. “지금 여기 꽤 시끄럽다. 다른 방에서 잠시 쉴 수 있을거야” “너의 몸에는 에너지가 많이 있어. 에너지를 어디에 사용할까? 밖에서 뛰어놀거나 개구리처럼 점프를 할 수도 있어”라고 말하는 식이다.
감각처리장애가 있는 아이는 신체를 움직일 기회가 필요하다. 빙글빙글 돌거나 점프하고 뛰고 물구나무를 설 수도 있다. 특히 공간이나 균형감각이 약하다면 수영을 하거나 트램펄린에서 점프 놀이를 한다. 큰 소음에 민감하다면 미리 화분처럼 깨져도 크게 관계없는 물건을 준비해놨다가 천둥이 치고 비가 오는 날 깨뜨린다.
촉감에 민감하다면 욕조에서 거품물감으로 그림을 그리고 플라스틱 바구니에 쌀을 채우고 장난감을 숨긴 뒤 찾게 한다. 지나치게 감각적인 자극을 추구한다면 마트에서 쇼핑카트를 밀게 하고 현관에 물티슈를 나르게 하는 등 신체감각을 사용하게 한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진단을 받고 그에 맞게 감각통합훈련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